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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돈줄 죄는데…中·日은 아랑곳 않고 돈풀기
2022-04-14 17:39:23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가 팬데믹 이후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는 것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통화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중국과 일본에서 대거 이탈할 경우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실물경제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리 총리는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환경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적기에 지준율 등 통화정책 도구를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대출 비용을 낮춰 실물경제, 특히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지준율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수일 내에 지준율 인하를 공표하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준율을 내리면 작년 12월 0.5%포인트를 인하한 이후 4개월 만이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의 평균 지준율은 8.4% 수준이다.

중국은 기준금리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15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이어서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미세 조정하는 통화정책 수단인 MLF를 통해 LPR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에도 석탄 대란 등으로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자 MLF, LPR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하했다. 중국이 이처럼 통화정책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당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5.5%라는 보수적인 숫자를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긴축에 나서는 미국과 달리 중국이 돈풀기에 나서면서 지난 11일 장중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중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중 10년물 국채금리 역전은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국채금리가 1.5% 수준에 불과했고, 중국은 2.7%대로 중국이 1%포인트 이상 높았다. 하지만 미국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국채금리가 치솟았다. 이에 양국 간 국채금리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중국 선완훙위안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미 금리 역전 현상이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고 금리 차이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중국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과 3월 두 달간 중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928억위안(약 37조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이미 중국에서 기록적인 자금 이탈이 일어났는데 금리 역전으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안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일본도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현재의 강력한 금융 완화를 끈기 있게 계속할 것"이라며 "전염병에서 회복하고 있는 경제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의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계속한다고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의 변동 용인폭을 ±0.25%로 책정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엔화 약세를 견제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엔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지난 1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126엔대까지 내려갔는데, 이는 2002년 5월 이후 20여 년 만이다. 지난 2월 말 달러당 115엔대였던 엔화 가치가 한 달 반 새 10엔가량 하락한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원자재값 등이 상승한 데다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경상수지 악화와 수입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2년 만에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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