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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미군기지 평택 이전 완료, 이태원 상권 위기? 유동인구 감소 뚜렷…용산공원은 하세월
2018-05-21 08:50:01 

#1.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이태원 상권도 예전만 못하죠. 상권이 커지는 와중에 한풀 꺾인 분위기입니다.”(이태원2동 A식당 주인 하 모 씨)

지난 5월 4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권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급매’ ‘무권리 점포’라 써 붙여놓은 매물이 몇 개 보였다. 젊은 창업자가 몰려들어 매물 자체가 귀하던 2~3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어떤 상가 주인은 “가게를 찾던 미군 단골손님 발길이 지난해부터 뚝 끊겼다”고 푸념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미군 이전과 상관없이 주말 장사는 할 만하다”며 선을 긋기도 한다.
상인마다 의견은 갈리지만 금요일이면 낮부터 일찌감치 각국의 젊은이로 붐벼야 할 이태원역 일대 삼거리는 눈에 띄게 한가한 모습이다.

#2.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해방촌에 주택을 소유한 60대 김 모 씨는 최근 세입자를 새로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때 외국인 임차인을 대상으로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깔세’가 가능한 동네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월세를 조금 낮춰야 빨리 세입자를 채울 수 있는 정도다. 김 씨는 “주말이면 여전히 외지인으로 붐비는 동네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할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서울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이태원 상권이 변화를 맞게 됐다. 상권 유동인구가 줄고 주택 임대 수요가 감소하는 등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한남뉴타운 사업과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 완료되면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온다.

이태원 상권은 1997년 서울시에서는 처음으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해마다 250만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성장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미군의 역할도 컸다. 광복 이후 이태원과 삼각지, 용산로 인근에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가 주둔하기 시작했다. 이태원 일대에는 자연스레 미군과 부대 관련 종사자에 맞춘 외국 음식이나 수입 제품을 파는 가게가 생겼다. 주변 지역에는 외국인 아파트나 외국인을 위한 임대주택도 많이 들어섰다. 최근까지도 이태원 상권의 주한미군 의존도는 20~30%나 됐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려는 내국인도 찾아오면서 이태원 상권은 1년 내내 붐비는 곳이 됐다.

▶상가 공실률 11.8%…임대료도 하락세

특화 점포 대신 프랜차이즈가 점령

용산공원 들어서면 상권 활성화 기대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가 지난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이태원 거리를 찾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대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물론 상권은 주말 위주로 여전히 활성화돼 있지만 예전에 비해 외국인 방문객이 덜 보이는 것은 맞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군 이전으로 외국인 손님이 뚝 끊기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없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런 영향으로 문을 닫는 가게도 꽤 많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이태원역이 있는 이태원1동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점포가 3.2% 줄었다. 서울시 내 전체 점포가 9.79% 증가한 데 비해 이태원 메인 상권 점포는 오히려 감소한 것.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 폐업률은 5.1%로 서울시 평균(3.76%)을 웃돌았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이태원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8%를 기록했다. 대기업 플래그십스토어 등이 입점하면서 직전 3분기(19.1%)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서울 도심 지역 평균 공실률(4.4%)보다 높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임대료도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3.3㎡당 17만4500원이었던 이태원 일대 상가 평균 임대료는 올해 1분기 들어 16만4000원으로 하락했다. 이곳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2분기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날로 확장하던 이태원 상권이 주춤해진 것은 비단 미군기지 이전 때문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상권이 확장되고 임대료가 오르는 과정에서 특색 있던 기존 점포가 내몰렸고 그 자리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 매력이 반감됐다는 얘기다.

앞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대기업 브랜드 화장품 매장,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이 들어왔고 임대료는 높아졌다. 최근에야 임대료 시세가 꺾였다지만 10평도 안 되는 소규모 점포 임대료마저 월 250만~300만원에 육박하다 보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가 꽤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인근 경리단길과 해방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목이 좋지 않은 일부 점포 중에는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채 비어 있어 수천만원 하던 권리금이 없어졌거나 낮아진 곳(1000만원 선)도 있다.


물론 이태원 상권이 줄곧 내리막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미군 철수가 장기적으로는 이태원 상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005년 ‘미군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이태원 관광특구의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미군 부지(약 235만㎡)에 용산공원이 들어서고 이태원관광특구에 생태·녹지환경이 조성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이태원의 개발 잠재력이 증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향후 용산공원 조성을 비롯해 인근 한남뉴타운 사업 등이 두루 진행되면 이태원으로 유입되는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상권이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을 여지가 크다”며 “다만 미군이 철수하면서 줄어든 수요 영향으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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