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기사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목록목록

[인터뷰]당대 창업 재계 27위 오른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 송아지보다 ‘병든 소’…내 M&A 원칙
2020-07-10 13:08:18 

하림그룹의 시작은 병아리 10마리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63)은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닭이 되자 시장에 팔았고 이를 밑천 삼아 돼지를 샀다. 그리고 팔고 사고를 반복하며 사업에 눈을 떴다. 농고에 진학해서는 자본금 4000만원으로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농장을 차렸고 사업자 등록까지 했다.
그 소년은 지금 자산 10조원, 재계 서열 27위의 수장이 됐다.




Q. ‘부의 대물림’은 고착화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오히려 힘을 잃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놓고 보면 재계 서열에서 당대 창업 기업이 약진하는 모습입니다. 많은 청년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인데요.

A 어렵다 어렵다 해도 창업 1세대가 힘을 내고 있는 건 사실이고 또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제는 늘 순환하기 때문에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습니다. 삼성그룹도 영원히 1등을 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즐겨 봅니다. 책에 ‘인간의 이기주의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자칫 자기만 생각하는 사회면 혼란스러울 것 같지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Q. 왜 그렇습니까.

A 여기서 말하는 이기주의는 ‘자기애(self love)’ 개념에 가까워요. 자기가 더 잘되고 안 다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자기애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자기애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죠. 그게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틀입니다. 쉽게 설명해보죠. 잘되는 기업을 보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죠. 그게 고객을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만 곰곰이 따져보면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이득이니까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런 철학에 충실한 기업이 역사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고객을 무시하고 자만한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요.

Q.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림은 지금의 위상에 올라섰습니다. 특히 인수합병(M&A)으로 급성장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M&A의 철학이나 원칙 같은 것이 있을까요.

A ‘병들고 마른 소와 송아지 중 어느 것을 키우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송아지를 키우겠다고 합니다. 저는 병들고 마른 소를 키우겠다고 합니다. 병든 소는 가격은 싸지만 기본 뼈대가 있어 3~4개월 만에 건강하게 큰 소로 키워낼 수 있으니까요. 반면 송아지는 큰 소로 키우는 데 3년이 넘게 걸립니다.

통상 다른 사람이 경영을 잘못한 기업을 병든 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M&A를 할 때 원칙은 ‘병든 소’ 중에서도 비교적 단시간에 되살릴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지금도 M&A를 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가 많은 걸 바꿀 거라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망한 회사가 속출하면서 M&A 기회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많습니다. 하림도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회사를 사면서 사세를 키웠는데요.

A 그런 시각이 다수입니다만 이번만큼은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큰 사건이기는 합니다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여행업·항공업 등 일부 산업은 매우 안 좋지만 나머지 산업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봅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이 제한돼 생기는 문제거든요. 예를 들자면 사람 타는 비행기는 어렵지만 화물 실어나르는 비행기는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회사도 물동량이 10%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익이 조금 줄어들 뿐 회사가 휘청거리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이동이 큰 역할을 차지했던 산업이 서서히 언택트 시대에 맞는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추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이 한순간에 다 무너질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 체질, 경제구조는 바뀔 수 있습니다. 거기에 기회가 있지요. 물류산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사람 대신 물류산업은 더 커졌지 않습니까. 이런 분야에서는 오히려 많은 변화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Q. 하림그룹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예정입니까.

A 식품 사업은 코로나19가 터져도 지속적으로 소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비 총량이 줄지 않았고 다만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 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게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물류입니다. 어차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 즉 스마트폰이 인체의 한 부분처럼 여겨지는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됩니다. 미래 도시를 얘기할 때 스마트 시티를 얘기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시티’란 표현이 더 맞아요. 단 이때 지식정보는 모바일로 쉬 오고 가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생겨요. 바로 물건의 이동입니다. 이건 누군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기술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걸 하림이 할 겁니다.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기도 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A 도시 첨단 물류산업입니다. 물류센터를 도심에 둬 ‘포장 없는 물류’를 도입, 쓰레기 부담을 줄이고 빠른 배송을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만드는 개념입니다. 식품 제품에서 포장비가 제품 가격의 약 10%를 차지하는데요. 포장이 없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배송 시간이 최단 시간 내 형성돼야 하는데 도시 첨단 물류센터면 가능하겠더군요. 이미 저희는 서초구 양재동 일대 옛 화물터미널 부지(9만1082㎡)를 확보해뒀습니다. 정부, 서울시와 개발 계획을 협의 중인데 첨단 물류센터와 연구개발(R&D) 시설, 유통상가 등으로 복합개발할 겁니다. 더불어 이런 첨단 물류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IT와 인프라, 물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Q. 끝으로 후배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업가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잡스를 보세요. 학교를 다니다가 재미없어 나왔지요. 학교나 간판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학벌 좋다고 사업 잘하는 것 아닙니다.
성공 방법을 썼다는 책을 읽는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걸 깊게 파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른 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잘하는 일이 당장은 돈이 될 수는 있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경쟁력 있고 수명도 깁니다. 진짜라니까요(웃음).

[박수호·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6호 (2020.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관련 종목

종목명 현재가 등락 등락률(%)
하림 2,755 ▼ 10 -0.36%
 
기획기사 목록보기
[인터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 20-07-10
재계 서열 바꾼 당대 창업 기업 20-07-10
- [인터뷰]당대 창업 재계 27위 오른 .. 13:08
재계 순위 뒤흔드는 창업 1세대 기업.. 20-07-10
창업 1세대 기업 성공 사례 이어지려.. 20-07-10

 
로그인 버튼
ID찾기 회원가입 서비스신청  
 
최근조회 탭 보기관심종목 탭 보기투자종목 탭 보기
08.10 15:59    실시간신청     최근조회삭제  
종목명 현재가 전일비 등락률
코스피 2,386.38 ▲ 34.71 1.48%
코스닥 862.76 ▲ 5.13 0.60%
종목편집  새로고침 

mk포토

(주)매경닷컴 매경증권센터의 모든 내용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투자권유 또는 주식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본 사이트에 게재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는 본 사이트의 정보를 제 3자에게 배포하거나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