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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시대상](1)가치관 | 자연·생명존중 먼저 ‘No.1 환경 시대’ 작은 공동체 확산…포노 사피엔스 진화
2020-07-10 13:20:46 

가치관.

사전적 의미는 옳은 것, 바람직한 것, 해야 할 것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말한다. 짧게 요약하면 ‘가치에 대한 관점’을 뜻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바이러스 위협은 그 자체만으로 현대 문명에 경종을 울렸다. 지금까지는 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한 성장과 효율, 자본 중심의 가치관이 중시돼왔다.
앞으로 환경보호나 생명 존중 등 새로운 가치관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新가치관 1. 친환경주의

▶자연보호·기후변화에 대응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올해 초 자신이 가진 전 재산 8%인 100억달러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부했다. 많은 사람은 이 기부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두 번째는 냉철한 베조스까지 기부를 할 정도면 그만큼 기후변화가 상당한 위기에 와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잦은 출현은 결국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가 부른 참사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 거리 두기’가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인간 생명이나 건강 등 기본권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 오로지 자본의 관점에서만 기술이 활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기술의 사회적 가치가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경제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감염병 위기와 유사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한 각국 정책 대응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친환경 관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18년 기준 세계 ESG 투자 규모는 무려 30조달러(약 3경6270조원)로 추산된다. 매년 15%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新가치관 2. 이타적 개인주의

▶개인주의 속 남을 위한 배려

많은 서구 학자는 한국이 어떻게 방역체계를 구축했는지 연구하는 중이다.

한국 사람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 것에 대해 서구 사회는 “한국 사회가 집산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집산주의란 주요 생산수단을 국유화해 정부 관리 아래 집중·통제함을 이상으로 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국 국민은 당국의 마스크 착용 지시를 잘 따랐지만 미국 등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통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는 이에 반박한다. 한국 국민은 바이러스 속성과 방역 대책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췄다. 게다가 미세먼지로 오래전부터 마스크 착용에 익숙하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은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개인주의적 성격이 내포됐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은 성격이 다르다. 저변에는 여전히 이기적인 동기가 깔려 있지만 내가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말아야겠다는 이타적 마음이 함께 작동한다. 많은 사람이 자진해서 불편을 감수하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이타적 개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타적 개인주의는 나 자신의 이익을 좇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는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新가치관 3. 작은 공동체 발현

▶동네 중심 사회 확산 가능성

코로나19가 던진 또 하나의 새 화두는 지역화다. 지역 규모는 시나 구 단위가 아닌 동 단위. 서양의 여러 도시는 수백 년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작은 지역 공동체 중심의 사회가 구현됐다. 보스턴 같은 도시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 수도 서울은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팽창한 기형적인 대도시다. 몇몇 주요 도심을 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도심 생활을 뒤로한 채 동네에서 간단한 모임을 갖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같은 사례가 확산하며 동 단위 ‘작은 공동체’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직장 오피스 위치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작은 공동체’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전만 해도 주요 도심에 많은 오피스가 위치했다. 직장인은 어쩔 수 없이 출퇴근하며 도심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가 크게 늘었다. 일부 기업은 지역 단위 소규모 거점 오피스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되면 구태여 도심까지 나갈 이유가 사라진다.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지역화를 강조해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을 축소하는 ‘지역화’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헬레나가 강조한 ‘지역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新가치관 4. 취약계층 돌아보자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기본소득 논의

바이러스로 수십만 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던져진 교훈이 있다. 모두가 잘 살지 않으면 나의 안전 또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재난 위험 앞에서 취약계층은 허술한 사회적 안전망에 위태롭게 노출됐다.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 사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게 그 사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취약계층이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되면 부유층 역시 편안하게 살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논의되는 기본소득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新가치관 5. 생존 디지털

▶일상화된 포노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

포노는 라틴어로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쓰는 새로운 인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세계로 접속이 가능하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을 즐겨 썼다. 코로나19 후 사회적 거리 두기 실현으로 문명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학교 수업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는 추세다.
앞으로는 디지털 문명 의존도가 더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간 DNA는 항상 생존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한다. 과거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디지털’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디지털에 매달려야 하는 시대다. 잇따른 바이러스 출현으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며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6호 (2020.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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