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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의 애착을 `장삿속`으로 다뤘다간 폭망
2021-02-18 14:53:29 

‘팬덤 마케팅’ 성공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실패 사례도 적잖다. 대부분 팬덤을 ‘돈줄’로만 여기고 접근하다 낭패를 본 경우다.

넷마블이 2019년에 내놓은 ‘BTS 월드’가 대표적인 예다. 게임 공개 전까지만 해도 BTS 팬덤인 ‘아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 게임 공개 전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는 ‘게임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막상 게임이 나오자 아미들은 게임을 외면했다. 멤버와 닮지 않은 캐릭터, 현금을 안 쓰면 진행하기 힘든 고난도 등 낮은 게임 완성도가 문제였다.

각종 아미 커뮤니티에는 “우리는 방탄소년단 팬이지, 게임 유저가 아니다” “방탄 팬덤을 돈줄로만 생각하고 만든 게임”이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서비스 시작 직후 34만명을 기록했던 월간사용자수는 지난해 12월 4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매출 순위 역시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기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1월 28일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앱 ‘유니버스’도 비슷한 경우다. 몬스타엑스, 아이즈원 등 K팝 스타 팬덤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공개 직후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리뷰에는 “AI 목소리가 너무 기괴하다. 차라리 빅스비가 더 자연스럽다” “서버 연결은 계속 에러가 나고 버그가 자꾸 발생한다. 아무리 팬심으로 쓰려 해도 너무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2월 4일 기준 다운로드 수는 10만건에 불과하다. 사전 예약 인원이 400만명이던 데 비하면 ‘폭망’ 수준. 평점도 5점 만점에 2.4점으로 고전 중이다.

쇼핑몰 ‘임블리’는 아예 팬들이 ‘안티’로 돌아서며 몰락의 길을 걸은 사례다. 임블리는 SNS 인플루언서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팬덤을 등에 업어 대형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 호박즙 곰팡이, 화장품 부작용 발생 등의 사건이 불거졌을 때 임 상무가 무신경하게 대처하며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팬이면 어떤 상황이어도 날 이해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항의를 무시했다는 평가다. 강력했던 팬덤은 강력한 ‘안티’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소송도 잇따랐다. 결국 2013년 1700억원에 달했던 임블리 매출은 2019년 45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팬덤 전략 성공하려면

▷진실한 관계 필수 ‘스토리’ 있어야

팬덤 전략에 성공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팬심으로 소비하는 팬슈머를 ‘발굴’하라고 말한다. 제품과 서비스만 잘 만들면 팬덤이 알아서 생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에 호감을 갖고 있거나 제품·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을 기업이 직접 찾아 나서라는 주문이다.

‘스노우볼 팬더밍’ 저자 박찬우 왓이즈넥스트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만 좋으면 팬덤이 알아서 생긴다는 말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이성 친구가 생긴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기업에 호감을 가진 지지자를 찾은 뒤 연결해 하나의 ‘팬덤’으로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슈머를 찾은 후 다음 단계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 상업적 목적으로 팬덤을 활용하기 전 ‘진실한 관계’를 쌓는 것이 필수다. 제품과 브랜드에 정서적 애착이 생기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김병규 교수는 “팬들은 브랜드에 ‘감정적’으로 연결됐을 때 비로소 애착이 생긴다. 애착이 생기기도 전에 장삿속을 드러내면 다들 거부감을 느낀다. 정서적 교감을 충분히 쌓은 후에 상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팬덤을 상품·서비스 제작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일명 ‘빠’로 대표되는 일방적 팬덤 문화는 이미 지나갔다. 요즘 팬들은 단순히 열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팬노베이터’가 되기를 희구한다.

“과거 팬덤이 ‘HOT빠’와 같은 형태였다면 현재 팬덤은 ‘프로듀스 101’의 국민 프로듀서처럼 ‘참여형’ 팬덤으로 바뀌었다. 상품·서비스 제작 과정에 팬덤을 적극 참여시켜야 지지를 얻는다. 팬덤과 협업해 ‘레고 아이디어스’라는 히트작을 만든 레고가 좋은 예다.” 박찬우 대표 설명이다.

브랜드와 CEO만의 ‘가치’를 만들라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테슬라’라고 하면 전기차와 함께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다. 일론 머스크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도전하는 남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가치와 통찰력,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시키는 과정에 대중은 열광한다. 테슬라 주주와 고객도 마찬가지다. 엉망인 마감과 품질, 끊임없는 사고에도 이들은 테슬라를 적극 옹호한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보완하는 과정에 본인도 같이 참여한다고 여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사장은 “리더의 아이디어와 방향에 공감하고 나도 리더처럼 되고 싶은 동일 욕구가 높을 때 팬덤이 형성된다. 이는 리더의 사소한 실수나 실패에도 좀처럼 식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힘겹게 쌓아올린 팬덤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팬들에게 ‘내 고객은 확실히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나이키’를 예시로 든다. 나이키는 지난해 일본에서 흑인혼혈·자이니치(재일동포) 등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는 비주류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주 고객층인 ‘다양성을 존중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따르는 MZ세대’를 겨냥한 광고였다. 일본 보수·우익 세력이 극렬히 반발하고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나이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은 나이키를 ‘사지 않는’, 즉 나이키의 고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흑인·여성을 모델로 광고를 만들고 파타고니아가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모두 팬덤 마케팅의 일환이다. 각각 자기 브랜드를 소비하는 팬에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팬들만 끌고 간다’는 느낌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브랜드 팬덤이 지속되려면 이처럼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는 정말 나를 위한 브랜드구나’ 느끼도록 해야 한다.” 김병규 교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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