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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스케이프···빌 게이츠·폭스바겐 러브콜 받고 승승장구
2021-02-22 11:19:04 

최근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화제가 된 기업이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와 글로벌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투자한 배터리 회사 퀀텀스케이프다. 지난해 11월 말 켄싱턴캐피털어퀴지션이라는 스팩과 합병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관심을 모았다.
증시에 입성한 지난해 11월 말 30~40달러대에서 12월 22일 종가 기준 131.67달러까지 뛰었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이슈가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 10일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는 퀀텀스케이프 주식 2억1300만달러어치를 매수했다. 전체 해외 주식 중 매수결제금액 순위 20위다(ETF 포함).



▶15분 만에 배터리 80% 충전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

퀀텀스케이프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 자그딥 싱과 프리츠 프린츠, 팀 홀름이 공동 설립했다.

자그딥 싱은 창업에 여러 번 성공한 기업가다. 1998년 통신장비업체 라이테라를 세워 1999년 통신네트워크 장비기업 시에나에 매각했다. 2001년에는 광통신 솔루션·장비 기업 인피네라를 공동 설립했다. 지금은 퀀텀스케이프 최고경영자(CEO)다.

프리츠 프린츠는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재료공학과 교수다. 퀀텀스케이프에서는 수석과학고문(Chief Scientific Advisor)으로 활동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팀 홀름은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학사,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퀀텀스케이프 주력 제품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리튬이온이 오가는 과정에서 충전, 방전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때 리튬이온이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게 전해질이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배터리는 대부분 액체 전해질을 쓴다. 충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이 들어간 배터리에 비해 충전 시간이 짧고 운전 가능 거리가 길다. 고체가 액체에 비해 발화점이 높아 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퀀텀스케이프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에 10여년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보유한 특허는 200개 이상이다. 제품 성능도 돋보인다. 한 번 충전하면 300마일(약 483㎞)을 주행할 수 있고 15분 안에 전체 용량의 80%까지 충전된다. 현재 보급된 전기차 배터리 대부분은 주행 가능 거리가 300~400㎞, 80%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이다.

수명이 길다는 점도 돋보인다. 사용과 충전을 800번 반복한 뒤에도 배터리 성능이 80% 이상 유지된다. 아담 요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전고체 배터리는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다. 퀀텀스케이프는 전고체 배터리를 10년간 개발해왔으며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포드와 애플 등 전기차 시장 주요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투자 의견으로 비중 확대(Overweight)를 제시했다.

폭스바겐과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 역시 투자자 눈길을 끄는 사안이다. 두 기업은 2012년부터 배터리 부문에서 협업해왔다. 2018년에는 폭스바겐이 퀀텀스케이프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2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퀀텀스케이프가 만든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매출 발생하려면 4~5년 소요

▷글로벌 기업과 경쟁도 변수

하지만 한쪽에서는 기대감이 과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아직 제품 양산을 시작하지 않았으며 의미 있는 매출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매출이 없는 가운데 퀀텀스케이프는 2019년 순손실 513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3분기 4억520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2010년 설립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7억110만달러에 달한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퀀텀스케이프 측은 “전고체 배터리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매분기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예상된다. 당분간 R&D 투자 강화, 부품 재고 확보, 생산시설 확보 등을 위해 대규모 지출이 예정된 만큼 손실폭이 커질 확률이 높다. 2024년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생산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4년 제품을 상용화하고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지금처럼 퀀텀스케이프가 유망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업체 트레피스는 “퀀텀스케이프가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려면 4~5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에는 시장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 솔리드파워부터 글로벌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 중인 기업은 여럿이다. 솔리드파워는 2012년 설립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BMW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일부 기술에서는 퀀텀스케이프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를 비롯한 한중일 글로벌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상위권을 선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레퍼런스(거래 이력)를 쌓은 만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력과 R&D 인프라도 풍부하다.

우려를 뒷받침하듯 퀀텀스케이프 주가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30달러대까지 폭등했던 주가는 올해 2월 기준 40~50달러대까지 빠졌다.

미국 컨설팅 회사 겸 벤처캐피털 피터S.코한앤드어소시에이츠 회장인 피터 S. 코한은 “유명한 사람들이 투자한 기업이라고 해서 무작정 따라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 퀀텀스케이프 배터리를 상용화하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이후 많이 빠졌지만 지금이 저가매수 시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참고할 만한 재무 성과가 없는 만큼 당분간 주가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트레피스 의견 역시 새겨들음직하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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