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라진 금리인상 시계 ◆
영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유동성을 완화한 이래 금리 인상을 결정한 첫 주요 중앙은행이 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정부가 예상을 깨고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10%에서 0.15%포인트 올린 0.25%로 결정했다.
영란은행은 "노동시장이 계속 경직되고 있고, 국내 비용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적이고, 향후 4~5개월간 이어진다는 의미다. 당초 영란은행은 내년 봄에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5%를 웃돌 것이라고 봤는데,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더 강력하고 빠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란은행은 또 "오미크론 변이가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현 단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날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11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5.1% 올랐다.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블룸버그는 "기록적인 코로나 감염 사례에 대한 위험을 제쳐두고 인플레이션에 맞서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지난달 금리 인상을 점치기도 했으나 영란은행은 당시에는 고용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동결했다.
영국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8년 8월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를 올린 이후 3년여 만이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작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사상 최저 수준인 0.10%로 인하했다. 영국의 금리 인상으로 21개월 만에 기준금리 0.10% 시대가 막을 내렸다.
새뮤얼 톰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위원회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도 전에 금리를 인상했다"며 "이번 결정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당국이 얼마나 우려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정책위원회에 참석한 9명 중 8명은 금리 인상에 찬성했고, 외부 위원인 실바나 텐레이로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은 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12월과 내년 1분기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5%, 0.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어온 채권 매입은 내년 3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에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매입 속도를 늦추고, 3월에는 채권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CB는 중기적으로 물가 목표치인 2% 선을 지키려면 통화정책을 통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이날 ECB는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따른 채권 매입 규모를 현행 매월 200억유로에서 내년 2분기 매월 400억유로로 두 배 늘린다고 결정했다. PEPP 중단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ECB는 APP 규모를 3분기에 매월 300억유로로 축소하고 내년 10월에는 다시 기존대로 매월 200억유로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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