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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공동성명도 채택 못 한 G20…값비싼 사교모임 전락하나
2022-07-21 06:15:00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G20 회의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설명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G20은 1990년대 후반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을 휩쓴 외환위기로 세계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새로운 국가 간 협력체 결성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만들어졌다.

창설 초기 회원국 간 긴밀한 협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 극복에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성과 없이 끝난 발리 G20 회의…회원국 간 분열로 합의 도출 못해

AP통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16일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최근 경제위기 원인에 대한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국과 러시아의 이견으로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미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자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원인이라고 맞섰다.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인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서방의 러시아 비난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G20 회원국 간 분열 양상이 뚜렷해졌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최근 들어 구심력이 커지고 있는 브릭스(BRICS) 회원국이기도 하다.

합의문 채택이 불발되면서 G20 회의 논의 내용은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의 '의장 요약문' 형식으로 발표됐다.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동 성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제에 대해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받았다"며 "모든 회원국이 식량 불안에 대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식량 공급을 막는 무역 제한을 피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비판에 앞장섰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며 "G20의 일원인 러시아가 나머지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전쟁 성격 규정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에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것은 한때 막강한 경제그룹이었던 G20의 취약성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 소장은 로이터에 "세계 경제는 푸틴의 전쟁에 의해 G20이 무력화되고 G7도 공공의 이익을 앞장서서 이끌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웃 나라 침공으로 G20이 분열되는 현상은 2014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렸던 제9차 G20 정상회의의 데자뷔다.

당시 G20 정상회의는 같은 해 2월 발생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 영국, 호주 등 서방국 정상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집중 성토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줄곧 서방 정상들의 비난에 시달린 푸틴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전에 G20 정상 중 가장 먼저 귀국길에 오르면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진통 끝에 '브리즈번 액션 플랜'(Brisbane Action Plan)이라 불리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올해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알자지라 방송은 "드물게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된 것은 11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 재점화하는 'G20 무용론'…'값비싼 사교모임 아니냐' 비판

올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하면서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G20 무용론'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러시아와 같이 G20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원국이 침략전쟁을 일으켜 야기된 회원국 간 대립과 분열에는 속수무책이란 것이 확인되면서 이런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미 외교협회의 에드워드 알덴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G20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서 세계 경제를 강화한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G7과 G20이 유효성을 잃게 되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그룹이나 조직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G20 정상회의 같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려면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효용성 낮은 값비싼 사교모임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0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최에 소요된 예산은 6억7천900만 달러(약 8천900억 원)에 달했다.

개최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투입 예산도 수백억∼수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원국 수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1억∼5억 달러 수준인 G7 정상회의 개최 비용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주요국 정상뿐 아니라 각국 고위 관리와 보도진 등 수천 명의 관계자가 참석하기 때문에 요인 경호와 주요 시설 경비 등에 동원되는 인력과 비용이 막대하다고 토론토대 연구팀은 밝혔다.

아울러 주요국 정상들이 대부분 전용기와 전용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G20 참석을 위해 이들이 배출한 다량의 오염물질도 세계적인 탄소저감 노력에 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G20 회의가 투입되는 비용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별다른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막대한 비용만 낭비한다면 주요국 고위 관리들 간 값비싼 사교모임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도 싱크탱크인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은 "G20은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사무국이 없기 때문에 후속 조치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유일한 희망은 각 회원국이 자국 내 정책을 통해 G20에서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며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G20은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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