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비자 가전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대만 TSMC가 경고했다. 애플 등 글로벌 핵심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전 세계 전자제품 수요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다.
31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전날 열린 대만 반도체협회 행사에 참석해 "세계 시장에서 가전 수요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현장에서는 수요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최근 출시한 아이폰SE 3의 2분기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리우 회장은 "특히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스마트폰, PC, TV 등 분야에서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중국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50.2)보다 낮은 49.5로 집계돼 5개월 만에 경기 위축 국면에 재진입했다. 제조업 PMI는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선인 50보다 위에 있으면 경기 확장 국면에, 50보다 밑에 있으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고 본다.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으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는 상하이, 선전, 창춘 등 중국 도시 수십 곳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봉쇄 조치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아이폰 생산공장들이 잇달아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TSMC는 성장 목표와 투자 계획을 당장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TSMC는 지난 1월 올해 매출 성장률 목표치로 25%를 제시했으며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 등에 44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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