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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동차·반도체 간판주 무너지자…인버스에 올라탄 불개미
2022-06-14 17:52:57 

◆ 자이언트스텝 공포 ◆

미국 자동차 대표 기업인 제네럴모터스(GM) 주가가 공모 가격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GM의 주가 급락은 미국의 실물경기 악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거진 전 세계 물류·반도체 대란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탓에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뉴욕증시에서는 경기침체론이 부각되고, 투자자들은 주요 경제지표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제조업 경기를 대변하는 미국 대형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GM은 이날 하루 주가가 7.80% 떨어져 1주당 32.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11월 재상장 당시 공모가(33달러)를 밑도는 시세다. 회사는 앞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GFC)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파산보호에 들어갔다가 재상장했는데, 주가가 재상장 공모가를 밑돈 것은 반도체 대란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기 시작한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또 다른 미국 자동차 대장주 포드 모터스와 스텔란티스 주가도 각각 7.37%, 4.69% 급락해 52주 최저가에 가까워졌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주가도 하루 새 7.10% 하락했다.

최근 소비뿐 아니라 생산 측면의 제조업 지표도 악화되면서 미국 경기침체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1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5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7을 기록했다. PMI가 57을 기록한 것은 지난 1월(55.5)에 이어 올해 들어 둘째로 낮은 수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재봉쇄 여파와 반도체·물류 대란, 유가·인건비 상승 등이 동시에 겹친 탓이다.

앞서 이달 7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분석 모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계절 조정치를 기준으로 연율 0.9%로 추정돼 같은 달 1일 추정치(1.3%)보다 낮아졌다. GDP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소비와 관련해서는 개인소비지출(PCE) 전망치도 이전 4.4%에서 3.7%까지 낮아졌고, 실질 총 민간 국내 투자도 -8.3%에서 -8.5%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증시에서는 빅테크를 비롯한 대형주와 미국 장기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것이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에 각각 하락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스 숏 S&P500'(SH)과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숏 QQQ'(SQQQ)다. 숏은 시세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SQQQ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시장은 주가지수뿐 아니라 미국 국채와 주요 통화인 유로화, 엔화의 추가 하락을 점친다. 일례로 20년 만기 이상인 미국 장기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프로셰어스 숏 20+트레저리' ETF(TBF) 시세가 최근 3.87%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물가 잡기를 위한 긴축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 측면 물가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동시에 고려하면 주요국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투자 판단에서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 약세에 베팅하는 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숏 유로'(EUO)와 '프로셰어스 울트라 숏 엔'(YCS) 시세 역시 각각 4.77%, 2.33% 상승했다. 두 ETF는 2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 투자 전략을 바로 세우려면 연준의 긴축 강도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외에 유럽 경기 침체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 로버츠 퀀트인사이트 연구원은 "최근 뉴욕증시 낙폭이 커지는 원인을 연준 긴축에서만 찾으면 큰 부분을 놓치는 것"이라면서 "유럽 경기 침체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는 또 다른 뇌관"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암모니아 수입이 힘들어진 CF 인더스트리 등 유럽 비료업체들이 줄줄이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산업 현장이 하나둘 가동을 멈추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유럽은 국가 부채 비중이 높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지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 불안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하락세다.

월가에서는 1929년 이후 약세장 사례를 봤을 때 S&P500 지수가 추가로 하락해 오는 8월 말 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면서 섣부른 매매에 주의하라는 신중론을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실적 하향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만 포드와 UPS, IBM, 인텔, 브로드컴, 휼렛패커드 같은 기업들은 물가 상승기에도 초과 수익을 냈고 배당 이익도 기대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투자 메모를 통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블랙록은 신흥국 투자와 관련해 "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감안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을 비롯한 인플레이션과 중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국 주식도 매수하기보다는 보류하기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저점 매수 기회가 오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존재한다.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CNBC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S&P500 지수가 5%, 10% 더 떨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더 많은 역풍에 대비해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결국 인플레이션 압박을 넘어서는 수익률을 내왔다"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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