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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가 인플레 부추겨"…美국채금리 가파르게 치솟아
2021-09-29 17:39:02 

◆ 혼돈의 전세계 증시 ◆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직후 급락한 뒤 1년6개월 이상 거침없이 달려왔던 뉴욕 증시가 이상 파열음을 내고 있다. 뉴욕 증시는 28일(현지시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크게 출렁였다. 이날 주요 대형 기술주들이 2~4%씩 하락한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공포가 커진 것은 국채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한때 1.56%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4월에 1.7%대를 넘나든 바 있어 금리 수준 자체가 충격을 준 것은 아니다.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 7월 이후에는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4거래일 만에 0.24%포인트 오르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날 상원에서 당분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영향이 컸다.

벨리타 옹 돌턴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물가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미국 증시가 장기간 강세를 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고, 공급망 병목현상은 모든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켄 머호니 머호니애셋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세금 인상 가능성, 물가 상승, 델타 변이, 금리 인상 등 모든 역풍이 동시에 주가를 크게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 의회에서 부채한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 채무 불이행 우려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21일 부채한도를 내년 12월 16일까지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상원에서 공화당은 민주당 주도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 관련 법안을 부결시켰다.

부채한도가 상향되거나 유예되지 않으면 미국은 초유의 디폴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미 정부는 8월 1일부터 추가로 돈을 빌리지 못해 남은 현금과 비상 수단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긴급 조치를 실행 중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의회는 30일까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다음달 18일까지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비상 조치가 소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이 3주 내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이지만 미 의회는 여야 간 대치, 민주당 내 의견 대립 등으로 한 발짝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금융시장, 고객 계약, 국가신용등급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 비둘기'인 파월 의장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워런 의원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파월 의장은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유동성 요건을 약화시켜 시스템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런 것이 파월 의장을 위험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이것이 내가 재지명에 반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워런 의원은 연준의 규제 완화 조치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권 붕괴와 같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지만, 옐런 재무장관은 연임에 찬성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투자 분석 업체 페어리드스트래티지의 케이티 스톡턴 설립자는 이날 급락한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를 언급하면서 "대형 기술주는 현재 주식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장 몸집이 크기 때문에 조금만 흔들려도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스톡턴은 이들 빅테크 기업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S&P500 기업 총시총의 약 25%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의 발자국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투자자들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리 왈드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빅테크주 하락세가 중소형주와의 격차를 메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왈드는 "대형 기술주들은 앞서 이미 큰 하락세를 보였던 다른 종목들과 격차를 메우고 있다"면서 "조정은 억제될 것이며 분위기가 약세장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S&P500지수가 지난 7월 최저 수준인 4230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S&P500은 4352.63으로 마감했다.

아직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가 매수세가 강하기 때문에 하락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톰 리 펀드스트래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 킬러'는 아니다"면서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으며 시장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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