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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 혁신금융] `회색 코뿔소`가 앞당긴 新금융…핀테크·챗봇 질주
2020-03-24 04:02:01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다. 미래금융 기술 등으로 미리 대처해야 한다".

올해 초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새해를 맞아 그룹 임원들에게 한 말이다. `회색 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조 회장이 우려했던 위험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저금리 시대 도래와 경제시스템 붕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위기 등 더 무시무시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등을 겪은 금융권은 신뢰 회복을 위해 대대적으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아이디어만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금융권 핵심 화두인 `혁신금융`의 본질이다.

KB금융은 핀테크랩 `KB 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혁신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이 중 `KB 스타터스`로 선발된 기업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KB금융은 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내년까지 200개가 넘는 스타터스를 선정하고 `10-10클럽` 달성 스타트업을 더 많이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10-10클럽`은 KB금융 계열사로부터 10억원 이상의 투자와 10건 이상의 제휴를 달성한 스타트업을 뜻한다.

신한금융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신한 퓨처스랩`을 운영 중이다. 조용병 회장은 향후 3년간 2조1000억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2000개를 발굴해 지원하고,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트리플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지금까지 총 76개 스타트업을 발굴했으며 다양한 협업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으로 `디노랩(Digital Innovation Lab)`을 운영 중이다. 디노랩에 선발된 기업은 사무공간, 특허·세무·회계 컨설팅, 투자유치와 사업화, 해외 진출 등을 지원받는다. 핀테크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기술이나 우리금융과 연계 가능한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금융에 속한 우리은행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혁신성장기업 등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중점 지원해 지난해 기술금융 순증가 부문에서 시중은행 1위를 달성했다.

또 금융권은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비대면 확대를 통한 자체 비용 감소 등을 획기적으로 추진 중이다. 은행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챗봇(문자 또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핀테크 중심의 새로운 신용평가 기술, 증권·카드사들이 도입한 이상 탐지 거래 시스템, 최근 광범위하게 적용 중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대표적인 금융권 신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 도입을 위해 농협금융은 업무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모든 계열회사로 확대된다. RPA는 지난해 이미 농협은행 18개 부서 32개 업무에 적용됐다. 챗봇 상담과 머신러닝 기반 심사·채권 관리도 정교화된다. 작년 농협은행 상담용 챗봇 답변율은 약 100만건에 이른다.

삼성카드의 `링크(LINK) 비즈파트너`는 혁신금융의 대표 사례다. 링크 비즈파트너는 중소 가맹점주가 가맹점 전용 홈페이지에 고객에게 줄 혜택을 직접 등록하면 삼성카드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게 이용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삼성카드 빅데이터 기술인 `스마트 알고리즘`이 고객 개인별 소비 형태를 분석해 선호 업종과 활동 지역 등을 분석한다.

신한카드가 선보인 혁신금융서비스 1호는 신용평가(CB)인 `마이크레딧` 서비스다. 신한카드는 고객 2500만명의 빅데이터와 코리아크레딧뷰로(KBC) 데이터 등을 결합해 개인사업자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모형과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매출추정모형을 개발했다. 매출추정모형은 영세사업자의 매출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그동안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비대면 보험서비스 강화를 위해 선보인 `초간편 보장분석 시스템`도 혁신금융의 또 다른 사례로 눈길을 끈다. 초간편 보장분석 시스템은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가입한 보험 내역을 분석해준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자본을 활용해 굵직한 해외투자 건을 성사시켰다. 작년 5000억원 규모 홍콩 오피스 메자닌 론,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세계 최대 드론사 DJI,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시장 1위 업체 그랩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며 우량 자산을 선도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자하며 생활금융 플랫폼이 될 핀테크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실물자산과 부동산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자 안정성을 높이며 혁신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조화금융본부는 실물자산투자본부로 변경하고 아래에 실물자산투자 1·2·3부를 뒀다. 실물자산투자본부는 오피스,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 관련 투자를 담당한다. 한국투자증권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본부를 중심으로 빅테이터 기반 AI 산업에 대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자 중심의 첨단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선보인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는 단기간에 10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문일호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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