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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화상회의 하면서 메일 보내고 차트 띄우고…디지털 협업도구 시장, 합치니까 잘나가네
2020-12-25 17:41:48 

영상회의 협업도구 '줌(Zoom)'은 원격으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기능만 제공하다가 최근 이메일과 캘린더까지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카카오톡 같은 단체 대화 기능을 통합시킨 줌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지배하고 있는 이메일·캘린더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웹엑스'라는 협업도구를 만드는 시스코는 최근 인수·합병(M&A) 2건을 발표했다. 자금 7300만달러(약 8000억원)를 들여 클라우드 기반 통신회사 'IMI모바일'을 인수했다.
다른 한 곳은 파워포인트 같은 문서를 클라우드에서 보여주는 '슬라이도'라는 회사다. 시스코는 웹엑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 9월 '배블랩스'라는 인공지능(AI) 음성 판별 회사도 사들였다. 불과 3개월 만에 디지털 협업 관련 회사 3곳을 인수했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디지털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일즈포스는 지난 3일 업무용 메신저 회사인 '슬랙'을 무려 30조원에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수 이유에 대해 세일즈포스는 "우리를 이용하는 기업이 자신의 고객과 더욱 원활하게 디지털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필수품이 돼버린 디지털 협업도구 시장을 둘러싼 실리콘밸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미 빠르게 '합종연횡'을 통한 재편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초반에는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회의와 같은 디지털 협업도구는 수억 명이 매일 일상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이미 대중화됐다. 그런데 여기에 더 많은 투자가 들어온다는 것은 시장 규모 자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는 얘기다. 즉 팬데믹 이후에도 디지털 협업도구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실리콘밸리에 팽배한 셈이다.

일단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용량 증가가 급격하다. 대표적인 디지털 협업도구인 줌과 MS 팀스 사용량이 급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3억명가량이 매일 줌을 사용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그 숫자는 1억명 정도였다. MS 팀스는 약 1억1500만명이 매일 쓰고 있으며 시스코 웹엑스에 접속하는 전체 회의 참가자는 월간 6억명가량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있기 전과 비교하면 모두 급격하게 성장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에도 한계를 느끼는 일이 꽤 있다. 디지털 협업도구를 사용하면 대면회의를 할 때에 비해 불편한 점이 여전히 많다. 대면 접촉을 통해서는 금방 해결될 일이 영상회의로는 한참 걸리기도 한다. 회의를 하면서 문서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회의 창을 줄였다가 그 문서를 다시 열어야 하는 식으로 굉장히 번거롭다. 아직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조작에 미숙한 사람 역시 상당히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원격회의로 업무를 하면서 20분·30분 단위로 짧은 회의가 많이 생기는 바람에 대면회의로 진행할 때보다 오히려 업무 피로도가 증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면 디지털 협업도구 시장은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전망한다. 지투 파텔 시스코 웹엑스 담당 총괄임원(전무)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디지털 협업도구 시장은 이제 성장 초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에런 레비 BOX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한 것은 더 큰 시장이 열리는 모멘텀과도 같다"고 전했다.

특히 레비 CEO 말처럼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한 것은 서로 다른 디지털 협업도구 회사들이 합종연횡하는 일종의 대형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도비도 지난달 11일 '워크프런트'라는 협업 툴 회사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4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영상회의 앱을 만드는 회사 '블루진스'를 5억달러에 사들였다.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통합하면 기존 세일즈포스 고객은 슬랙이라는 또 다른 디지털 협업도구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또 시스코가 슬라이도를 자사 영상회의 앱 웹엑스에 통합하면 회의를 하다가 파워포인트 앱을 별도로 열지 않아도 회의 참가자들이 웹엑스에서 바로 문서를 같이 볼 수 있게 된다. 사용자로서는 여러모로 편리해지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만 더해지고 합쳐지는 추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 또한 소프트웨어 위에 합쳐져 새로운 디지털 협업 환경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영상회의 시장 최강자인 줌은 이미 자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태블릿PC TV 웹캠 등 하드웨어를 구독경제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시스코도 '데스크허브'라는 하드웨어 제품을 새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호텔 공공시설 사무실 안에서 공동으로 쓰는 공간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여기에 내려놓기만 하면 그 자리가 바로 자신의 전용 사무실로 변신하게끔 설계돼 있다. 파텔 전무는 "궁극적으로 웹엑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해 월정액 구독상품 형태로 판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레일라 세카 오퍼레이터캐피털 파트너는 현지매체 테크크런치와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알게 된 것은 디지털 협업도구를 통해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이 M&A로 자신의 플랫폼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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