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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사로잡은 ‘할매 음식’-쑥·흑임자·인삼…‘할메니얼’을 아시나요
2020-06-08 10:46:31 

“아주 요물이다. 떡 식감도 좋고 인절미 스프레드는 고소함 그 자체다. 앉은 자리에서 4개 순삭했다(순식간에 먹었다).”

“녹차라테와 맛은 비슷한데 훨씬 건강에 좋은 제품인 것 같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쑥·흑임자·인절미까지, 그 시절 추억의 맛 인기가 뜨겁다. 이 ‘할매틱’한 음식을 찾는 세대는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아니다. 10대와 20대, 이른바 ‘MZ’세대다. 극단적인 매운맛(마라)과 단맛(흑당) 사이를 오가던 이들이 이번에는 삼삼한 옛날 입맛에 꽂혔다. 녹차라테 대신 쑥라테를 찾고 다크 초콜릿 대신 흑임자를 달라고 외친다. 인절미와 떡, 양갱을 케이크 못지않은 고급 디저트로 추앙한다. MZ세대의 못 말리는 ‘할매’ 입맛 사랑에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식품·유통업계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할메니얼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과자, 아이스크림, 우유까지

▷‘할메니얼’ 식품 인기몰이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할매 입맛’을 접목한 ‘찰 초코파이’를 선보였다. 인절미 초콜릿과 인절미 스프레드가 들어간 ‘찰 초코파이 인절미’와 흑임자 빵에 흑임자 스프레드가 더해진 ‘찰 초코파이 흑임자’ 두 가지 맛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할매 입맛에 열광하는 10대와 20대를 노리고 만든 제품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2019년 연말에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 5월까지 약 62억원어치나 팔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흑임자·인절미 등 한국 전통의 맛을 초코파이와 접목한 색다른 제품인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유행에 민감하고 이색 조합에 열광하는 10대와 20대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을 만든 게 성공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가 내놓은 ‘비비빅 흑임자’는 2019년 3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4월까지 800만개가 팔려나갔다. 인기에 힘입어 ‘투게더 흑임자’ 맛도 내놨다. 투게더 흑임자는 지난해 11월 판매 이후 30만개가 판매됐다. 빙그레 측은 한국인 입맛에 익숙한 전통 소재 제품을 아이스크림이라는 생소한 형태로 풀어낸 게 인기 요인이라 분석한다.

서울우유도 흑임자·귀리 맛 우유를 내놓으며 옛날 입맛 열풍에 가세했다. ‘할매 입맛 유행을 즐기는 동시에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제품’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향토적인 이미지의 전통 식재료들이 일명 ‘할매 입맛’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젊은 소비층에서 유행이다.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뒤질세라 유통업체도 할메니얼 흐름에 올라탔다.

편의점 CU는 롯데푸드와 손잡고 5월 7일 ‘빵빠레 흑임자’를 공개했다. 일주일 사이에 매출이 2.4배 증가했을 만큼 인기다.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CU 아이스크림 매출 순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2월에 내놓은 초당순두부콘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선보인 지 2개월 만에 100만개 넘게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인절미 클라우드 생크림’과 ‘흑임자 튀일 생크림’ 등 할메니얼을 접목한 케이크로 재미를 보고 있다. 4월 초에 나란히 나온 두 제품은 2주 만에 약 6만개가 판매되면서 같은 기간 투썸플레이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케이크 3·4위에 나란히 올랐다. 2주간 전체 케이크 품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상승했다. 할메니얼 재료로 만든 케이크가 전체 케이크 매출까지 견인한 셈이다.

디저트 카페 ‘설빙’은 최근 할매 입맛을 더한 빙수 ‘웰빙설빙 3종’을 공개했다. 꿀과 인삼을 올린 ‘꿀인삼설빙’, 쑥을 주재료로 사용한 ‘쑥찰떡설빙’, 흑임자 가루를 뿌린 ‘흑임자찰떡설빙’ 3가지 맛이다.

설빙 관계자는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설빙 브랜드에 가장 알맞은 음식이라 생각했다. 또 과거 흑임자 빙수를 내놨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때 경험을 살려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상품을 내놨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왜 젊은 세대들이 할매 입맛에 열광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복고 심리’와 ‘건강’을 이유로 꼽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래 불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검증된 상품을 찾는다. 성공에 대한 향수로 복고 상품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옛날 음식을 찾는 건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이슈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복고 심리에 건강한 식품을 원하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전통 소재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할메니얼 재료가 가진 의미에 매료된 결과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MZ세대는 현상이나 물건에 담긴 의미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쑥·흑임자 등 이른바 옛날 음식은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하면서 역사와 의미가 담긴 스토리가 풍부하다. 이들이 가진 의미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옛날 재료로 만든 음식을 너도나도 찾기 시작한 게 할메니얼 열풍으로 이어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가족과 함께 먹기 쉽다는 점이 할메니얼 음식 인기에 한몫한다고 본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부모님과 함께 디저트를 먹으려고 하면 막상 선택지가 크게 없다. 본인들이 평소에 즐기는 음식은 부모님 세대 입맛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 입맛에 맞지 않는 쌍화차 등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 할메니얼 음식은 양쪽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다. 실제로 매장 방문 고객을 분석해보면 10대와 20대 손님만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시식기 | ‘할메니얼’ 빙수 직접 먹어보니

한입에 느껴지는 ‘건강한 맛’ 의외로 괜찮네?

MZ세대를 사로잡은 할매 입맛 음식. 어떤 맛이길래 그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설빙의 ‘꿀인삼설빙’과 ‘흑임자찰떡설빙’을 직접 먹어봤다.

꿀인삼설빙은 우선 빙수 위에 올라간 수삼이 눈에 띈다. 빙수를 받자마자 알싸한 인삼향이 코를 찌른다. 얼음 위에 있는 황금색 가루를 살짝 맛보니 인삼의 진한 맛이 그대로 혀에 전달된다. 인삼을 갈아 만든 생인삼 가루다. 옆에 있는 꿀을 뿌려 먹으니 인삼 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섞인다. 인삼의 쓴맛을 꿀이 적절하게 잡아준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꿀을 뿌려 먹어야 진정한 맛이 난다는 설빙 측 설명이 수긍이 간다. 다만 인삼향이 너무 강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다. 인삼이라는 재료 자체에 거부감이 심하다면 먹기 힘들 수도 있겠다.

흑임자찰떡설빙은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이 특징이다. 팥과 아이스크림이 더해져 달달한 맛은 기본이다. 흑임자 가루와 떡의 궁합도 괜찮다. 다만 흑임자 자체의 고소함만 즐기고 싶다면 연유를 뿌리지 말고 먹기를 권한다. 연유까지 더해지면 단맛이 고소한 맛을 잡아버린다.


총평. 익숙한 재료지만 빙수라는 형태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맛이다. 재료가 재료인지라 맛 자체는 삼삼하다. 달거나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에 지친 사람이라면 ‘할메니얼’ 음식은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2호 (2020.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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