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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끌려가 못 돌아온 13살 소녀..."아베가 책임져야"
2020-07-11 06:01:04 

[한중일 톺아보기-19]※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 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7일 6·25 전쟁기간 중 포로로 붙잡혔다 탈북한 국군들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최초의 손해 배상소송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재판부는 북한 정권에 강제 억류, 노역, 북한 주민으로의 편입 등 불법행위와 인권침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한 첫 소송 사례라는 것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민간인 납북자들의 가족들이 낸 손배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6·25때 북에 끌려간 뒤 돌아오지 못한 대한민국 국적자는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통일부에 따르면 휴전 후에도 약 4000명의 민간인이 납북된 바 있으며 이들 중 500여 명은 여전히 억류 중입니다. 주로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체제경쟁이 첨예했던 시기, 북한 정권은 남한 국민들을 납치해 대남공작원 교육 또는 북한의 체제선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번 판결 소식은 일본 미디어들도 일제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보도부터 하고 보는 일본 언론이지만,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납북자 문제가 일본 사회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인 납북자의 상징 요코타 메구미

일본에서 납치 문제는 북한과 관련된 사안 중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일본 대중들의 관심도도 가장 높죠. 특히 요코타 메구미는 일본에서 '납치' 하면 모두 그녀를 떠올릴 정도로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일본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북한 정권을 규탄할 때 항상 언급하는 대상이기도 하죠.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는 물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요코타 메구미는 1977년 13살 때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뒤, 고등학생 때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을 앓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그녀가 1994년 사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의심 정황이 있어 생존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태영호 등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그녀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북한은 1970~1980년대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일본인들을 주로 대남 스파이 양성교육을 목적으로 납치한 바 있습니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김현희가 바로 이 피랍 일본인 출신 중 한 명에게 일본인으로 위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었죠. 수십 년간 미궁에 빠졌던 일본인 실종 사건은 김현희의 증언으로 북한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2002년에 이르러서야 북·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전모가 밝혀지게 됩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일본인 납북자는 현재 총 17명으로, 이 중 2002년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에 대해선 미해결 상태라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는 총 13명으로 귀국자 5명 이외에 8명은 사망했으며,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납북자 문제로 뜬 정치인 '납치의 아베'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는 대표적인 대북 매파이자 '납치의 아베'라는 별칭까지 붙는 정치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습의원으로서 딱히 내세울 경력도 없던 그가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정치적 자산이 바로 납북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아는 듯 아베 총리 스스로도 납북 문제 해결을 자신의 '최대 정치적 사명'으로 내세워왔죠.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당시 관방부 장관이던 아베는 '대북 매파'를 자처하며 '대북 협상파'였던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과 대립했습니다.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 일본인 8명의 사망 소식은 반북 여론을 들끓게 했고, 그 결과 다나카 히토시 심의관은 매국노로 비난받으며 옷을 벗게 된 반면, 아베는 대중적 인기를 딛고 고속 승진의 기회를 얻죠. 납치 생존자 5명의 북한 송환을 북한과의 약속을 파기하면서 본인이 막았다고 선전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강경 대응을 고수하는 등 납북 문제에 있어 눈에 띄는 행보로 일약 스타 정치인에 등극합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03년 겨우 3선 의원의 경력으로 자민당 서열 2위인 간사장에 취임했고, 2006년 52세의 나이에 전후 일본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죠. 현재는 일본 최장수 총리로서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납북자 가족 "피해자 죽게 내버려둔 아베 책임"

지난달 딸의 귀환을 40년 넘게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가 끝내 딸과 재회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의 평균 연령이 88세에 이르는 고령이다 보니, 이처럼 피해자와 재회하지 못한 채 눈을 감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납북 피해자 가족회의 전 사무국장 하스이케 도오루는 바로 "아베 총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납치돼 24년간 억류돼 있다 풀려난 일본인 납북자 5명 중 한 사람인 하스이케 가오루의 친형입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납북 문제 해결을 공언해왔지만, 그건 거짓말일 뿐 이제껏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는 "아베 총리는 납북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며 심지어 "아베 총리가 납북자들을 죽게 내버려두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죠.

이외에도 아베 총리의 납북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적지 않습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교수 역시 총리 자리에 있는 동안 납북 문제의 해결을 입이 닳도록 공언해온 아베 총리의 말이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총리 자리에 오른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납북 문제를 필두로 한 '북한 위협론'을 적절히 이용해 자신들만이 일본을 지킬 수 있다고 선전하며 지지층을 결집해 왔습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본인과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에 수차례 납북피해자 가족을 불러 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어필하는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인 바 있죠. 또한, 납북 문제를 통해 대내외에 일본이 2차 대전의 '역사적 가해자'라는 사실을 불식하는 한편, 일본을 '역사적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납북자 문제 이용하다 스스로 옭아매인 아베 정권

지난해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납치 피해자 2명의 생존 정보를 건네받고도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산 바 있습니다. 당시 정보를 전달받은 일본 정부 당국자는 2명만으로는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려워 공표를 하지 않기로 했고 아베 총리도 수락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지난 6일에는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북자 이외에 '납북 의심자'로 공표한 실종자 876명 중 일본 내 생존해 있거나 사망이 확인된 인원만 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만을 토대로 '납북 의심자'로 넣는 분류법이 정작 북한과의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총리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아베 3원칙'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왔습니다. 납치문제와 관련해 아베 3원칙이란 △납치 문제는 일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일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고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북자 전원이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세 번째인 일본 정부가 공인한 피해자의 전원 생존 귀환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이 원칙을 전부 충족시키면서 문제 해결에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의 가미쿠보 마사토 교수는 "납치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아베 총리의 포퓰리즘적 기회주의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베 총리는 스스로 납북 문제에 대해 높은 허들을 설정하고 해결을 공언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베 3원칙에 따른 철저하고 완벽한 검증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차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은 언동으로 북·일 간 협상의 창구는 닫혀왔습니다. 감정적 여론에 영합하며 그간 일본 국민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놨지만, 정작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아베 총리 스스로 현실성이 부족한 공약에 얽매이고 만 거죠.
"사람이 먼저"라면 납북자 인권 중시해야

한일 양국의 납북자 문제는 국적뿐 아니라 역사와 발생 배경 등 구체적 사안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같습니다. 폭압적인 북한 정권에 의해 개인의 인권이 무참히 유린된 비극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가 일본에서 최대 관심사인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전시 납북자까지 고려할 경우 일본보다 수천 배나 많은 납북자들이 존재하는데도 점점 잊혀져 가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납북자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납북자 문제는 적당히 넘어가도 되는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처음 명시됐습니다. 그동안의 결의안에는 일본인 납북자만 거론돼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에 처음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대북 인권결의안에 명시된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닌,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온 비정부기구의 노력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와 가장 밀접한 당사국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며, 진보를 표방한 정부로서 진보는 커녕 퇴보적 행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납북자 문제는 자국민 보호의 문제이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 보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의 송환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건 국가의 책무입니다. 국민의 안위를 등한시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결코 존경받기 어렵습니다. 인권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면 안 된다는 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진정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면, 인권 문제에 대해서 항상 일관적인 태도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사람이 먼저"라는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와도 부합하는 길일 겁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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