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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사는 6억원 이하 서울 중저가 아파트
2020-07-23 09:23:21 

최근 서울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가 무섭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자금 출처 제출 등 초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정부 규제 탓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등을 담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올 1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던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도 상승 또는 보합으로 전환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대문·강북·성북구·노원구 등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값이 일제히 올랐다는 점이다. 12·16 대책으로 9억원 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죄자 돈은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강북으로 몰렸다. 대출 규제가 불러온 풍선효과인 셈이다.

특히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중저가 주택에 대해 기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정부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는데 연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기준으로 8000만원, 종전보다 1000만원 올렸고 생애 최초 구입자는 9000만원까지 상향했다.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도 10%포인트 완화했다. 예컨대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LTV가 40%에서 50%로 확대되면서 5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했던 자기자본금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5000만원가량의 여유가 집값에 더해지면 매수세가 더 붙을 여지가 있다. 또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LTV를 최대 70%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 주택 기준이 ‘6억원 이하’라 중저가 아파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출 규제 완화 영향을 직접 받는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4억~5억원대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6억원 턱밑까지 상승했다.

은평구 ‘갈현e편한세상1단지’ 전용 84㎡는 지난 7월 7일 5억7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팔렸다. 지난 5월 5억4500만원에 거래된 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가 집주인이 부른 호가에 거래가 이뤄졌다. 올 1월 4억7000만원에도 거래되던 아파트다. 327가구 규모 작은 단지인 데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걸어서 19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6호선 구산역인데도 인근 연신내역을 통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2023년 개통 예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며 시세가 부쩍 올랐다.

지하철 6호선 창신역 역세권인 종로구에서는 준공 30년 미만 20평대 매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창신쌍용1단지 전용 54.7㎡가 지난 6월 30일 5억6900만원에 팔렸다. 2018년까지만 해도 4억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이 단지는 올 들어 두어 달에 한 번 계약서를 쓸 정도로 거래가 뜸했는데 6월 들어서만 아파트 4채가 잇따라 새 주인을 찾았다. 창신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서울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 도심과 가깝고 가격이 저렴해 신혼부부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용 32㎡는 지난 7월 초 6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난 1월 5억300만원 선에 거래되다 7월 들어 6억원 상한선을 찍었다. 7월 10일 대책 발표 직후에는 이보다 5000만원 비싼 6억5000만원에도 호가가 형성된 상태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일명 미미삼)’ 아파트는 더 이상 6억원 이하 아파트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5억원대에 머물던 전용 59㎡는 올 들어 6억원을 넘겼다. 대책 발표 직전인 6월 16일 7억5000만원에 3건이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미미삼 바로 옆 삼호4차 역시 전용 50㎡가 올 1월 4억7000여만원대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5억3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경매 시장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 인기가 감지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는 감정가 6억원 미만인 아파트 총 34건이 매물로 나왔는데 이 중 26건(낙찰률 76.5%)이 낙찰됐다. 낙찰률이 전월 54.5% 대비 22%포인트나 상승했고 올해, 지난해를 통틀어 월별 최고 낙찰률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의 6억원 미만 아파트는 7월(62.7%), 9월(62.1%)을 제외하고 늘 40~50%대 낙찰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 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반영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올 2월부터 100%를 웃돌고 있다. 지난 6월 경매로 나온 금천구 시흥동 삼익아파트에는 21명이 응찰했는데, 감정가(3억9200만원)를 훌쩍 넘긴 5억1488만원(낙찰가율 131%)에 낙찰됐다. 강동구 천호동 성인아파트도 감정가 3억3300만원에서 경매가 시작됐지만 9명이 경쟁하며 3억8860만원(낙찰가율 117%)에 낙찰됐다.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우성아파트 역시 감정가 2억4000만원에서 3100만원 오른 2억7100만원(낙찰가율 113%)에 팔렸다. 이외에 강동구 천호동 우정아파트(20명), 홍은동 풍림1차아파트(13명)에도 응찰자가 몰렸다.

이런 현상은 최근 서울 내 고가 아파트 응찰자가 대폭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서울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올해 월별 경매 진행 건수는 ▲1월 9건 ▲2월 7건 ▲3월 2건 ▲4월 9건 ▲5월 8건에 그쳤다. 낙찰률 역시 지난 5월(62.5%)을 제외하면 모두 40~50%대였다. 건당 평균 응찰자는 3개월 연속 1명대였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재 물건이 경매에 나오면 유찰 없이 바로 낙찰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6억 이하 아파트 63 → 30%

▷매수자 < 매도자 우위 현상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중저가 아파트 인기가 계속되면 집값이 6억원 턱밑까지 오르는 ‘갭 메우기’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내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추세라 당분간 매도자 우위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017년 5월 62.7%(78만7277가구)에서 올 5월 30.6%(38만2643가구)로 낮아졌다.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광진구에서는 6억원 이하 아파트가 1만1209가구에서 841가구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2만9162가구는 있던 동작구에도 이제 2785가구밖에 안 남았다.
마포구에 3881가구, 용산구에 712가구, 성동구에는 1319가구만 남았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에서도 26.4% 줄어든 8만5865가구만 남았다. 그나마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높은 중랑구(전체 아파트의 81.2%), 도봉구(76.5%), 노원구(73.9%), 금천구(73.6%), 강북구(70.1%), 구로구(59.4%)도 3년 전(94~98%)과 비교하면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자금 출처 조사 영향으로 전체 주택 거래는 위축됐지만 자금 출처 의무가 없는 6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서울 외곽 지역과 재건축·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6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8호 (2020.07.22~07.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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