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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도 스마트농업 시대…드론 파종으로 생산비 30% 줄고 수확량 `쑥`
2020-10-18 16:04:57 

◆ SPECIAL REPORT : 富農 꿈 키우는 `벼농사 혁명` ◆

우리나라 농지 중 대략 절반은 논이다. 논에서는 벼가 재배된다. 벼농사가 우리 농업의 근간인 셈이다. 그런데도 농촌 출신이 아니면 사람들은 벼에 대해 잘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쌀이 쌀나무에서 열리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건 우리나라에 쌀이 풍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초반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한 이후에는 오히려 남아도는 쌀 처리가 더 문제였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사람들이 깊이 관심을 둘 이유도 사실은 별로 없었다. 더구나 육류 소비가 늘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쌀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한국 대표 농산물인 쌀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생기는 이유다.
쌀 남아돈다는 건 옛말될 위기


그런데 최근 들어 쌀이 수상하다. 쌀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생산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쌀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논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09년 101만㏊이던 논 면적이 작년엔 83만㏊로 10년 새 17.8% 감소했다. 여의도 면적(290㏊)의 620배에 달하는 논이 10년 새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논 대부분이 공공용지나 주거지로 전환됐다. 농업 외 용도로 바뀐 것이다.

쌀 생산량도 2009년 492만t에서 작년 374만t으로 24.0% 급감했다. 당연히 쌀 자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쌀 자급률은 92.1%를 기록했다. 2016년 104.7%에서 3년 만에 12.6%포인트나 추락했다. 주식인 쌀 자급률 하락은 전체 식량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 2016년 50.8%에서 작년 45.8%로 5.0%포인트 떨어졌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바로 농가 인구의 초고령화 추세다. 통계청 '2019 농림어업조사결과'에 따르면 농가 인구 중 70세 이상이 33.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6.6%다.

지금까지 그나마 벼농사가 유지돼온 것은 다른 농사에 비해 노인들이 짓기 쉬운 농사였기 때문이다. 벼농사는 밭농사나 시설농에 비해 기계화율이 높아 사람 손이 갈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동네 지인이나 농지은행을 통해 위탁 재배하기가 용이하다. 작년까지는 직불금 혜택도 논 농가에만 돌아갔다. 농민은 벼농사를 선택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농가 인구가 초고령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고 농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 직불금 또한 공익형으로 전환된 올해부터는 밭농사에도 똑같은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노인들이 벼농사를 지을 유인이 더 약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쌀은 거꾸로 가고 있다.
벼농사 위기 속 싹트는 스마트농업


다행히 위기의 벼농사에 구원투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 농법이 적용된 '스마트 벼농사'의 등장이다. 채소와 과일 등 시설재배에 스마트팜이 적극 활용되듯이 벼농사에도 스마트 농법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 벼농사 혁명'이 1970년대 한국인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통일벼 혁명'에 버금가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벼농사의 핵심은 그동안 토지생산성에 집중하던 벼농사 농법을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최대 과제였다. 한정된 국토 면적을 보유한 나라에서 전 국민을 풍족하게 먹일 쌀을 생산하려면 같은 땅에서 보다 많은 쌀을 수확하는 것이 1순위 과제였다. 박정희 정권 때 밥맛이 아무리 없어도 통일벼 재배를 강제 독려한 것도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더 절실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쌀 자급률이 어느 정도 달성된 이후 '맛없는' 통일벼가 도태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통일벼가 사라지면서 맛 좋은 품종의 벼가 속속 도입됐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 벼농사는 여전히 토지생산성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력, 설비, 비료 등을 대거 투입해 같은 면적에서 많이 생산하는 게 여전히 최선의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문제가 많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아무리 많아도 투입되는 인력, 설비, 비료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실제 농민이 손에 쥐는 순수익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촌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스마트 벼농사의 시작은 소식재배


벼농사 농법의 혁신 사례 중 첫 번째는 소식재배다. '소식(疎植)'은 벼를 성기게 심는 것을 말한다. 소식재배를 순우리말로 '드문모심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벼농사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모판에 볍씨를 뿌린 뒤 싹을 틔우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벼가 15㎝ 정도 자라면 모판(육묘상자)을 논으로 가져와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는 보통 가로 30㎝, 세로 15㎝ 간격으로 일정하게 심는다. 과거엔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작업을 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이앙기가 도입됐다.

일반 벼농사는 모내기 때 벼 10개를 한 뭉치로 심는다. 그렇게 해야 자라면서 옆으로 퍼져 추수할 때가 되면 논 전체가 벼로 꽉 찬다. 이에 비해 소식재배는 벼 4개를 한 뭉치로 심는다. 벼 뭉치를 심는 간격도 가로 30㎝, 세로 20㎝로 좀 더 띄운다.

일반 벼농사에서는 33㎡(약 10평)당 모판 1개가 필요하다. 4만㎡(약 1만2000평) 벼농사를 지으려면 모판이 1200개 필요한 셈이다. 이에 비해 소식재배는 벼를 성기게 심기 때문에 132㎡(약 40평)당 모판 1개만 있으면 된다. 일반 벼농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00개 모판만 있으면 4만㎡에 모내기를 할 수 있다.

모판 수가 줄어든 만큼 비용이 절감된다. 볍씨도 적게 들고 공간도 덜 필요한 데다 모판을 실어 나르는 데도 장비와 인건비가 덜 들어간다. 무엇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

소식재배가 보급되기 시작한 건 2016년이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대 등에서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곡창지대 중 한 곳인 전북 익산은 작년에 전체 논 면적 중 10%, 올해 50%를 소식재배로 전환했고, 내년에 100%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벼농사 전문가인 박광호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벼를 성기게 심으면 뿌리가 튼튼해지고, 잎이 부챗살처럼 잘 퍼져 광합성이 잘되면서 생산성이 좋다"며 "벼 사이사이로 바람이 잘 통해 병해충에도 강하다 보니 비료나 농약이 적게 들어 비용 또한 많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모내기 필요 없는 직파법 재등장


소식재배가 확산되는 가운데 모내기가 필요 없는 벼농사도 시도되고 있다. 모판에서 볍씨 싹을 틔운 뒤 모내기를 하는 게 아니라 논에 바로 볍씨를 뿌리는 방식이다. 이른바 '직파(直播)재배' 일종이다. 직파재배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예로부터 벼 재배는 직파로 이뤄졌다. 인류가 벼 재배를 시작한 기원전 3500년께에는 직파재배가 일반적이었다. 한반도에서도 기원전 3000년께 중국에서 벼가 도입된 이후 직파재배가 이뤄졌다. 모내기가 역사책에 처음 등장한 건 고려시대였다. 물을 채운 논에서 벼를 재배하면 잡초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견된 뒤였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 모내기법이 전국적으로 장려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벼농사는 직파재배 위주였다.

그런데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무논(물을 댄 논)에 볍씨를 점점이 뿌려 재배하는 무논점파가 새로운 벼농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농업계에 무논점파 기술이 처음 도입된 건 20년 전이었지만 당시에는 볍씨를 무논에 뿌리면 물 위에 뜬 볍씨를 조류가 먹어치워 생산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한국농수산대 연구팀 주도로 볍씨에 철분을 코팅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걸림돌을 해결했다. 철분이 코팅된 볍씨는 무거워 물에 뜨지 않는 데다 표면이 딱딱해 새가 쪼아 먹기 어렵다.

현재 경남 함안 등 일부 지역에서 무논점파 방식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김정화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은 "무논점파는 수확량이 좋고, 병해충이나 쓰러짐에도 강한 장점이 있다"며 "다만 파종 시기나 물 관리 등을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벼농사 최고봉은 드론직파


직파재배 중에서도 볍씨를 뿌릴 때 드론을 활용하는 농사법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드론을 활용하면 한 사람이 하루 23만~26만㎡(약 7만~8만평) 논에 볍씨를 뿌릴 수 있다. 일반 모내기 방식으로는 2~3명이 닷새 이상 작업해야 하는 양인데 단 하루 만에 한 사람이 끝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판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드론직파는 초기에는 성공률이 높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논바닥에 그대로 볍씨를 뿌린 탓에 어느 부분은 논이 물에 많이 잠기고 어느 부분은 덜 잠겨 싹이 일관되게 나지 않았다. 이에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레이저 균평기' 기술이 한국농수산대 연구팀 주도로 도입되면서 드론직파에 탄력이 붙고 있다. 박 교수는 "논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고르지 않으면 땅이 물 위로 드러난 곳에선 잡초가 많이 자라고, 물이 깊은 곳에서는 벼가 죽어버리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약 1만㎡·3000평) 벼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일반적인 모내기 농법으로는 육묘상자 구입비와 이앙비를 포함해 150만원이 드는 반면 드론직파는 볍씨 구매비와 드론 이용비를 합쳐 22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기 비용만 130만원가량이 절감된다.

함안에서 올해 처음 드론직파를 도입한 조완제 농부는 "드론으로 볍씨를 뿌려보니 3만㎡(약 1만평) 논에 90분 정도면 파종 작업이 끝났다"며 "모내기 벼농사에 비해 전체 비용을 30%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창 추수를 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모내기 농법에 비해 1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내년엔 드론직파 면적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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