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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못한 건 아쉽지만"…삼성, 10년전 산 ASML 지분가치 15배 올랐다
2021-11-28 07:50:02 

삼성전자가 10여년 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에 투자한 3630억원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15배 오른 5조원 중반대까지 불었다.

ASML은 전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납품 업체 구조상 '을'에 위치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과 한정적인 생산대수로 주문자인 '갑'마저 고개 숙인다. 삼성전자와 TSMC 마저 쥐락펴락하는 '슈퍼을'로 통한다.
최근에는 40년 전 삼성전자가 ASML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 2012년 3630억원→ 2020년 5조5903억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공정가치금융자산 중 ASML 보유주식 수는 629만7787주다. ASML 전체 지분의 1.5%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 주식의 장부금액(시장가치)은 3분기 기준 5조5903억원이다. 전년 3분기 기준 2조7141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조원가량 뛰었다. 취득원가(3630억원)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ASML 주가는 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1월4일) 500.00달러로 장을 마감한 ASML 주가는 9월15일 889.33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현재는 이보다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800달러 초중반대를 오가고 있다.

지분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주주로서 쏠쏠한 수익을 창출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바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이 장비 확보를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라 할 순 없지만 어느정도 상관관계는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들이 과거에 ASML 지분 투자를 단행했을 당시 지분율에 따라 EUV 장비 공급 순서가 결정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ASML 지분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12년으로 당시 3%를 사들였다가 2016년 보유 지분 절반(1.5%)을 매각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인텔과 TSMC도 ASML 지분을 각각 15%, 5%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인텔은 보유 지분율을 현재 3%까지 대폭 낮췄고, TSMC는 2015년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 삼성 "40년 전 ASML 인수 제안 왔었다"



과거 삼성전자가 ASML 인수를 추진했다는 얘기가 최근 밝혀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3일 발간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는 이 같은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터뷰가 담겼다.

인터뷰에서 김 전 부회장은 "1982년 필립스가 삼성전자에 ASML(당시 ASM) 인수를 제안해 현지 실사를 위해 미국 본사를 찾았지만 당시 ASML은 업력이 짧고 삼성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며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구현 기술을 따져 보면 안타까움이 남기도 한다"고 회고했다.

현재 ASML은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에서 85%의 점유율로 반도체 장비 업종 중 가장 확실한 독점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사로는 니콘과 캐논이 있지만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니콘과 캐논은 반도체용 노광장비 시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여러 노광장비 가운데 EUV 장비는 ASML이 10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어떤 빛을 쏘느냐에 따라 공정 횟수를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존 불화아르곤은 7나노(nm, 10억 분의 1m) 공정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그 이하는 힘들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이 EUV 노광장비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5나노 이하 미세 공정까지 도달한 상태인 만큼 EUV 장비 도입은 시급하다. 최근엔 D램 업체들까지 EUV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노광장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ASML이 매년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은 한정적이다 보니 장비 확보를 위한 경쟁은 전쟁과도 같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ASML은 내년 생산량까지 모두 주문이 끝난 상황이다.

ASML의 EUV 생산량은 지난해 31대, 올해 40여대 정도다.
내년에는 55대, 23년 이후에는 60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지만 이 마저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ASML 네덜란드 본사를 직접 찾아 물량 확보를 요청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주문자인 삼성전자가 고개를 숙이는 '슈퍼을'의 위치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의 제한적인 생산능력에도 선주문 수요가 견조한데다, 경쟁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동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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