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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앞둔 강릉시-교통 좋아지니 숙박·식당 매출 껑충 돈·사람 몰려들자 강릉시 ‘부채 제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40여분 남짓 흘렀을까. 차창 밖으로 설원이 펼쳐진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스마트폰은 현재 위치가 강원도라고 알려준다. 기차는 정확하게 1시간54분 만에 강릉역에 도착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플랫폼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거 스키 타러 갔다 영동고속도로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면서 족히 반나절 이상을 보내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천지개벽이다 싶다.

강릉역을 빠져나오자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 조형물이 반갑게 외지인을 반긴다. KTX서 빠져나온 이들은 일제히 버스, 택시 승강장으로 몰려든다. 대기하는 택시보다 사람이 더 많다 보니 택시 기다리는 인파로 순식간에 강릉역 광장은 줄이 길게 형성됐다.

한참을 기다려 택시 뒷좌석에 앉아 한숨을 돌리며 요즘 경기 상황을 물어봤다. 기사 한 모 씨는 “경력 12년 차인데 요즘 들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대비 하루 5만원 이상, 월로 따지면 수입이 20%가량 늘었다. 차를 놔두고 강릉으로 와 카페나 맛집, 숙소로 가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방긋 웃었다.

강릉은 평창올림픽 전부터 특수 분위기다.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KTX는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돈 쓰러 오는 외지인이 몰리니 당연히 맛집, 리조트 등은 만원이다.

현지 시장(강릉성남시장)에 들러 간단히 음료수랑 간식을 사는데 상인들 표정이 밝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마쳐 매장이며 간판이 통일감이 있고 주차장도 쾌적하다. 흔히 전통시장에서 주는 검은 비닐봉지가 아니라 올림픽 도시답게 산뜻하고 세련된 색상의 포장지를 건네받고 보니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시장 역시 성업 중이다. 전통의 닭강정집은 여전히 인기. ‘수제 어묵 고로케’ ‘아이스크림 호떡’ 등 신생 먹거리들이 소문나면서 최명희 강릉시장 등 현지인도 줄 서다 그냥 돌아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귀띔이다.

“유동인구가 부쩍 늘어 시장마다 활기가 돈다. 조만간에 동해남부선 철도가 개통하면 강릉~부산도 2시간30분밖에 안걸린다. 지리적으로 그동안 변방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강릉시가 동서와 남북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지역 주민들 기대가 크다. 이런 추세라면 올림픽이 아니어도 외지인 덕분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생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던 예전과 달리 푸드트럭 창업 등 젊은이 중심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어 도시가 젊어지는 느낌이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 얘기다.

강릉시 관계자는 “KTX 개통을 하자마자 지난해 12월 강릉을 찾은 관광객만 전년 대비 12만8000여명이 증가했다. 그덕에 전통시장 20~30%, 숙박, 음식업소는 15~20% 정도의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강릉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피겨 등 빙상 경기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선수촌도 평창 버금가는 5000여명을 수용할 정도로 비중 있는 도시다. 매경이코노미가 지자체 특집 첫 회 도시로 강릉시를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원도 주력 도시이자 올림픽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다 보니 세계적인 관광도시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송월 묵은 호텔 ‘들썩’

▷럭셔리 호텔에 슈퍼리치 잇따라 방문

강릉시는 지자체에서 보기 드물게 지난해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강릉 간 고속도로, KTX 등 교통 여건이 확연히 좋아진 데다 월화거리·강릉아트센터, 대규모 민자 숙박시설 준공 등 거주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에만 숙박시설은 강릉시 추산 3000실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문을 연 강릉 스카이베이경포호텔은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첫째 날 묵은 곳으로 알려지며 열자마자 예약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는 후문. 특히 방남 일행이 19층 특실과 16층, 17층에 나눠 묵었던 곳은 금방 예약이 찰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수도권 최고급 럭셔리 호텔에 버금가는 최고급 호텔 수요도 빗발친다. 기본 객실 1박 최저가만 40만원, 펜트하우스는 1박에 1300만원을 호가하는 강릉 씨마크호텔이 대표주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와 제임스 코너가 설계에 참여했다 해서 화제가 됐던 이 호텔은 ‘강릉은 뜨내기 손님만 있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고급 해양 스포츠, 럭셔리 체험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올림픽 전부터 해외 유명인사, 글로벌 CEO, 스타들이 잇따라 숙박하며 강릉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남상무 총지배인은 “강릉에도 럭셔리 호텔이 들어서면서 슈퍼리치 수요를 자극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여름이면 호텔에 머물면서 요트, 서핑을 하러 바다로 나가고 겨울엔 스노보드, 루지를 즐기면서 사시사철 다양한 행보를 보여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세다.

지난 5년간 올림픽 기대감 등으로 지역민의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이참에 별장, 세컨드하우스로 삼자는 외지인의 구매심리도 높아진 덕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산업개발이 강릉시에서 분양한 ‘강릉 아이파크’는 청약경쟁률이 최고 21.67 대 1, 평균 5.27 대 1을 기록하며 여타 지역 경쟁률을 웃돌았다. 강릉시 아파트값도 지난해 12월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521만원(한국감정원)으로 3년 전 대비 약 200만원 이상 급등했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 일대는 3.3㎡당 1500만원대에 달할 정도다.

이처럼 사람과 돈이 몰리니 시 재정 자립도도 부쩍 좋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채, 즉 강릉시가 진 빚은 309억원가량. 이를 강릉시는 세수 증대로 올해 3월 중이면 전액 상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통상 올림픽 이후 빚더미에 앉았던 지난 올림픽 개최 도시들의 전례를 고려해본다면 진일보한 모습이다.

물론 강릉시에도 숙제는 적잖다.

강릉시 차원에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해안가 중심으로 외지인의 무분별한 매입, 테마와 무관한 건축물 준공 등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외부 투기 수요 때문에 지역의 부동산 실수요자, 거주민 사이 양극화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 청년들을 끌어들일 대기업 유치, 벤처기업 육성 등이 더뎌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점도 과제다.

[강릉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2-05 11:06:3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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