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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0인 한국경제 위기설 긴급 설문 “하반기 위기 가능” 反기업 정책의 역습
하반기 경기 침체설 실체는 무엇일까. 국내외 교수, 연구원, 대기업 담당자 등 경제 전문가 40명에게 위기설의 실체가 있는지, 또 거시·미시 등 어떤 분야에서 위기 징후가 있을지 긴급 설문을 해봤다.



▶하반기 위기 닥칠까

▷‘그렇다’ ‘아니다’ 의견 팽팽

결론부터 말하면 하반기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과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등하다. 전문가 17명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낸 반면 18명은 긍정적인 신호가 여전히 더 많다고 생각한다(잘 모르겠다 5명 제외).

팽팽한 의견 차만큼 논리전도 치열하다. 하반기 경제위기설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실물경제지표가 실질적으로 추락하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소지가 높은데 정부 대책이 거의 안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혁욱 니혼대 경제학과 교수, 김창희 싱가포르 국립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 경영학부 교수 등 해외 주재 교수 인식도 이와 비슷했다.

권혁욱 교수는 “유가 상승,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수출 감소, 인건비 상승에 따른 기업 설비·연구개발 투자 감소가 문제”라며 “가계부채 상환 어려움에 직면하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 부실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창희 교수는 “혁신 성장이 일어나기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업 기대와 달리 전개되는 노동정책으로 기업의 사업 의지가 꺾이는 게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위기설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총합의 경제지표와 평균값 기준으로 보면 위기가 올 것이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극단적 양극화 문제로 산업 간, 기업 간, 개인 간 편차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으로 위기는 아닐지 몰라도 경제구조상 대단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의견을 보인 이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경기 확장세 지속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박희정 센터장)”이라거나 “미국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아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윤희도 센터장)”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커져 미시적인 경제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제경쟁 심화로 기업 경영 환경 위기가 올 수 있으나 2007년과 같은 급격한 위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유가 상승에 따라 조선산업이 좋아지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고 말했다.



위기요인 ➊ 요동치는 국제경제

美 금리 인상에 신흥국·유럽 곳곳 지뢰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한국경제에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수출 감소, 금리 상승 압력 등은 대표적인 거시경제 부문 불안 요소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갈등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며 양국 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방안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예상 밖의 25%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관철시킨다면 중국 역시 ‘나 홀로 성장’ 정책을 내걸면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미국이 자국 중심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당장 흔들리는 곳은 신흥국이나 외풍에 취약한 유럽 국가다. 달러 강세, 경기 둔화 등으로 이미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이 최근 경제위기에 직면한 게 이런 맥락이다. 이탈리아는 표면적으로는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로 경제위기가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총생산의 130%가 넘는 막대한 국가부채 문제가 외부 금융불안 요인과 맞물려 위기를 맞았다는 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은 “미국 통상 압력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치면 그간 수출 시장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이던 한국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안 그래도 외풍에 취약한데 외부의 부정적인 변수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전문가 대다수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은 물론 그 차이가 커져 우리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당장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연달아 부동산 가격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가와 환율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가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며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는 올해 한국경제 발목을 잡을 정도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가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박희정 센터장도 “미국의 꾸준한 증산과 OPEC의 공급 조절 영향에 제한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거들었다.

원달러 환율도 비슷한 의견이 다수다. 신흥국 위기설이 있기는 하나 미국 경기가 굳건히 버티고 있어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 현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달러화 가치의 추가 상승을 예상할 수는 있으나 상승 속도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까지 오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위기요인 ➋ 떨어지는 기업 경쟁력

中 ‘반도체 굴기’ 맹추격…4차 산업 경쟁력도 뒤져

내우외환.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 요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무엇보다 반도체에 쏠린 취약한 수출구조와 중국의 맹추격을 위협 요인으로 지목한 전문가가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수출한 반도체는 997억1000만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60.2% 증가한 것으로 단일 품목이 연간 수출 9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액(5736억9000만달러)의 17.4%를 차지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한국경제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장 산업이 없는 구조다. 반도체 산업이 꺾이면 한국경제가 한 방에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파격적인 지원을 무기로 IT 강국 한국의 지위를 바짝 쫓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말 집권 이래 처음 후베이성 우한의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武漢新芯)을 찾아 ‘핵심 기술의 자체 확보’를 역설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한 3000억위안 규모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은 현재 약 14% 정도인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부가 산업의 성장은 필수적”이라며 “중국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올인한 것은 경제 발전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현재의 단순조립, 생산기지 역할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마저 쥐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12개 분야에 대해 한·미·일·중의 현재와 5년 후 수준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한국은 중국에 비해 5개 분야에서 열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우주기술, 3D 프린팅, 드론 등이다. 김창희 교수는 “혁신적 성장이 일어나기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은 기업들의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 말고는 이렇다 할 버팀목이 없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발굴마저 험난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외부 위협 요인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심화를 꼽은 전문가가 다수다. 최근 들어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무역협정 재협상, 세이프가드 조치, 수입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고용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무역전쟁이 심화된다면 주요 생산거점을 현지로 옮기는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현재 4.8% 수준인 평균 관세율이 10%로 인상되면 국내 고용시장에서 15만8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관세율이 15%로 오르면 31만1000명, 20%로 오르면 46만3000명분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도 분석됐다.

윤희도 센터장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신산업 진출을 활발하게 검토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요인 ➌ 갈피 못 잡는 경제정책

“고용만 줄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 ‘한계’

전문가들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위기 시그널이 드리운 상황에 현 정부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그중 고용정책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국내 고용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친화정책이 기업의 고용심리를 위축시켜 오히려 실업률 증가를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취업자 증가 폭은 3개월째 10만명대에 불과하다. 실업자는 4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며 고용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 수는 268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1월 33만4000명을 기록한 이후 2월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 등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 밑으로 떨어지면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 정책적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서민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늘리고 그 결과로 생산을 촉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뚜렷한 효험을 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고용률을 끌어올릴 만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말 내놓은 ‘2018년 하반기 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정부의 고용정책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구조조정과 건설 경기 둔화로 제조업과 건설 부문 고용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늘어난 고용 비용 부담은 신규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할 말이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고용정책뿐 아니라 법인세 인상 등 각종 정책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보니 당장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소득 주도 성장론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평가한다.

이영달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고용이 위축돼 가계 실질소득을 늘려줄 소득 성장 기반이 사라졌다”며 “기업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성장동력 없이 가계소득 선인상을 출발점으로 삼은 탓에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망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생산성 개선 없는 임금 상승의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기 개선에 필수인 민간소비가 다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하반기 경제위기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4월 최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1로 지난해 11월(112)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5월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협력 기대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고용시장 악화로 가계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시장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소비 회복을 위협하는 요소다.

양기인 센터장은 “국내 기준금리가 대내외로 인상 압력을 받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등의 통화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급격한 가계부채 억제는 가뜩이나 회복세가 미약한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기업(가나다순, 총 25명·15개 기업)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권혁욱 니혼대 경제학과 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창희 싱가포르 국립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 경영학부 교수,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기업) LG, LS, SK, 대림산업,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두산, 롯데, 부영, 삼성, 신세계, 포스코, 한화, 현대차, 효성

[박수호·배준희·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1호 (2018.05.31~06.1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6-08 09:02: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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