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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경제범죄 타깃 사법거래 도입에 日 재계 긴장-일본판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증언하면 형사면책
이달 들어 일본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이 ‘형사사법체계 전환점이 될 제도’라고 평가하는 ‘사법(司法)거래’다. 타인의 불법·위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거나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제도다. 미국의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을 생각하면 된다. 미국 제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의 사법거래는 본인 범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형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증언을 확보하는 ‘형사면책제도’도 도입했다.

언뜻 기업과는 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제도가 목표로 하는 것이 야쿠자와 기업 관련 범죄다. 범죄 조직이 연관된 강력범죄나 기업 관련 경제범죄는 내부 사정을 모르면 드러나지도 않고 또 적발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야쿠자 같은 폭력 조직이야 이전부터도 일본 검경의 주 타깃이었던 탓에 사법거래 도입이 기업 관련 범죄에 더 많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법거래 대상이 되는 범죄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범죄 조직 관련해서는 조직·마약·총기류 등에 관련된 사건이 대상이다. 경제범죄는 형법상 뇌물·사기·횡령·배임 등이 대상이던 것이 지난 3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대부분의 기업 관련 법안으로 확대됐다. 독점금지법, 금융상품거래법, 조세법, 부당경쟁방지법, 범죄수익이전방지법, 특허법(특허권침해 등), 회사법(배임 등), 저작권법, 파산법 등 사법거래 대상이 되는 기업 관련법만 50여개가 넘는다.

사법거래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 검찰과 사전에 구체적인 보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등의 단서 조항이 있지만 큰 문제가 되는 것들은 아니다.



▶위증죄도 최고 징역 5년형 법무팀 분주

미국과 유럽 국가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 일본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은 한참 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동안 실제 도입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컸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거짓 진술로 엉뚱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막기도 쉽지 않고 또 피해를 줄일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도입 발목을 잡았다.

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지난 2010년 오사카지검 특수부가 진술을 꿰맞추려다 증거를 조작하는 사건이 터지면서다. 검찰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수사에도 소극적으로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경제범죄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일례로 뇌물수수 인지사건의 경우 연간 100건 넘게 이뤄지던 것이 지난해에는 29건에 그쳤다. 2016년에는 도시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검찰이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를 포기하는 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강경해졌다.

시대 변화에 맞춰 검찰의 증거 수집 방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사법거래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논란이 됐던 위증 부분은 위증죄를 적용해 5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케 했다. 경제단체 등에서는 “진술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 최대 5년형 정도로는 위증을 막기에 약한 것 아니냐”면서도 딱 부러지게 반대도 못 하고 있다. 최근까지 잇따라 터져 나온 기업 관련 부정 사건들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 때문이다.

이미 시행 중인 독점금지법의 리니언시제도가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기업의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리니언시란 담합을 고발한 사람에 대해 제재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2006년 일본에 도입돼 지난해까지 1165건의 고발이 이뤄졌다. 리니언시 역시 담합 주도자가 고발에 나설 경우 단순 가담자가 더 강한 징계를 받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지만 사회적으로 실보다 득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법무팀도 바빠졌다. 관련 범죄가 없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사법거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가 감지되면 자체 조사를 신속히 실시하고 대응에 나서 과거에 비해 피해를 더 줄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야 답답하다지만 제도는 확산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에서는 플리바게닝이 전체 형사사건의 80~90% 정도에 적용된다고 한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2호 (2018.06.13~06.1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6-11 12:05: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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