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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슈퍼개미’가 콕 집은 유망주식…화장품·K콘텐츠·골판지 산업 장기호황 진입

주식시장에는 제도권뿐 아니라 비제도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업투자자가 적지 않다.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전업투자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국내에 최소 100만명가량의 전업투자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2017년 12월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개인주주는 501만명이다. 이 가운데 대략 20%가 전업투자자로 추정된다. 전업투자자는 2010년 이후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대졸 취업난, 자영업 몰락, 중장년층의 퇴직 등이 전업투자자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지난 3~4년간은 지지부진한 증시 탓에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떠난 제도권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애미’ ‘매미’로 불리는 전업투자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두고 흔히 ‘정글’이라 부르듯 롱런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이 구멍을 통과한 이들을 통상 ‘슈퍼개미’ ‘재야고수’라고 부른다. 그저 돈만 많다고 이런 수식어가 뒤따르지는 않는다. 본인만의 확고한 투자철학과 기업 분석 기법을 갖고 자산 규모가 최소 수십억원 이상 돼야 고수 반열에 오른다. 뜨고 진 슈퍼개미 변천사와 함께 최근 활동이 활발한 재야고수 4인(익명 1인)에게 투자 한 수를 물었다.



▶저가매수 나설 시점

▷신흥국 위기 징후 예의주시

하반기에 접어든 코스피 시장이 어수선하다. 미중 무역갈등과 강달러,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설(說)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거시지표만 놓고 보면 지수 3000 시대는 아득한 미래의 일로 여겨질 정도다.

실전에서 내공을 갈고닦은 슈퍼개미들은 어떤 비책을 숨겨두고 있을까.

통상 슈퍼개미는 2000년 초반 맹활약했던 ‘압구정 미꾸라지’ ‘목포 세발낙지’ ‘전주 투신’ 등 3인방을 1세대로 부른다. 이들을 잇는 2세대 슈퍼개미는 4인방이다. ‘좋은 습관’ 구도형 현명한투자자들의모임 대표, 이정윤 밸런스투자아카데미 대표(세무사), 백지윤 블래쉬투자자문 회장,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슈퍼개미 등 2세대 슈퍼개미 4인방에게 투자 전략을 캐물었다.

고수들의 하반기 증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세무사기도 한 이정윤 대표는 주식 커뮤니티에서 필명 ‘개미전도사’로 이름이 잘 알려진 큰손이다. 지난해 샘표식품 대량 매수로 유명세를 탔다. 샘표식품 지분 9.76%를 갖고 있는데 최근 주가 수준으로 160억원가량 된다. 그는 20대 후반에 순수하게 월급만을 쌈짓돈 삼아 주식거래를 시작해 수백억원의 자산을 일궜다.

이 대표는 하반기 코스피 2600, 코스닥 93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증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다소 낙관적인 쪽에 섰다. 이 대표는 “주식 투자를 오래하면서 느낀 점은 일회성 이벤트보다 경기의 흐름 또는 기업 이익의 추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은 서로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이벤트다. 금리 인상 역시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남북경협 기대감까지 고려하면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으로 유명한 구도형 대표는 신중론을 편다. 구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시민운동단체와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다 2003년부터 전업 투자에 나서 ‘좋은 습관’이란 필명으로 활동해왔다. 그 역시 미중 무역갈등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구 대표는 “미중 무역갈등은 정치적인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양보를 조금 더 얻어내고 11월 중간선거 분위기를 유리하게 조성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가 고려하는 위험 요인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 확산 징후다. 구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됐던 제로금리와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전 세계에 막대한 돈이 풀렸고 다들 경제체력에 비해 부채를 지나치게 많이 활용했다. 특히 신흥국에 ‘핫머니’가 상당 부분 유입됐고 관련 리스크에도 무감각해졌다는 판단이다. 당장 올 하반기일지 내년 이후일지 시점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세계 경제가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르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특히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면 인접국인 한국 증시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974년생인 백지윤 회장은 1998년 대학 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증권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하다 회사를 나와 개인투자자로 활동했다. 회사 다니면서 매달 급여에서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전액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현재 원자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 지분을 32만여주(5%) 갖고 있다. 현 주가 기준 평가액만 150억원대다. 그는 이외 대림산업, 대한항공, 한화케미칼, 광주은행 등 20종목 정도를 보유 중이다.

백 회장은 “시장의 불안감과 우려는 항상 존재해왔다. 전체 시장을 예단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에 집중해 그 기업이 시장에서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 판단을 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 같다. 투자하고픈 회사의 펀더멘털이 그대로인데 외부 변수로 투자심리가 나빠져 주가가 하락했다면 항상 매수 기회라고 본다. 급락 시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해 오래 들고 있는 것이 가장 쉬운 투자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2~3년 주도주 집중 투자로 자산을 수십 배로 불린 익명의 투자 고수 A씨는 “요즘 증시 전개 패턴을 보면 과거처럼 ‘V자’ 반등은 드물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오더라도 찔끔찔끔 강보합 정도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칠 것 같다. 현재 주가도 많이 저렴한 수준이지만 대략 7월 둘째 주 즈음을 저가 매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애경산업·아우딘퓨쳐스 유망

▷골판지 산업 이익호조 지속될 듯

이렇듯 실전 투자 고수들도 한 치 앞을 예단하기 힘든 것이 작금의 증시 상황이다. 위기일수록 옥석은 가려지는 법.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싸진 기업을 적극 매수한 뒤 제값 찾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기도 하다.

이 대표가 콕 집은 유망 종목은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거듭나고 있는 ‘K관련주’다. 이 대표는 “최근 ‘K관련주’는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탄탄한 실적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산업구도 변화를 맞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업종 1위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큰 2~3등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화장품 업종에서는 애경산업과 아우딘퓨쳐스가 대표적이다.

애경산업은 배우 견미리를 내세워 홈쇼핑에서 ‘견미리 팩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지난 3월 증시에 입성했다. 주가는 상장 이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화장품 사업에서 큰 폭 성장세를 이뤄내며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놨고 하반기에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의 수출 실적이 기대된다.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입성한 아우딘퓨쳐스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서 브랜드사로 체질 변화 중이다. 아우딘퓨쳐스의 강점은 자사 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세다. 핵심 브랜드 ‘네오젠’의 매출 비중은 2015년 ODM 부문을 따라잡은 후 줄곧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각질 제거·스크럽 제품으로 올리브영과 국내 TV 홈쇼핑 채널 등을 통해 판매한다. 일명 ‘이하늬 거즈필링’으로 입소문을 탄 ‘더마로지 바이오 필 거즈필링’이 대표 상품. 올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해외 홈쇼핑 채널을 통한 수출 기대감도 높다.

구 대표는 골판지 산업의 전망을 낙관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폐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면서 갈 곳 잃은 국산 폐지 가격이 급락하자 폐지를 사다 쓰는 골판지 업체들 원가가 대폭 개선되고 있어서다. 폐지는 골판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원재료로 제조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폐지 가격 하락은 골판지 업체에는 수익성 호재로 작용한다.

덕분에 아세아제지는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1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77.2% 급등했고 신대양제지는 132억원으로 같은 기간 267.9% 증가했다. 골판지 업체들 주가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지난 1월 15일(1만7850원)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아세아제지의 주가는 이후 넉 달 만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10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3월 2일 4만4100원이던 신대양제지 주가 역시 100% 가까이 급등했다.

구 대표는 “저평가 기업이 많은 골판지 산업은 과점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원가 개선이라는 호재를 만났다. 중국 폐지 수입제한으로 원료 가격(원지 가격)이 하락했으나 제품 가격(골판지 가격)은 유지하면서 올해 대규모 이익 창출과 함께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종잣돈 2000만원으로 시작해 수십억원대 자산을 축적한 투자 고수 A씨는 무역업체 원익을 콕 집었다. 원익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연간 수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룹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상위 계열사다. 원익의 최근 시가총액은 1300억원 수준으로 보유 원익홀딩스 지분가치(시가총액 약 4500억원의 26.9%)를 고려하면 크게 저평가된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화장품 자회사의 성장세가 주목받는다. 원익 자회사 씨엠에스랩이 운영 중인 화장품 브랜드 셀퓨전씨의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백 회장은 특정 종목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하이테크 산업은 중국에 기술력으로 앞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중국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가격으로 다른 경쟁 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투자의 난도가 과거와 달리 대폭 상향된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성장성이 돋보이거나 이익에 걸맞은 배당을 줘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싼 주식은 기본 ‘+α’ 찾아라

▷재무제표·차트·뉴스 종합 분석

이들이 최소 수십억원의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투자 원칙이 밑거름이 됐다. 무작정 이들을 따라 추종 매수하는 것은 오히려 ‘필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고수들의 ‘한 수’를 적극 흡수해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체화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대부분 재야고수들이 큰돈을 번 투자 전략은 전통적인 범주의 가치투자 방법이다. 다만, 최근에는 무작정 싼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투자 고수들이 늘었다. 구 대표는 “2009년 이후 저평가 종목들이 꾸준히 제자리를 찾으면서 이제 예전처럼 절대적으로 싼 종목은 별로 없다. 그저 저평가된 종목을 샀다가 지금 같은 혼란기에 주가가 더 빠지는 ‘밸류트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구 대표는 자본(PBR), 현재 수익성(PER), 미래 성장성(EPS 증가율), 이익률 증가 가능성(PSR)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 투자 대상을 우선 추린다. 정성적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비즈니스 유형을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그다음 해당 비즈니스로 예상되는 미래 현금 창출력에 비해 현 시총이 얼마나 저평가됐느냐를 판단한다. 베스트는 시장이 비즈니스 모델을 오해하고 저평가된 경우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저평가+α’를 갖춘 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즉, 본질 가치 대비 주가가 저렴하면서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촉매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가에 비해서 자산이나 매출이 많은 기업을 주목한다. 이런 기업들은 대체로 이익률이 좋지 않아 주가가 저렴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요건을 갖춘 기업 중 추가적인 변화나 혁신으로 이익률이 개선될 기업을 찾는다. 이처럼 저평가 상태에서 턴어라운드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손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큰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론을 편다.

세무사기도 한 이정윤 대표는 주식 거래를 시작해 수백억원의 자산을 모으면서 ‘삼박자 투자’라는 투자철학을 완성했다. 재무제표를 통한 가치 분석, 차트를 읽는 가격 분석, 뉴스나 공시를 활용한 재료 분석 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세 가지 분석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이 비중을 둔다면 원칙적으로는 재무제표, 재료, 차트 순이다. 단기매매에는 재료 분석이 보다 중요할 것이고 중장기 투자에는 재무제표 분석에 비중을 두는 투자 전략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백 회장은 대주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대주주가 어떤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살핀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려 하는지 그 의지를 본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대주주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성장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은 성장의 연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인지를 고민한다. 지금은 주가가 싸보여도 이익의 안정성 여부에 따라 향후 비싸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쥐락펴락 슈퍼개미 변천사

백할머니→압구정 미꾸라지→박영옥·김봉수·손명완

슈퍼개미라는 용어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대체로 증권가에서 IT 기술 발달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업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수익률로 두각을 보이는 인물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1970년대나 1980년대 건설주와 금융주가 폭등할 때도 여의도와 명동 일대를 주름잡던 ‘큰손’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1980년대 국내 증권시장을 쥐락펴락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광화문 곰’ 故 고성일 씨와 ‘백할머니’로 유명한 故 백희염 씨다.

고 씨는 엄밀히 따지면 슈퍼개미는 아니다. 그는 6·25 직후 염료 사업으로 큰 부를 이룬 뒤 광화문과 남대문시장, 강남 일대의 땅에 집중 투자해 당시 수천억원대 재산을 일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산의 상당 부분을 까먹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듬직한 풍채에 광화문에 사무실을 차린 점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광화문 곰’이라 불렸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국내 증시의 하루 거래량이 10억원이 채 안 됐는데 고 씨가 가세하면서 일평균 거래량이 10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다”고 돌아봤다.

실질적인 ‘슈퍼개미의 원조’ 격인 인물은 백희염 씨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대학원 시절 주식 스승이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백 씨는 6·25 이후 군복 등 의류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를 발판 삼아 1960년대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 기법은 전통적인 가치투자 전략과 유사하다. 주가가 극단적으로 싼 저평가 우량주를 매집해 제값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 전략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 씨와 고 씨는 각각 지난 1995년과 1997년 세상을 떠났다.

▶1세대 ‘슈퍼개미 3인방’은 뒤안길로

그러나 이 당시는 ‘슈퍼개미’라는 용어조차 회자되지 않을 때였다. 지금과 같은 슈퍼개미가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는 2000년을 전후해서다. 이들은 지분 5% 공시 등으로 기업 경영에 큰 목소리를 내며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세대 슈퍼개미로 꼽히는 이들은 필명부터 흥미롭다. 자본시장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압구정 미꾸라지’ ‘목포 세발낙지’ ‘전주 투신’ 등 3명은 1990년대 후반~2000년 초중반 ‘슈퍼개미 3인방’으로 유명세를 탔다.

압구정 미꾸라지로 유명한 윤강로 씨는 과감한 선물 투자로 자본금 8000만원을 1300억원까지 불린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위험을 미꾸라지처럼 잘 피한다는 의미에서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목포 세발낙지’로 알려진 장기철 씨는 1990년대 후반 증권사 차장으로 재직 중 외환위기로 시장이 출렁일 때 선물거래로 큰돈을 벌었다. 당시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고 1999년 회사를 그만둔 후 개인투자자가 돼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박기원 씨는 전주에서 투자신탁사에 맞먹을 정도의 자본을 굴린다 해서 ‘전주 투신’이라고 불렸다. 박 씨는 삼성전자 주식으로만 수백억원을 번 것으로 유명하다.

안타깝게도 1세대 슈퍼개미 중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 중인 인물들은 거의 없다. 윤강로 씨는 2004년 한국선물을 인수해 KR선물로 사명을 변경한 뒤 경영자로 나섰지만 이 회사는 자본잠식에 빠져 2014년 IDS홀딩스에 인수됐다. 장기철 씨는 지난 2015년 7월 투자 실패에 따른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 중반 이후 현재까지 2세대 슈퍼개미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어림잡아 10여명가량 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대전의 현인’으로 불리는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손명완 세광 대표 등이다. 특히 김봉수 교수는 한때 5% 지분을 공시한 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를 타며 증권가에서 ‘KBS 테마주’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외에도 은둔형 슈퍼개미가 적잖다. 필명 ‘와타미’로 잘 알려진 강우석 씨는 재야에서 100억원대 자산가 다수를 키워낸 주식 스승으로 통한다. 공대 출신 강 씨는 재무 분석에 능하다. 그는 매출보다는 이익 성장에 주목해 높은 수준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유지되거나 점점 개선되는 종목, 채권처럼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습관’ 구도형 현명한투자자들의모임 대표, 전업투자자 권오건 씨, 김두용 머스트투자자문 대표, ‘하울’ 김승환 씨, ‘남산주성’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백지윤 블래쉬투자자문 회장, 조문원 로데오투자클럽 대표, ‘슈퍼메기’ 선경래 씨, 이정윤 밸런스투자아카데미 대표 등도 인지도가 높은 2세대 슈퍼개미로 손꼽힌다.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비제도권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흐름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유준원 텍셀네트컴 대표와 백지윤 회장이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2009년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엘과 텍셀네트컴을 잇달아 인수하며 업계 ‘큰손’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후 2012년 세종저축은행, 2016년 공평저축은행을 각각 140억원, 290억원에 인수하며 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지난 2월에는 골든브릿지증권마저 품에 안았다.

백지윤 회장도 최근 투자자문사를 차려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백 회장은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때문에 고객에게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기업 감시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투자자 입장에 그치지 않고 시장 감시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7-06 09:18: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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