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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취업 성공한 선배에게 듣다 | 진취적 한국인 요시(좋다)~묻지마 러시는 No!
아마존재팬, 히타치조선, 닌텐도, 오릭스….

구인난이 심한 일본이라지만 대기업은 무풍지대다. 취업 준비생이 서로 가고 싶어해 늘 입사 원서가 빗발친다. 이런 일본 대기업에 일본인과 경쟁해 당당하게 입성한 한국인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좁고 험한 일본 취업문을 뚫은 것일까. 일본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 10명에게 비결을 물었다.



▶일본 취업 결심한 계기는

▷“스펙만 보는 경쟁사회 한국에 절망”

먼저 궁금했다. 말 설고 물 선 일본 기업에 왜 취업했는지. 일본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극심한 경쟁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한국에 절망해서라는 답이 적잖았다.

2015년 오릭스에 입사한 김태홍 씨(32)는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과 경쟁사회, 스펙 요구, 저임금 등을 보며 한국 취업은 애초에 포기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일본 주가이제약 인사부 제도노무팀에 취업한 김경남 씨(26)와 IT 기업 미러티브에서 근무 중인 윤준영 씨(32)도 비슷한 의견이다. “스펙을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열정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채용하는 것 같았다. ‘종이’가 아닌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김경남) “한국에 돌아가 취업할 생각도 있었지만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한국 취업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마침 일본에서 다닌 대학교는 1~3학년 때 취업 관련 필수 교양이 있어 일본 취업 관련 정보가 꽤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윤준영)

히타치조선에서 근무하는 김수민 씨(26)는 일본 경제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한 사례다. 그는 “해외로 나가보고 싶긴 했지만 처음부터 일본 취업이 목적은 아니었다. 알아보니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해외 진출을 노리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인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더라.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일본 취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스펙은 ‘노룩’…일본어·경험이 더 중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일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우선 일본어를 익힌 후 업계 종사자나 취업박람회 등에서 일본 기업 정보를 알아볼 것을 권한다.

윤준영 씨는 군 전역 후 일본 어학연수를 통해 일본어를 마스터했다. 이후 일본 회사가 개최하는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단기 인턴 등을 경험하며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지망하는 회사나 업계 정보를 수집했다. 외국인을 위한 특별전형이 없는 기업이 많아 일본인과 동일한 전형으로 입사했다. 윤준영 씨는 “일본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보는 적성검사시험인 SPI를 철저히 공부했다. SPI는 성격 진단 외에도 일본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기본 소양(언어, 수학 등)을 묻기 때문에 외국인인 나에게는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또 엔지니어 지망이어서 학창 시절 혼자 또는 팀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서류·면접 전형에서 이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오릭스에 입사한 박재섭 씨(26)는 외고와 외대에서 일본어와 일본지역학을 전공하고 일본 교환학생도 다녀와 일본어는 유창했다. 때문에 스펙보다는 일본 비즈니스 매너나 지망 회사에 대한 정보 수집, 면접 연습에 집중했다. 박재섭 씨는 “취업 스터디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일본어를 쓸 때 한국식 표현을 고치거나 반드시 물어볼 질문에 대해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주로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김태홍 씨는 ‘맨땅에 헤딩’해서 불굴의 의지로 성공한 사례다. 고등학교 졸업 후 3개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겨우 사서 일본에 갔다. 일본에 사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며 어학교를 오가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2년여를 고학하니 군 입대 전 EJU(일본유학시험) 일본어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깝게 나왔다. 전역 후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서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학업우수상 2회, 표창장 1회를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후 2015년 4월 오릭스 입사에 성공했다.

취업 과정에서 스펙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김태홍 씨는 “일부러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은 딱히 없다. 스펙을 쌓기보다는 그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산 것이 주효했다. 크든 작든 학창 시절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가 일본 기업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다. 개인적으로는 군대를 다녀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된 환경에서 정신력을 함양해본 경험은 평범한 일본인에게는 없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준영 씨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 취준생은 ‘오버스펙’이 아닌가 싶을 만큼 스펙이 엄청나다. 나는 일본에서 무엇을 하고 지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영어 등 어학 실력을 제외하고는 스펙이 별다른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일본 기업 인사담당관은 신입사원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고 말한다. 스펙보다는 일본 취준생보다 뛰어난 입사 의지와 열정, 적극성 등을 어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세계관이나 서비스를 보는 관점이 일반적인 일본인과 다르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일본 취업 시장에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일본어만 숙달한다면 ‘한국인’도 가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외국계 증권사의 일본법인 A사에 다니는 최병수 씨(35)는 “일본 회사나 일본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은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해준다. 회사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다양한 인재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갈수록 실감하고 있다. 영어 등 외국어 실력도 일본인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문화적으로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더 일본 사회에 스며들기 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태도도 플러스 요인이다. one financial에 다니는 정진호 씨(37)는 “도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을 만나보면 대부분 진취적이고 새로운 도전에 거리낌이 없더라. 모국을 떠나 무엇을 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을 해본 이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부분은 업무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소 소극적인 일본인보다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취업 장단점은

▷사생활 존중 ‘굿’, 경직성은 아쉬워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일본 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대체로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근무 편의나 사생활 존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닌텐도에 근무 중인 공영석 씨(37)는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근무자 편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준다. 육아휴직은 물론 잔업시간 규정도 매년 엄격해지고 있다. 근무자를 배려하는 사회 인식이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마존재팬에서 근무하는 주형준 씨(29)는 “생각과 달리 유연한 조직문화가 인상 깊었다. 신입사원도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돼 있다. 주인의식이 투철해 ‘모두가 리더’라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병수 씨는 “일본 사회는 한국보다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보호된다. 기본적으로 ‘결혼 언제 하느냐’ ‘애는 언제 낳느냐’ ‘자식은 어느 학교(학원, 유치원) 보내냐’ ‘가족은 뭐하냐’ 등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 회사나 상사 성향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회식이나 술자리가 별로 없고 있어도 참석 압박은 적은 편이다. 심지어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없고, 있어도 법인 휴대폰 번호다. 따라서 고객, 상사에게 업무시간 외 전화나 메시지를 받을 일이 없다”고 전했다.

물론 단점도 적잖다. 회사생활보다는 일본 문화에서 오는 이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칙을 중시하다 보니 한국에 비해 변화가 느리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최병수 씨는 “일본은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다. 출입국 사무소, 구청 동사무소, 세무서, 경찰서, 은행 등을 이용할 때나 휴대폰을 개통하려다 보면 한국인 대부분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속도나 유연성이 떨어져 갑갑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많다.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육아나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기 힘든 점도 아쉽다”고 전했다. 미국계 스타트업 AKA사에 근무하는 이경훈 씨(33)는 “한국보다 개인주의 문화가 강하다 보니 상호 간의 끈끈한 유대감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섭 씨는 “이곳은 외국이다. 결국은 이방인임을 각오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는 물론, 일본인에게는 상식인 것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아 매번 물어봐야 한다. 다들 친절하기 때문에 항상 배려해주지만 그만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를 감안하고 먼저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일부 사례만으로 일본 기업을 일반화해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호 씨는 “회사마다 기업문화나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일본 회사는 ‘대체로 이렇다’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해당 회사가 갖고 있는 문화나 방향성을 체험해보고 본인과 비교해서 합을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취준생을 위한 조언

▷도피성 취업은 ‘필패’…적극성 중요

일본이 아무리 구인난에 시달린다지만 무작정 일본 러시는 위험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직무와 업종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적’에 함몰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김경남 씨는 “한국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도피성으로 일본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막상 일본에 왔지만 근무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스스로 일하고 싶은 분야와 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 기업의 한국인 선호도도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는 게 일본 취업 선배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인재 고용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외국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일본 대학 졸업 후 현재 IT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동현 씨(26)는 “일본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점차 한국인 고용 매력은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시장 진출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국가 출신 직원을 뽑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일본 기업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고지식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오히려 강압적인 ‘꼰대문화’는 한국보다 덜하다고. 일본 IT 기업에 근무하는 최승훈 씨(28)는 “의외로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초고령사회인 만큼 아무래도 나이 많은 전문가가 많은데 강압적인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소심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과 다른 채용문화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스펙 만능주의’에 익숙한 한국 취준생은 일본 특유의 심층면접에 힘들어하기 일쑤다. 박재섭 씨는 “일본은 인성면접을 최소 2번, 많은 곳은 4번 넘게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학점 쌓기와 자격증 취득에만 치중했던 학생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동아리 등에서 느낀 경험을 다채롭게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대기업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일본 혹은 세계 점유율 1위에 빛나는 강소기업이 훨씬 많다. 최병수 씨는 “일본은 훌륭한 중소기업이 굉장히 많다. 대기업도 그런 중소기업은 갑을관계가 아닌 파트너사로 대우한다. 세계적인 강소기업에 취업하면 주재원 등 해외로 나갈 기회도 많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중소기업 취업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얘기했다.

일본 기업 연봉 수준은

韓보다 1000만원 높아…상사·전문직 처우 ‘으뜸’

직장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연봉이다. 일본 취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해도 급여 수준이 열악하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일본 직장인 평균 연봉은 한국보다 높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직장인 평균 연봉(세전)은 421만6000엔. 한화로 약 4300만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3360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높다.

더욱이 일본 직장인 급여 수준은 최근 들어 오름세다. 경기 불황 여파로 2012년 408만엔(약 4158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4년 연속 증가했다. 일본 신입사원 평균 초봉도 사상 최고치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지난해 일본 신입사원의 평균 초봉은 월 20만6100엔(약 200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247만엔(약 2516만원)이다.

평균 연봉 대비 초봉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배경에는 일본의 독특한 급여체계가 자리한다. 일본은 기본급과 실수령액 차이가 큰 편이다.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추가 잔업수당·주택수당·보너스 등 다양한 추가 수당을 더해 연봉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통상 2 대 1 정도 된다는 게 일본 취업 성공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일본 대기업 리쿠르트는 기본급 225만엔, 고정 잔업수당비로 110만엔을 지급한다. 이경훈 씨는 “일본은 수습사원도 정직원과 계약 조건이 동일하기 때문에 기본급 수준도 비슷하다. 다만 잔업 등 수당에서는 차이가 많아 초봉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연봉 격차도 큰 편이다. 일본에서 IT 엔지니어로 일하는 윤준영 씨는 “업계 평균 연봉은 400만~600만엔 수준이지만 라쿠텐이나 소프트뱅크 등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은 700만~1000만엔 수준으로 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봉 격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연봉을 많이 주는 업종과 직종은 무엇일까. 일본 최대 구인구직 사이트 ‘도다(DODA)’에 따르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업종은 ‘종합상사(478만엔)’였다. IT(466만엔), 제조업(465만엔), 제약·바이오(453만엔) 등이 뒤따른다. 직종 중에서는 전문직(609만엔) 연봉이 단연 높다. 전문직에는 컨설팅 기업이나 감사법인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포함된다. 기획·관리(520만엔), 전자·기계(484만엔)직에 근무하는 회사원 처우도 좋은 편이다. 반면 사무·비서(329만엔), 판매·서비스(326만엔) 직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2018-07-06 09:2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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