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체 기업분석 / 시장분석
뉴스 > 기획기사 > 새로고침

경제용어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목록목록

韓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 위한 전문가 제언 | 규제 풀어 ‘한국판 크립토밸리’ 육성해야 ICO 가이드라인은 사모펀드 참조할 만
한국 블록체인 산업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법. 관련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미흡한 정부 대처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산업 육성은커녕 적절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주를 이룬다.

▶거래소 해킹·코인 스캠 ‘횡행’

▷블록체인 산업 전체 이미지 악화

보안과 사기에 취약한 암호화폐 시장은 블록체인 생태계 불안 요소 1순위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생성되는 만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엄밀히 따지면 같은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블록체인 사업 모델 대부분이 코인 없이는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예 다르다고 하기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암호화폐=블록체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은 블록체인 산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킨다. 수많은 사람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인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대중 신뢰를 잃는 것은 치명적이다.

최근 잇달아 터진 ‘거래소 해킹’은 블록체인 이미지를 깎아 먹는 대표 사례다. 지난해 4월 국내 거래소 중 처음으로 해킹을 당한 야피존(현 유빗)을 비롯해 국내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만 벌써 6건이다. 최근 들어 보안 문제가 더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10일 코인레일이 약 4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해킹당했고 불과 열흘 후인 지난 6월 20일에는 국내 2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35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도난당했다.

김경수 이더랩 소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리스크가 너무 많다. 취약한 보안을 비롯해 도덕적 해이, 내부 관리 소홀 등 문제가 산적했다. 암호화폐가 오가는 거래소에 문제가 터지면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적용할 법률도 없고 감시할 기관도 명확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CO 시장에 횡행하는 ‘코인 스캠(사기)’도 블록체인 생태계 물을 흐리는 요인이다.

최근 ICO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ICO 전문 사이트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누적 기준 118억6600만달러(약 13조3250억원)가 ICO를 통해 모였다. 한 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이미 2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ICO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틈을 타 사기꾼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듯한 사업 계획으로 투자금만 모집하고 ‘먹튀’하는 기업은 셀 수도 없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화방에서 투자금을 모집하는 ‘다단계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코인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현재 ICO 시장은 ‘레몬마켓’이다. 기존 벤처 투자자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벤처기업이 ICO 시장으로 몰려가는 모양새다. 현실성 없는 프로젝트로 무리하게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도 스캠”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지만 정부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다’는 발표 외에 그 어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ICO 금지로 시장이 음성화되면서 부작용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두 손 놓고 있는 탓에 ‘신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얘기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미국과 스위스 등 주요 금융 선진국들은 정부가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관련 규제와 감시기관을 지정해 사기를 걸러내고 있다. 지금처럼 ICO 관련 정책에 손을 놓고 있는다면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저해된다. 업계에는 큰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적 육성 vs 적절한 규제 ‘팽팽’

▷ICO 허용해 국부 유출 막아야

암호화폐와 ICO에 대한 정부 규제를 놓고 전문가 의견은 갈리는 모습이다. ‘모든 규제를 없애고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적절한 규제가 산업 성장에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입법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ICO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배경에는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ICO를 위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려면 법인세·인건비·사무 운영비 등의 비용을 현지에서 지출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편 IC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도 없잖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이다. 국내 ICO 허용은 물론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을 유치하도록 유인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주크나 영국 맨섬처럼 특정 도시를 암호화폐 특구로 전략적으로 지정해 ‘한국판 크립토밸리’를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적절한 규제가 오히려 블록체인 산업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CO를 법 테두리 안에 들여오는 ‘방법론’에 대한 의견 교환이 활발하다.

현행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가이드라인이 ICO 규제 마련에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ICO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아 아직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초기 투자자 보호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발행 한도를 7억원에서 20억원으로, 개인 투자 한도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늘린 바 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ICO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ICO 시장에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서에 허위 사실을 쓰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하면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구조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ICO를 진행하는 기업에 최소 자본금 요건 의무를 부여하고 투자자 수는 제한하는 방식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규제를 ICO에 도입하자는 주장은 선진국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법적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만큼 현재 코인 시장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산업 특성을 고려해 적격투자자 조건에 기술적인 부분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자체 노력도 촉구된다. 채희광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IT지원센터장은 “해외 유망 블록체인 기업과의 적극적인 네트워킹·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애초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규 팍스데이터테크 기술총괄대표는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수준으로는 인터넷과 같은 범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속도, 정보처리, 보안 등 블록체인 성능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 블록체인 사업 모델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코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주도 사업은 ‘코인=사기’라는 선입견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현재 탄소금융협회 주도로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탄소 코인’이 좋은 사례다. 절감한 에너지 사용량에 비례해 일반 가정에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인 만큼 코인으로 지급하면 자연스럽게 탄소배출권 시장도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다. 유상희 한국탄소금융협회장은 “지자체와 시민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을 논의 중이다. 공공기관 주도로 공익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블록체인 모델이 늘어나면 전체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7-06 09:37:16 입력

경제용어
확대확대 축소축소 프린트프린트 목록목록

기사 관련 종목

종목명 현재가 등락 등락률(%)
카카오 110,000 ▼ 1,500 -1.35%
 
목록보기
[빅데이터로 본 재테크] 환율보고서.. 18-10-19
20년전 쌀 1천석으로 사던 강남아파.. 18-10-18
- 韓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 위한 전.. 09:37

 
로그인 버튼
ID찾기 회원가입 서비스신청  
 
최근조회 탭 보기 관심종목 탭 보기 투자종목 탭 보기
12.14 15:59    실시간신청     최근조회삭제  
종목명 현재가 전일비 등락률
코스피 2,069.38 ▼ 26.17 -1.25%
코스닥 666.34 ▼ 15.44 -2.26%
종목편집  새로고침 

mk포토

(주)매경닷컴 매경증권센터의 모든 내용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투자권유 또는 주식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본 사이트에 게재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는 본 사이트의 정보를 제 3자에게 배포하거나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