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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콘텐츠·엔터산업과 ‘찰떡궁합’ 게임·동영상·뱅킹도 기업·소비자 ‘윈윈’
“실리콘밸리에서는 블록체인 개발자가 연봉을 좇아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찍이 암호화폐로 부자 된 사람이 상당수거든요. 이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구글이나 유튜브 같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입니다.” (존 하티, 오리진프로토콜)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 기업인 오리진프로토콜(Origin Protocol)은 상주 직원 10명, 프리랜서 개발자 15명 남짓으로 이뤄진 스타트업이다. 이 작은 기업은 최근 유튜브, 페이스북, 드롭박스 출신 유명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잇따라 합류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오리진프로토콜 공동창업자인 매튜 리우 최고경영자(CEO, 이하 대표)도 유튜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오리진프로토콜이 아니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양한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어떤 산업에 블록체인을 입혔을까.



슬리버티비 동영상 스트리밍

▶중앙 서버 의존도 낮춰 영상 전송

미국 쿠퍼티노 소재 e스포츠 가상현실(VR) 중계 플랫폼 ‘슬리버티비(SLIVER.tv)’는 지난해 7월 설립한 자회사 세타(Theta)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분산형 비디오 스트리밍·전송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4K 초고화질 콘텐츠를 시청합니다. 일반 고화질(HD) 영상보다 4~5배 많은 데이터 용량이 필요하죠. 앞으로는 VR을 이용한 게임이나 스포츠 중계도 흔해질 텐데 이는 4K보다 10배 많은 데이터 용량이 필요합니다. 중앙집권화된 서버(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이용해 고용량 영상을 내보내려니 속도도 느릴뿐더러 콘텐츠 공급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요.”

슬리버티비와 세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미치 리우는 이런 문제를 세타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결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무슨 말일까. A, B, C가 각각 CDN을 통해 스트리밍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하나의 CDN에서 세 명에게 보낼 영상이 한꺼번에 송출되는 만큼 재생 속도가 빠를 리 없다. 세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A가 CDN을 통해 영상을 시청한다. A는 시청과 동시에 같은 영상을 B와 C에게 내보낼 수 있다. B와 C는 각각 세타 네트워크의 D, E, F, G 등과 영상을 공유한다. 한 개 서버에 몰리던 병목 현상이 사라졌으니 스트리밍 속도는 한결 빨라진다. 단, 블록체인 덕분에 어떤 동영상이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송출되는지는 철저하게 비밀이다.

그간 CDN이 중간에서 서버 이용료를 챙겼다면 세타 네트워크에서는 A, B, C가 모두 세타토큰(Theta Token)을 보상받는다. 개인인 A, B, C가 모두 네트워크 중계자 역할을 한 셈이다. 꼭 영상을 보지 않아도 대역폭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A, B, C는 이 토큰을 프리미엄 콘텐츠나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다.

리우 대표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 중 30~40%는 CDN 이용료다. 콘텐츠 공급자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존 CDN 비용의 40~60%를 절감할 수 있다. CDN 공급자 역시 트래픽을 무한대로 늘리지 않아도 돼 비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세타코인은 세계 5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넨스, 후오비와 오케이EX에 상장돼 있다. 세타 네트워크는 최근 베타 버전인 테스트넷 출시를 마쳤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산하 벤처 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가 세타에 투자했다.



크라우즈 B2B 전자상거래

▶불필요한 서류 없애고 업무 효율 높여

전자상거래는 금융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유망 분야로 꼽힌다. 이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원료 공급지부터 최종 생산자까지 연결된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공급망)의 흐름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이 현재 어느 위치에 어떻게 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 ‘크라우즈(Crowdz)’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기업 대 기업(B2B)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페이슨 존스턴 크라우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기업은 저마다 자체 디지털 솔루션을 갖췄지만 25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B2B 전자상거래 대부분은 종이 서류에 의존해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며 창업 동기를 밝혔다. 한 유럽 은행이, 미국 기업이 디자인해 중국에서 생산한 플라스틱 의자를 대량 구매하려면 1차 생산자에 들어가는 발주서부터 시작해 20여개 업체를 거쳐야 한다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300건이 넘는 문서가 발생한다고.

이런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거래가 이뤄지는 동시에 결제까지도 가능해져 종전 EDI(전자문서교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존스턴 대표의 설명이다. EDI는 기업 간 서류를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전 세계 비즈니스 거래 대부분이 EDI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통상 미국 중소기업이 EDI를 사용하는 데만 월 5000~5만달러 비용이 들어간다. 크라우즈 솔루션을 활용해 기업이 EDI 등의 비용을 아끼는 대신 크라우즈는 최대 4%의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기존 시장에서는 제품을 발주받은 업체가 대금을 받기까지 수개월씩 걸렸고 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하는 업체도 적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는 스마트 계약(용어 설명)이 이뤄지기 때문에 납품대금 지연 지급이나 지급 조건 변경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크라우즈는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으로부터 140만달러를 투자받은 상태다.

서브드림스튜디오 게임

▶투명한 수익 배분으로 게임 생태계 살려

VR 게임 업체인 서브드림스튜디오는 중간자를 없애는 블록체인 기술로 게임 유통 시장을 바꾸려 한다.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유통사), 플레이어(소비자) 사이에서 불투명한 매출 구조와 수수료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목표다. 실리콘밸리 로스알토스에 소재한 이 스타트업은 창업자 겸 CEO인 한국인 정직한 씨가 이끌고 있다.

서브드림스튜디오가 게임산업과 블록체인을 결합하려는 분야는 게임머니다. 현재 사용자가 구매·지불하는 게임머니는 게임 개발사, 퍼블리셔, 플랫폼 등 서너 단계를 거치면서 수수료를 떼는 구조다. 개발사, 퍼블리셔, 플랫폼에 따라 매출을 집계하는 방식도 다르고 정산하는 데만 수개월씩 걸릴 수밖에 없다. 중소 개발사가 제때 개발비와 수익을 배분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게임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유통된다면 수익 배분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개발, 출시, 유통 등 단계별 거래가 장부에 기록돼 투명한 수익 배분이 가능하다”는 게 정직한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모든 과정에는 암호화폐이자 게임머니 역할을 하는 ‘유메리움(Yumerium)’이 쓰인다. 소비자 역시 게임을 하면서 인센티브로 유메리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VR방 프랜차이즈인 ‘브이알플러스’가 서브드림스튜디오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

이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오리진프로토콜’은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개인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오리진프로토콜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을 이용해 디앱(DApp·분산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PC용 개방형 운용체계(OS) 리눅스와 비슷하달까. 특이하게도 오리진프로토콜이 보유한 모든 기술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보다 정교한 사용을 원한다면 오리진프로토콜이 컨설팅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중국서도 관심 뜨거운 블록체인

특허 3분의 1 점유…14억 인구 시장 기대감 만발

한편 미국과 함께 블록체인 선두를 노리는 중국은 어떨까. 특허청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블록체인 관련 특허출원 규모는 미국이 497건, 중국이 472건으로 각각 500건에 육박한다. 지식재산 선진 5개국(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에 출원된 블록체인 관련 특허(1248건) 중 77.6%를 미국과 중국 양국이 점유했다. 중국이 근소한 차이로 2등을 달리지만 14억명 인구에 기반을 둔 내수 규모, 기업 수 등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할 시장이 커 잠재력이 미국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리콘밸리 방문에 앞서 블록체인 G2인 중국을 찾았다. 지난 6월 15일 베이징 그랜드밀레니엄호텔에서 열린 ‘2018 블록체인 산업 서밋’(이하 서밋)은 급변하는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와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자리다.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은 방문자만 약 1500명이다. 서밋에 참가한 기업 면면을 보면 기존 사업을 운영하다 암호화폐를 공개하는, 이른바 ‘리버스 ICO(Reverse ICO)’를 진행하는 기업이 많다.

대표적으로 ‘패션넷(FashionET)’은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판매자에게서 수수료를 떼어가던 태생적인 문제를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판매자가 제품을 패션넷 커뮤니티에 내놓으면 소비자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이 제품을 평가할 수 있다. 업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만큼, 또는 제품을 판매한 만큼 ‘패션토큰’을 보상받는다. 평가를 남긴 소비자에게도 토큰이 지급된다. 패션넷은 모기업이자 온라인 의류 쇼핑몰인 밍싱이추(중국 내 회원 약 8000만명)를 포함해 온라인 커뮤니티 미코(약 3억명), 티아냐(약 1억2000만명)에 5억명 이상 회원을 확보한 덕에 참여자 기반도 넉넉하다.

소비자는 토큰을 화폐처럼 제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고, 판매자 역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선보일수록 토큰 수입이 늘어난다. 전 세계에서 토큰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화폐를 쓰는 국가 간 거래·지불 속도가 한결 빨라진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상품 제조·이동 경로나 거래 내역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비자는 돈을 떼일 우려도, 나아가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일 우려도 없다. 판매자 역시 애써 만들어놓은 제품이 하루아침에 표절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패션넷이 기존 산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했다면 중국 선전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업체 ‘월튼체인(Walton Chain)’은 그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명하게 관리되더라도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된 제품이 온라인상 내용과 다르면 문제가 생긴다. 월튼은 제품에 RFID(무선전자태그)와 QR코드를 부착해 모든 제품 생산·유통 과정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추적한다. 각각의 RFID나 QR코드에 해시값이 부여돼 있어 이력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 복제품이 많은 고가 예술품에도 월튼체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출처와 유통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월튼체인은 이런 모든 유통·매매 과정에 직접 발행한 월튼코인(WTC)이 사용되는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스포트엑스(SPORTX)’는 스포츠 업계 과도한 에이전트 수수료와 불투명한 이적비용 문제를 ‘삭스(SOX)코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단과 에이전트, 기업이 코인으로 직거래하는 덕분에 중개 대행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스포트엑스에서는 선수별 코인도 발행한다. 선수 초상권, 유니폼 판매 등 수익이 늘어나면 코인 가격이 함께 오르는 구조다. 해당 선수 코인을 구입한 서포터도 자연스럽게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베이징 = 정다운 기자

[샌프란시스코(미국) =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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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09:40: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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