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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메카’ 실리콘밸리는 요즘…블록체인 알면 연봉 13만달러서 시작 UC버클리 온라인 강좌엔 7400명 몰려

미국 IT 산업의 심장부, 스타트업의 요람 ‘실리콘밸리’는 지도를 펴놓고 찾을 수 없다. 지명이 아니라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서니베일·산타클라라·쿠퍼티노·팔로알토 등을 아우른, 하나의 클러스터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넓게는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베이 지역(Bay Area·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주 광역 도시권) 전체가 실리콘밸리로 묶인다. 이곳에 애플, 구글, 테슬라, 인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본사가 포진해 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블록체인’이다. 연초 뜨겁던 비트코인 투자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제2의 인터넷’을 꿈꾸는 블록체인 창업 붐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관)는 최근 블록체인에 푹 빠져 있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플러그앤드플레이(Plug and Play)’는 전 세계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실리콘밸리의 큰손’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약 1만7000㎡ 규모로 널찍한 공간 곳곳에 칸막이 없는 책상 수백 개가 놓여 있다. 구글, 페이팔, 로지텍 등 세계적인 기업이 여럿 거쳐갔고 지금도 3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곳 입주 기업은 요즘 분야를 막론하고 연일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논의하느라 바쁘다. 투자자를 유치할 때 블록체인을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 탓이다.

이곳에 2014년 둥지를 튼 ‘크라우즈(Crowdz)’도 원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혁신 방안을 고민하던 스타트업이었다.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후 솔루션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크라우즈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 후 총 14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페이슨 존스턴 크라우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입주 기업 사이에서 금융·보안 산업뿐 아니라 물류, 유통, 콘텐츠,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며 “실리콘밸리에는 플러그앤드플레이, 글로벌실리콘밸리랩스(GSV Labs), 500스타트업 등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수두룩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외에도 비스포크(Bespoke) 같은 공유 오피스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 등 실리콘밸리 어디를 가도 두 명 이상 모인 자리에서는 블록체인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나같이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거나 사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이다.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크고 작은 블록체인 모임을 찾아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대부분 블록체인 스타트업 창업자가 모여 사업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공유·평가하는 자리다.

‘블록체인 데모의 밤(Blockchain Demo Night)’은 매달 1~2회씩 블록체인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VC·투자기관 관계자가 모여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시연하는 공개 모임이다.

지난 6월 19일 저녁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린 모임에는 6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프로젝트팀 4곳이 나와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예정에 없던 팀까지 총 8개 팀이 참가해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투자자 3명은 ‘다른 경쟁 업체와 어떻게 차별화할 텐가’ ‘우리가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방청객도 ‘블록체인 적용은 좋지만 수익 모델이 무엇이냐’ 등 열띤 질문을 퍼부었다.

이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인증서를 개발 중인 ‘트루서츠(TrueCerts)’였다. 순위가 높다고 실제 투자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표자인 시바 킨탈리 씨는 “본격적인 창업 전 자신감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블록체인이 상한가를 치면서 블록체인 전문가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프리랜서 개발자 취업 사이트인 ‘업워크’는 블록체인 개발자를 수요 급증으로 인해 연봉이 계속 늘고 있는 직업 중 하나로 꼽았다. 구직자 분석업체인 ‘버닝글라스테크놀로지’는 미국 블록체인 개발자 평균 연봉이 13만달러로 일반 개발자 평균(10만5000달러)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무리 높은 몸값을 제시해도 여전히 ‘블록체인 전문가’ 모시기가 어렵다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아우성이다. 크리스티 킴 키네틱(Kenetic)캐피털 투자부문 수석은 “블록체인은 새롭게 뜨는 산업이라 개발자, 보안전문가, 전문경영인, ICO 투자전문가 등 분야를 불문하고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투자회사들도 스타트업, 대학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인재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키네틱캐피털은 홍콩계 암호화폐 전문 투자회사로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뒀으며 이곳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활발하게 교류하는 배후에 인재 공급원인 UC버클리와 스탠퍼드대가 자리한다. 베이 지역 북쪽 버클리와 남쪽 팔로알토에 각각 위치한 이들 명문대는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졸업생을 수없이 배출해낸 학교다.

지난 6월 20일 스탠퍼드대는 이더리움재단, 프로토콜랩스 등 6개 업체와 손잡고 블록체인 리서치센터를 설립하겠노라 발표했다.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깊이 있게 연구하자는 취지다. 연구진에는 댄 보네 암호학 교수, 데이비드 마지어스 컴퓨터과학 교수를 주축으로 조 그룬페스트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 등이 포함됐다. 리서치센터 공동수장인 보네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암호화폐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쳐온 전문가다. 수업 후 만난 한 재학생은 “졸업 후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며 “이번 강의로 전공이 아닌 블록체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UC버클리 경영대인 하스비즈니스스쿨은 지난 6월 말 일주일간 ‘블록체인 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MBA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된 교육 과정이지만 공학·법학·경제학 교수진을 비롯해 투자업계 실무자가 한데 모여 수업을 진행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 수업을 청강하러 온 학부생이나 공대생도 눈에 띄었다. UC버클리는 오는 7월 온라인 강좌도 개설한다. 외부인에게도 공개된 이 강좌에는 6월 22일 기준 7400명의 수강생이 등록했다. 주로 컴퓨터공학, 경제, 수학, 금융·회계 전공 학생들이 신청했지만 철학, 법 등 비전공자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UC버클리에 블록체인 과정이 개설되기 전부터 학생들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모임이 이미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다는 점이다.

UC버클리 학생 또는 졸업생 140여명으로 이뤄진 ‘블록체인앳버클리(Blockchain at Berkeley)’는 약 4년 전 학생 동아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서비스 자문은 물론 교육까지 제공하는 전문 컨설팅 업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항공 업체인 에어버스(Airbus)에 비행기 부품 추적 솔루션에 쓰일 블록체인 기술 자문을 제공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다. 구성원 전공은 공학·법학·경영 등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블록체인에 푹 빠져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가입하겠다는 학생이 몰리다 보니 이제는 코딩이나 경영 에세이 등 3차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입회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외에도 최근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카네기멜론대, 코넬대, 듀크대 등 명문 대학들이 앞다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가르치는 온라인 강의를 개설하는 추세다. 실리콘밸리(베이 지역) 내 마운틴뷰에는 블록체인 특화 대학인 ‘블록체인대(Blockchain University)’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7-06 09:42: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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