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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聖地 실리콘밸리서 블록체인 미래를 보다
‘블록체인이 20세기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암호화폐 광풍으로 주목받았던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중심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며 기존 산업 생태계가 요동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약 10%가 블록체인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 보관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거다’ 싶게 눈앞에 나타난 기술은 아직 없다. 정말 인터넷처럼 산업 ‘판’ 자체를 바꿀지, 우리 삶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끝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매경이코노미는 블록체인 열기가 뜨거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관련 스타트업 동향을 추적해 블록체인이 세상에 구현할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新사업이 산업생태계 바꾼다

20C 인터넷 혁명 능가하는 ‘제4의 물결’


“블록체인의 미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터넷+알파’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단점인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희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년간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서비스(혹은 제품)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인터넷이 포함될 것이다. 인터넷의 문제점 중 하나는 무수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왜곡된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특정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이익을 다 가져간다는 비판도 많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와 ‘독점’의 한계를 해결할 기술로 꼽힌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되면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데이터를 독식하는 현상이 사라진다. 데이터를 직접 만드는 이용자가 이익을 가져간다. 이 점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장 큰 차별 포인트 중 하나다. 기존 인터넷 플랫폼 강자와 새롭게 부상하는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도 더할 나위 없이 치열할 전망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블록체인 연구에 사활을 건다. 국내 플랫폼 비즈니스 시장을 석권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미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돌입했다. 네이버 블록체인 사업을 주도하는 자회사 ‘라인’은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언블락, 언체인을 잇따라 설립했다. 카카오 역시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하면 인터넷 시대 플랫폼 비즈니스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방면 영역 확장 블록체인

▷각양각색 수익 모델·활용법 속속 등장

블록체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역은 금융이다. 금융 서비스는 특성상 중개자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금융거래 인증과 검증 과정이 간소해진다. 중개기관 역할이나 결제에 사용되는 시간 역시 줄어든다. 최초 거래부터 모든 내역이 기록되고 공유돼 부정거래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실시간 국제 송금과 환전도 가능하다. 금융 컨설턴트 업체 그리니치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계는 블록체인에 연간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업계도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 중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증권업계다. 증권업계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만든 공동인증서 ‘체인 아이디’는 곧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이 사업에는 13개 증권사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은행 업종 컨소시엄은 지난 4월부터 블록체인 공동인증서인 ‘뱅크사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르면 7월 공동인증서 ‘뱅크사인’을 선보인다. 삼성SDS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인 ‘넥스파이낸스(Nexfinance)’를 공개했다. 삼성SDS는 은행연합회 블록체인 공동인증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생명보험협회 또한 삼성SDS를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콘텐츠 시장 또한 블록체인을 다양하게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다.

게임에서는 한빛소프트가 눈에 띈다. 한빛소프트는 ‘브릴라이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게임 내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서로 다른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암호화폐인 ‘브릴라이트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넥슨이나 넷마블 등도 블록체인 기술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등 게임과 블록체인의 연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 이슈가 많았던 음원이나 웹툰 등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창작자들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였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면 창작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음원 플랫폼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행정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이 적용되면 유권자가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투표한 내용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록·저장한다. 투표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을 없애고 부정행위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출생부터 사육·도축·가공·판매 단계에 이르는 이력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저장·관리하는 ‘축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거래 시 이용되는 각종 증명서, 계약서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제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 아니라 물류·유통, 나아가 정부 공공·행정 서비스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모든 종류의 자산 등록·보관·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밋빛 환상’ 경계하라

▷기술·제도적 장애물 첩첩산중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하려면 코인 발행은 필수다. ICO 전문 사이트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ICO 총 210건을 통해 모집된 투자금은 38억8000만달러(약 4조1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ICO를 진행하는 업체의 기술력이나 재무 상태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다. ICO를 진행한 업체가 파산하거나 이른바 ‘먹튀’ 행태를 보이면 투자금 모두를 잃을 수 있다.

암호화폐 뉴스 전문 사이트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ICO를 진행한 902개 기업 중 142개 기업이 ICO에 실패했다. 276개 기업은 ICO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파산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ICO 급증으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규제만 있고 지침은 없다”며 “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 채널과 공정성이 담보된 가이드라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문제도 남았다.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초당 거래 승인 건수를 높여야 하고 거래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 역시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바람직하지 않다. 블록체인은 암호학 등 컴퓨터 과학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론 등 인간 심리를 해석하는 학문과 결합돼 있다. 5~10년 이상 더 개발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생각이다.

호황 맞은 블록체인 연관 비즈니스

거래소·벤처캐피털·마케팅 업체 ‘우후죽순’

하나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려면 업체 간 협업은 필수다. 국내 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한 업체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쉽다.

SK텔레콤, 카카오, 신한은행 등 업종별 대기업을 비롯해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 전문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 다양하다.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에는 총 66곳,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에 58곳,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에 31곳이 가입했다. 중복 가입 기업도 있지만 관련 회사가 많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말 투자 광풍은 잦아든 상태지만 신흥 거래소는 쏟아진다. 거래량 기준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이른바 ‘4대 거래소’ 외 새로운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었다.

덩치도 작지 않다. 지난 3월 문을 연 한빗코, 지난 4월 론칭한 캐셔레스트의 하루 거래량은 6월 26일 기준 각각 1594BTC, 2612BTC를 기록했다.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1422BTC)을 넘어섰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를 제공 중이거나 출범을 앞둔 암호화폐 거래소는 40개 이상으로 집계된다.

블록체인 업체가 발행한 코인이 상장되고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거래소뿐이 아니다. ICO(암호화폐공개)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영세한 탓에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과 투자, 마케팅 등이 결합돼야 한다. ICO 급증에 따라 관련 사업 업체도 호황을 맞았다. 블록체인 플랫폼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전문기업(블로코·더루프·글로스퍼·코인플러그 등)을 비롯해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해시드·파운데이션X·체인파트너스 등), ICO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마케팅과 이벤트 개최를 담당하는 마케팅 회사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암호화폐·ICO 시장과 관련된 국내법·규정이 모호한 탓에 법률 자문 수요도 늘었다. 대형 로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블록체인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대형 로펌은 국내외 ICO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법무법인 태평양은 파트너 변호사 20여명과 30여명의 블록체인 전문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 중이다. 나건웅 기자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강승태·정다운·나건웅 기자 / 사진 =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7-06 09:50: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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