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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경영학자들이 꼽은 생산성 업그레이드 전략
대한민국 노동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주 52시간 근로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에 피로감을 호소하던 직장인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반면 기업인은 고민이 깊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신규 채용에 나서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다. 아울러 기획·연구개발(R&D)·마케팅 등 ‘머리’를 쓰는 사무직 근로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주 52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 안에 개인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경영학자들은 “기업은 근로자가 쉴 때 확실히 쉬게 해주고 일할 때 집중력을 발휘해 개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율출퇴근제, 집중근무제, 직무 중심 성과평가, 저성과자 멘토링과 재교육, 조직문화 개선 등이 그 해법으로 언급된다.



일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쉬고

주 52시간 근로시대 해법은 업무집중력


기획·R&D 등 두뇌 쓰는 창조직군 고민…유연근로·인센티브 재설계 필요

“저희는 ‘PC오프제’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컴퓨터를 끄지 않는 한 회사 내 추가 근로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업무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일하길 기대합니다.”

“회사는 주 52시간 근로 원칙을 고수하겠지만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분석보고서를 내기 때문에 회사가 아니라면 집에서라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요? 다만 리서치 어시스턴트(RA)나 지원부서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기업이 오후 늦게 실적을 발표한다면 이에 대한 리뷰보고서를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야근을 시키기 어려우니까요. 부서장끼리 의견을 모아 일관된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월 26일,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대화다. 원래 모임 주제는 애널리스트 역량 강화와 평가 방안이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인력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뜨거웠다.

기대와 우려 속에 7월부터 법정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바뀌었다.

아직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다. 올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100인, 50인 등으로 쪼개 유예 기간을 늘려 최종적으로 전체 근로자에 적용하는 시기는 2022년이다. 또한 은행, 항공 등 21개 특례 업종은 인원과 상관없이 2019년으로 미뤄졌다.

대표이사가 고발당할 걱정 역시 당분간 접어도 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월 20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6개월 동안의 계도 기간(처벌·단속 유예 기간)을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특별 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탄력근무 적용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건설업계는 3개월 평균 주 52시간만 근무할 수 있어 공정과 공사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인력 투입 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해왔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초기부터 다각도로 보완에 나서는 이유는 기업이 겪을 혼란이 만만치 않아서다. 기업인만 모이면 대화 주제는 ‘깔때기를 타고 물이 모이듯’ 자연스럽게 주52시간 근무제로 이어진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주 52시간 여파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정부 뒤늦게 부작용 완화 당근책

직무 중심의 인사평가 정착 시급

무엇보다 기획·연구개발(R&D)·마케팅 등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이른바 ‘창조직군’ 근로자 인력 운용 방안 검토가 시급해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관리하는 센터장 고민이 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착시키려면 일하는 시간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런데 밤낮없이 기업인과 펀드매니저를 만나고 분석하고 글 쓰는 애널리스트에게 칼로 무 자르듯 근무시간을 규정하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센터장은 “증권가에서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 애널리스트는 없다고 봐도 좋다”며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회사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얻고자 하는 효과는 크게 2가지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조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높아졌다. 그간 한국인이 장시간 근로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305시간 더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대한민국이 ‘과로사회’를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으로 향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직장인 김성민 씨(34)는 “상사의 불합리한 업무 지시로 적지 않게 야근을 했다. 그러나 대표이사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하니 상사가 쉽게 연장근로 얘기를 꺼내지는 못할 것 같다. 자기계발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제 효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간 12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 후 중소기업들은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프랑스처럼 개인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기업이 채용을 늘려주기를 바란다. 프랑스는 1997년 총선으로 집권한 사회당이 선거 공약 이행 차원에서 주 39시간 노동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했다. OECD 분석 결과 주 35시간 노동제는 1998~2002년 2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1997년 12.6%이었던 실업률을 8%대까지 떨어지게 했다. 일자리 질도 나쁘지 않았다. 직접고용이 20만건, 임시직이 15만건이었다. 여가 확대는 소비 증대로 이어져 프랑스 경제는 연간 2~3%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현장에서 프랑스 성공 사례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업이 신규 채용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사례를 언급했듯,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의 성공 열쇠는 생산직이 아닌 ‘창조성’을 요구하는 사무직 근로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 단위 업무가 중요한 생산직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게 이미 시스템 전환이 상당히 진행됐다. 반면 근무시간을 명확하게 정하기 힘든 사무직 근로자는 다르다. 주 52시간 내 할당된 업무를 끝낼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게 과제다.

그간 한국인은 일하는 시간 대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 생산(GDP per hour worked)은 34.3달러(2010년 PPP 기준 달러)로 전년(32.9달러)보다 1.4달러 늘었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 생산은 2011년 3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 투입량 감소, 부동산 경기 활황 등의 영향으로 2010년(1.6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시간당 노동 생산 통계가 집계된 OECD 회원국 22개국 중 한국은 1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 생산은 1위인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과 비교해도 71% 수준에 그친다.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밀리지 않는 경제 규모지만 유독 시간당 생산 순위만 뒤로 처지는 것은 생산성 부진과 함께 한국의 유별난 야근문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OECD 기준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 무려 305시간 더 많다. 한국인 노동자가 매일 최소 1시간 이상씩 더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낮은 생산성을 높인다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누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쉴 때 확실하게 쉬고 일할 때 바짝 쪼여 집중력을 발휘하는 근로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은 근로자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한 재계 임원은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산업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임원은 “고용부 가이드라인이 생산직이나 일반 사무직을 중심으로 구성돼 스타트업 종사자, 개발자, 창작가, 엔니지어 등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제도가 시행된 만큼 정부 정책이 유연해지기를 기대하기보다 임직원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김경민·노승욱·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5·창간39주년 특대호 (2018.07.04~07.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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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10:27: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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