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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비핵화 협상 2라운드…치열해지는 美·北 샅바싸움-北 핵개발 지속 증거에 워싱턴 정가 ‘싸늘’
기업들은 보통 인수합병(M&A)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앞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그보다 전 단계에서는 의향서(LOI)를 주고받기도 한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합의문은 비즈니스에 비유하자면 LOI 수준에 그쳤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합의문 3항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당장 미국 내 반(反)트럼프 진영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

이제 화려한 쇼가 끝나고 지루한 협상의 계절이 찾아왔다.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3주가 지난 7월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으로 협상을 재개했다. 비핵화 협상 2라운드가 막을 올리기 전 양측의 ‘샅바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누가 협상의 주도권을 쥘지를 놓고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졌다. 북한이 과거 ‘흡혈귀’라 불렀던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다시 등장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 이전에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했다가 협상 결렬 위기를 불러왔던 초강경파다.

한동안 ‘로키’로 침묵하던 볼턴 보좌관은 폼페이오의 방북 직전 “1년 내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해체할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앞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비핵화’라는 표현만 담겼지만 볼턴은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까지 해체 대상에 다시 포함시켰다. 이는 2003년 부시 정권 때 자신이 참여했던 리비아와의 핵협상을 연상케 한다. 당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사찰을 전면 수용했다. 결국 WMD 전면 포기를 선언한 지 22개월 만에 리비아는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했다. 볼턴 보좌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리비아와의 협상에서 성공했던 경험이 들어차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폼페이오 방북…강경파 볼턴 재등장

등판 타이밍도 절묘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6월 말부터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도가 없다는 증거를 미국 정보당국이 확보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워싱턴 정가의 여론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재료였다. 공화당 중진이자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김정은은 (사상자) 명단 맨 앞에 있을 것”이라며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북한 지도자를 가리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한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선택한 일대일 협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워싱턴 정가가 걱정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최근 기고에서 “북한은 트럼프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양보를 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성과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장은 더힐 기고에서 다음과 같은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 조건으로 종전선언과 함께 적대행위 금지의 문서화를 요구한다. 이어 향후 10년에 걸쳐 핵무기와 미사일 제거를 약속하면서 제재 중단과 함께 경제 원조를 요청한다. 전문가 검증 과정에서도 제한된 인원과 사전 통보를 조건으로 내건다. 이 경우 협상은 원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김 위원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핵실험과 한미군사훈련을 동시에 멈추는 ‘쌍중단’을 얻어낸 그가 철저히 ‘주고받기’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지난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6호 (2018.07.11~07.1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7-09 14:37:5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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