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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배양숙의 Q] 리더에게 세계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을 묻다

유엔(UN)은 향후 지속가능한 산업군에 속하기 위해서 세계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함양이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배양숙의 Q]는 국내외 리더를 만나 삶의 전반과 세계 시민의식의 조건에 대해 질문한다.

Q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 도시를 전세계 지성을 모아 만들어 보자'고 '2019 보아오포럼' 현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방안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여기 북한산 살잖아요. 평일에 사회에서 내로라하던 분들을 정년 이후 매일 산에서 만나게 되는 거예요. 저 분들의 에너지가 그냥 이렇게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시재에서 앞으로 미래사회가 어떻게 될 건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25세부터 일을 하면 60세에 정년을 하고 70세에 사망하는 구조였거든요. 이를 기반으로 연금 등 모든 사회 구조가 설계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세시대가 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0세부터 40년 일하고, 60세 정년 이후 40년 동안 자기 혼자 먹고 살기 쉽지 않아요. 결국은 75세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이 사회가 지속 불가능한 거죠. 그러면 현재와 같은 이런 대도시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결국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나오고 사회 시스템이 연결돼 있으면, 내가 하루에 8시간보다 적게 일을 해도 그 효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인류가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Q 새로운 계획이 생기면 당연한 수순으로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질테고 실행에 옮겨지리라 생각됩니다. 첫 모델을 건설하기로 한 나라와 도시가 궁금해집니다.

A 한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세계적인 지성이 모여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가 작년에 이런 개념을 얘기한 것이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힘을 모아 세계 지성에게 이같은 도시를 만들자고 주창하는 것입니다. 내년 다보스포럼까지 끌고 가면서 현실로 만들려고 합니다. 앞으로 중국에서는 5억명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약 30억명이 도시로 나오게 되거든요.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도시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 움직이는 도시라면 지금의 도로는 쓸모가 없습니다. 현재의 가옥 구조에서는요. 이렇듯 세계적인 지성이 모여서 하나의 시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인류의 과제라고 봅니다. 여시재는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Q 지금 항저우에서 마윈도 정보통신(IT) 기반 도시를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결국은 재원 마련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A 세계적인 국가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할 문제라고 봐요.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이 스마트 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미국의 아마존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도 애리조나 사막에서 미래 도시를 실험하고 있고, 마윈도 1조원을 투자해 도시 연구소를 만들어 실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100조원을 들여 미래도시를 만들려 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세종특별자치시와 부산광역시를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조성하고 있죠.

개별 기업이나 국가가 진행하는 다양한 실험이 있지만 결국은 전 세계가 모여야 미래 시대에 맞는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만들고 있는 핵융합 발전소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발전소는 글로벌 지성과 여러 국가의 재정을 통해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세계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자체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치매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 또 이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탐구해 내려면 세계가 함께 모여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Q 세계가 함께 해야 미래도시, 세계도시가 탄생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세계시민의 정의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A 칸트가 나폴레옹 전쟁을 보면서 세계 시민이 필요하고 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죠. 또 러셀이 그 뒤를 이어 세계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계기로 UN이 탄생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며 저는 이 시대의 가장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국은 진정한 세계 시민이고, 그 아픈 문제의 해결법을 찾는 것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정치적 균형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정책 싱크탱크인 여시재 이광재 원장님께 드린 김진희 박사(한국교육개발원/세계시민UN정보자문관)의 질문입니다. 2016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적 신뢰도 최하위 국가로 랭크된 한국에서 세계 시민이란 무엇일까요?

A 한국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질투는 나의 힘' 입니다.(웃음) 나 혼자 열심히 사는 것이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죠. 그런데 이제 '질투는 나의 힘'으로 가기엔 성장에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함께 진화해 새로운 사회로 나가야 하거든요. 우리 국민 개인은 강한 사람들이에요. 개개인은 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죠. 하지만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서로를 신뢰하고 동업하며 함께 진화하는 유전자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3만달러에서 매우 오래 정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60등에서 40등 하긴 쉬워도, 10등에서 1등으로 올라가긴 굉장히 힘들거든요. 질적인 성장 단계로 가는 것 자체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죠. 결국 사회적 신뢰를 쌓으려면 당신하고 내가 믿어야 하고, 믿으려면 의심을 줄여야 되고, 의심을 줄게 만들려면 개인적인 계약이라는 과정도 충실해야 되지만 자기 스스로 이를 지키는 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하나하나가 사회 시스템과 연결돼야 하고 사회 시스템이 나의 생활에 녹아져 있어야 개인과 국가, 정치의 신뢰지수 등 전체적 신뢰가 높아지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Q 말씀 중에 "한국 사회가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 배고픈 것은 어느정도 해결했는데 배 아픈 건 아직 해결 못했다"고 하신 소설가 김홍신 교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A 결국 이런 거죠. 반칙해도 성공하면 난 놈이다. 하지만 반칙이라는 것이 룰을 깨는 것인데…. 한 사회가 한 단계 뛰어넘으려면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가 기반이 돼야 하잖아요. 아울러 선진국의 기준이 뭘까를 고민해 보면, 대도시와 농촌과의 차이가 작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도 농촌과 도시가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없잖아요. 또한 도서관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이 장신구보다는 자기 내면에 더 신경 쓰는가를 기준으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한국 사회에는 안타까운 점이 많죠. 특히 타인의 시선이 자기의 삶을 강제한다는 측면이 강하고요. 자기 내면의 에너지가 강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머슬로의 가치추구 단계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까지는 소득 수준과 행복 수준이 비례한단 말이죠. 그런데 이후부터는 반비례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돈은 벌었는데도 왠지 허전하고 공허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 강남에 명상센터, 마음치료 같은 곳들이 굉장히 많아졌거든요. 결국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Q 지금 인터뷰 영상 촬영 중인 차정호군(23세·외국어대학교)은 말그대로 이 시대의 청년 입니다. 그의 요청입니다. 여시재 원장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A 제가 중국 칭화대학교에 2년 반 정도 있었는데 많은 대학생들의 질문이 이런 거였어요. "어디 취직을 해야 할까요? " "삼성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이 질문들을 들으면서 제가 한 얘기는 "왜 삼성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을 하냐,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 생각을 해보자. 사람은 꿈만큼 성장하는 거다. 꿈을 가지면 꿈만큼 사람이 성장하고, 아는 것만큼 보고, 본 것만큼 알게 돼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강조했습니다. "또 그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한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먼저 꿈을 가져 봐라. 꿈을 가지면 그만큼 인간은 성장하는 거다."

두번째로는 '자기 이름을 걸고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넘버 원(Number One)' 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죠. 굳이 취직을 한다면 삼성전자의 협력 업체인데 중국에 진출해 있는 회사. 현대의 협력업체 회사인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이란 등등에 있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업도 배우게 되고, 중소기업의 입장도 알게 되며, 무엇보다 그 나라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은, 젊었을 때 조금 더 고생을 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서 넘어지면 못 일어나죠. 하지만 젊었을 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 도전해야 합니다. 제가 이력서를 굉장히 많이 보는데요, 굉장한 돈을 들여 스펙이라는 것을 만드는데 사실 이력서 보는 사람은 다 똑같이 느껴져요. 스펙에 변별력이 없는 것이죠. 채용하는 사람들 관점에서는 자기 세계를 사는 사람들을 오히려 더 선호합니다.

Q 원장님의 20대를 회상해보신다면?

A 제가 1남 6녀의 장남인데 대학 입학할 때 '절대 데모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먹고 사는 건 먹고 살 텐데, 그렇게 살기에는 내가 너무 이 사회에 대해 책임감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종로구 창신동 청계천에 있는 언덕에 있는 학교에서 야학 교사생활을 했죠. 피복 노동자들이 많이 다녔는데,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갈 돈이 없으니까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겁니다. 야학 교사 생활을 하면서 자기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갈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데모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데모를 하게 되더라구요.

데모에 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대학 후배들을 가르칠 때 엄하게 가르치는데, 논쟁적인 책을 매주 2권 읽어오라고 했어요. 그렇게 한 이유는 한 이슈에 대해서 행동하는 것에 다양한 방식이 있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데모도 마찬가지예요. 당시 데모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대학생들의 큰 고민이었어요. 저는 이 고민에 대해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고시를 통해서도, 데모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했죠. 인생은 다양한 길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길을 자기가 선택해 나가는 거죠.

제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사연이 있습니다. 예전에 노 전 대통령이 집을 살다가 이사를 가셨대요. 그런데 딸이 아끼던 꼬질꼬질한 인형을 두고 온 거죠. 딸에게 새 인형을 사준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울고불고 하니까, 예전 집으로 가 쓰레기통을 뒤졌답니다. 그래서 발견한 그 낡은 인형을 새 집으로 들고 오면서 생각하신 게, '아, 나한테는 하찮은 인형일 수 있지만 그 애한테는 소중한 것이구나' 였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서로 다름이 만나야 에너지가 생깁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물고기가 많고, 빛과 어둠이 만나는 일출과 일몰이 더 아름답거든요.

Q 여시재의 구성도 그런 것 같아요.

A 맞아요. 여시재의 이사진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야(與野)를 따지지 않아요. 독일을 예로 들면, 숱한 전쟁을 거치고도 다시 유럽의 중심이 됐거든요. 저는 이 원동력이 연정(聯政)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이런 연정하는 힘을 기르면 충분히 독일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내부가 통합하고 공존하는 것 자체가 유전자(DNA)가 돼야 하죠.

Q 그렇다면 작금의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람이 꿈이 크면 안 싸워요. 예를 들어 내 회사가 중소기업이라고 합시다. 여기서 주식을 나누고, 동업하고, 전문가를 데리고 오고 해야 규모가 커지거든요.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요. 국가도 마찬가지죠. 예전에는 '잘 먹고 잘 살아보자' 라는 산업화의 가치를 공유했어요. 그 다음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죠. 그러면 이 다음은 무엇일까요? 현재 이 부분에서 우리는 전체적인 에너지를 못 모으고 있는 것 같아요.

Q 원장님의 큰 꿈, 변하지 않는 꿈은 무엇인지요?

A 저는 일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제 꿈이에요. 어렸을 때 '여로'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그 드라마에 아주 가난한 인물과 부자인 인물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왜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자인 사람은 계속 부자일까' 라는 생각을 했죠. 사람이 노력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왜 그렇게 졌을까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도 지고, 일제강점기를 또 지냈었죠. 강대국이 일본을 얕보지 않은 이유는 일본의 경제 때문이거든요. 우리도 불가능하지 않아요. 삼성이 소니를 앞선 것처럼 못 이길 것이 없죠. 결국은 강대국의 틈바구니 안에서 한 문명을 확 뛰어넘으려면 독일의 사례처럼 한반도 전체가 평화와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번영해야 하죠.

Q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단계로 나아가야 할까?'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같습니다. 세계 강국의 여러 자본들이 이미 북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과연 통일이 된다고 해서 그 잉여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아갈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A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통일을 서두르지 말자고요. 오히려 통일이라는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주변 국가들은 통일을 안 도와줄 거라고 봐요.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 과정에서 여러 전략이 있었는데 첫째는 작은 독일 통일론입니다. 주변 국가가 견제하지 못하게 말이죠. 두 번째는 독일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다자 외교를 했고, 또 하나는 관세 동맹을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은 북한의 문제도 다양한 국가들과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같이 하게 만들어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통일이 됐을 때 다양한 국가들에게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되게 만들어야 하잖아요. 북한을 주식회사로 보는 거죠. 북한 주식회사가 부실하다고 가정하면, 합병했을 때 합병 효과가 없잖아요. 이 비유를 통해 설명하자면 남북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어떤 경제구조로 짜느냐, 어떤 패러다임을 짜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적극적으로 그 패러다임을 북한에 제안해 북한이 타 국가에 '입찰해 들어오세요' 하지 않게끔 해야 하죠.

Q 북한에게 제안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요?

A 저는 북한을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우리는 원격 의료를 못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짓기보다 원격 의료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교육도 원격교육이 가능하고요. 자동차도 많지 않기 때문에 공유 자동차를 실험할 수 있죠. 미지의 땅이기 때문에 새로운 실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4차 산업의 실험장으로 쓸 수 있고 북한은 앞선 기술력을 흡수할 수 있는거죠. 저는 그렇게 윈윈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봐요.

또 북한은 대한민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다국적 기업 등과 다양한 경제 루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의 신사유람단처럼 북한판 신사 유람단으로 만드는 거죠. 과거 일본이 신사유람단을 만들어 유럽과 전세계를 다녔잖아요. 북한도 많은 나라를 연구한 이후 베트남 모델로 갈 건지, 싱가폴이나 에스토니아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 등 북한만의 건설 방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얼마 전에 여시재 추천으로 국회에서 강연을 했는데 참 멋진 말을 했어요. 국제통화기금(IMF)나 월드뱅크 등 많은 세계적인 기관들의 컨설팅을 보니까, 결국 선진국들의 후발국으로 살라는 말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들은 아예 디지털 국가로 가겠다 선언하고 운명을 바꿨다는 겁니다. 결국 북한도 근본적인 운명을 바꾸려면 그들 스스로가 보고 느끼고 체험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Q 강대국들의 견제가 예상됩니다.

A 현재 남북한이 분단된 것은 우리 의지가 아닙니다. 조선 분할론이라는 것이 당나라부터 임진왜란을 거쳐 현대까지 왜 이어질까요? 힘이 약해서 그렇거든요. 결국 우리가 이 상황에서 일어나야 제대로 된,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축이 다시 아시아로 왔을 때, 그 문명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서 적어도 독일 이상을 만들어 낼 때 가능해 집니다.

Q 큰 꿈을 이루려면 비전과 실행력이 중요합니다. 현재 여시재의 구체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A 저희는 싱크탱크입니다. 정책을 만들고 사람을 돕는 거죠. 그게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시재의 비전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신문명도시, 둘째는 동북아의 협력, 셋째는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 산업과 국토 개발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신문명도시는 세계 경영이고, 동북아의 협력은 통일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며, 미래 산업과 국토개발은 통일된 한반도이죠. 여기에 인재 양성을 위한 일들을 합니다. 모든 영역에 있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Q 여시재가 탄생한지 3년이 지나고있습니다. 인재 양성의 현주소가 궁금합니다.

A 현재 인재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5월부터 저희가 현재까지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석학의 인터뷰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적으로 나가게 될 예정입니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시산학'입니다. 정치계, 산업계, 학계의 리더를 배출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계적인 지성이 모여야 신문명도시, 동북아 협력, 미래산업과 국토개발이 가능하다고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여시재 인재양성의 목표는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이 넘치는 대한민국입니다.

Q 마침 '시산학'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요. 지난 3월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지방정부 일자리정책 박람회에서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경제 발전해야 한다. 그 엔진은 시산학 시스템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A 성공한 도시들을 조사를 해 보니 모두 특징이 있더라고요. 첫째, 리더가 있어야 하고 두번째로는 벤처, 기업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지식, 대학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 시애틀을 예로 들겠습니다. 시애틀은 보잉이 잘 됐을 때 굉장히 잘 살았지만 보잉이 어려워지면서 약 10만명의 실업자가 나왔습니다. 그때 시장이 자문위원을 만들어 비행기 다음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기술이 뭐냐고 질문했대요. 그랬더니 IT라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뉴멕시코에서 창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영입해 유치하게 됐죠. 결국은 안목인 겁니다. 우리가 만약 1조원 정도 예산을 쓰는 시장이라고 했을 때, 과연 단체장들이 그 정도 가치의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역할을 할 수 있는가? 모르는 거죠.

Q 꽤 흥미로운 관점인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A 저는 청와대에도 있어보고 국회에도 있어봤는데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돈 버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1조원 정도의 예산을 운용한다면, 시장은 10조짜리 회사의 CEO에요. 대한민국에서 10조짜리 회사가 몇 개나 됩니까. 더군다나 일반적인 CEO보다 이게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어요. 기초단체는 30억원, 광역자치단체는 50억원 이상의 사업을 할 때 예비타당성을 봐요. 그런데 제가 보니 그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 훈련돼 있지 않아요.

우리가 5000만원짜리 라면 분식점을 하는데도 온 가족이 모여서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해요. 이 동네가 맞냐, 저 동네가 맞냐 토론하고요. 그런데 30억원이나 하는 돈을 써서 어떤 일자리를 만들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심사하는 것에 훈련돼 있지 않아요.

국가는 500억원 이상인 예산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심사를 하거든요. 저는 여기에 세계적인 회사들의 컨설팅회사와 회계 법인이 붙어야 된다고 봐요. 입찰을 하는 거죠. 입찰과 심사를 할 때 회계법인과 컨설팅, 연구기관, 지역에 있는 대학과 함께 예산을 짜고, 또 돈 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회계 법인이 또 감사를 하는 겁니다. 왜냐면 군에 가게 되면 기초 의원 다섯 명, 일곱 명이 5000억원, 1조원을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 시스템을 하게 되면 정부가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계 시장과 그 다음으로 컨설팅 시장이 커질 거고 최종적으로는 공적인 영역이 민간 영역과 결합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재정법, 회계에 관한 법률을 하나 만들어 추가해야 합니다.

국회도 예산정책처가 생기고 나서 예산심의가 굉장히 강해졌거든요.

Q지난 이야기입니다만, 러시아 유전 건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한테 과연 남북한이 합치는 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 결국 이 답을 찾아야 통일이 온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자기한테 이익이 되지 않는데 이걸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요. 러시아를 왜 생각했냐면 결국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에너지 다소비 국가입니다. 결국 동북아 협력을 생각했을 때 러시아의 천연자원 가스 등 그 에너지를 함께 쓰게 되면 훨씬 더 안정화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한국하고 잘 지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스 포럼 주식을 사려고 했어요. 전략적인 협력 국가가 되는 거죠. 2004년부터 일을 해서 그 진행이 무르익었을 때 샀으면 상당히 전략적인 기회를 가질 수 있었겠죠.

Q 화제를 조금 돌려보겠습니다. 원장님 인생 전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암울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박연차 씨 사건 때문에 구속됐을 때죠. 뒤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제일 힘들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걸 본 이후, 참모들을 다 봉하마을로 오라해서 강원도지사를 나갈 거라고,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음...법정에서 한 13억원 정도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돌려준 게 밝혀졌어요. 박범계의원이 당시 변호사였는데 재판 끝났다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은 반이 유죄가 나오고 반이 무죄가 나왔는데, 그게 제일 마음 아플 때죠.

2심, 항소심이 왔는데 박연차 회장이 법정을 출두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주변에 제가 들은 바로는 법정 출두한다는 얘기는 진술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 당시 판사님이 공식적으로 접수된 게 없다는 거예요. 박연차 회장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른 변호인을 선임해서 법정에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박연차 회장 법정출두 반대 의견을 낸 거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내가 여기 도지사까지 당선됐는데 만일 박연차 회장이 다시 또 나와서 돈을 줬다고 하면 내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깔끔히 잊겠다. 불러 달라." 그랬는데 결국은 재판장이 안 부르고 판결이 나더라고요. 사실 제가 억울하다고 해봐야 떠드는 거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죠.

Q "시간은 침묵으로 웅변을 한다"라는 평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A 여시재부터 매일 팔각정까지 걸어가는데 똑같은 길을 걸어도 늘 길이 달라요. 비 올 때 다르고, 눈 올 때 다르고…마찬가지로 인생을 살아갈 때도 매일이 똑같은 것 같지만 다르듯이 인간에게도 다 다른 길이 있는 거죠. 제가 정자에서 누워서 자고 있는데 옆에 나무에 바람이 부딪치는 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들리더라구요. 바람의 길이죠. 하늘도 엄청 넓은 거 같지만 새가 날아 가는 길이 있잖아요. 바다도 해류가 있으니까요. 이런 걸 보면서 '나도 내 인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복잡해하지 말고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라고 생각했죠.

Q 시련을 잘 견디고 이 지점까지 오셨습니다. 견딜 수 있게 도와준 분들 중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A 아무래도 여시재 일을 하면서 훨씬 더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마음이 편해졌죠. 여시재를 만드신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님도 인생으로 봐서는 은인이자 스승입니다. 조 회장님을 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깊이, 통찰력을 느꼈습니다. 또 이헌재 부총리님도, 여시재 이사진들도 계십니다. 이사진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에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이잖아요. 그 분들에게 많이 배우죠. 결국은 진짜 '인생도처유상수'라고, 많은 걸 배웠죠. 낮은 곳으로 물이 고이잖아요. 마음을 낮게 먹으면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으로 아버지 이광재는 어떤 모습인지요?

A 94년생 딸이 하나 있고 98년생 아들이 하나 있고 그래요. 사실, 자식한테는 제일 미안하죠. 정치할 때는 워낙 바쁘게 돌아다녀서요. 우스갯소리로 '다음에 또 오세요' 가 되는 거니까요(웃음). 저는 자식들에게 3가지를 일관되게 이야기해요. 첫째, "너의 인생이니까"라는 말을 해줍니다.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제가 확신이 없고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세상을 더 잘 알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이미 부모님 말을 안 듣고 학생 운동하다가 20대 초반에 감옥도 갔다 왔는데….하물며 제가 자식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두 번째, "독서를 많이 해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고 강조합니다. 안목을 가지라는 말이죠. 마지막으로는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똑같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재산은 24시간이라는 시간이다"라고 조언합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습관을 어떻게 형성 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2019 보아오포럼' 현장에서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께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이광재 원장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여시재에서 만난 이광재원장은 견뎌낸 질곡의 시간만큼 유연하지만 강한 통찰이 보였다. 강대국과 한국의 위치. 각각의 이해를 균형있게 보는 지점에선 '신뢰'를 느꼈다. "가장 낮은 곳으로 물이 고인다"고 할 땐 겸손의 진정성이 전해졌다.

누구에게나 공과(功過)가 공존한다. 성찰의 시간을 통해 '공(功)'은 더 성장시키고 '과(過)'는 반면교사 삼아, 이 원장이 성숙된 힘으로 이 시대를 리드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봄빛 가득한 날, 자녀들에겐 그저 미안하다는 아버지 이광재 원장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 봄빛이 더 환해졌다.

2019-04-15 17:26: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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