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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한숨 돌린 동부그룹 - 전자·하이텍 호전…그룹 재건 가능할까
2016-05-02 09:38:34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막다른 길목에 몰려 있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열사 매각이 지지부진했기 때문. 그룹 모태기업인 동부건설마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맞으면서 일생일대 기로에 섰다. 김 회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땀 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고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동부그룹 사정은 확실히 달라졌다.
2013년부터 진행해온 3조원 규모 자구계획안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금융, 전자부문 중심으로 계열사 재편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제조 계열사 실적도 조금씩 회복하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지난 1월 채권단이 보유한 동부팜한농 지분 50.1%와 동부그룹의 지분 49.9% 등 동부팜한농 주식 100%를 515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동부팜한농이 무난히 팔릴 거란 의견이 많았지만 점차 상황이 심상찮게 흘러갔다.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우발손실 책임 소재를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있었을 거란 추측이다. 재계에선 “이러다 동부팜한농 인수가 무산돼 동부그룹 자구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원래 3월 11일까지 주식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최종 인수 시간이 점차 늦어졌다.

그러다 LG화학이 최근 “동부팜한농 인수 계약을 최종 마무리한다”고 공시하면서 애간장이 타던 동부그룹은 한시름 놓게 됐다. 인수가격은 4245억원으로 연초 계약 때보다 900억원가량 낮아졌다. 비록 들어오는 금액은 줄었지만 이번 매각으로 동부그룹은 자구계획을 거의 마무리한 동시에 자금난을 한시름 덜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동부팜한농 매각이 무산됐더라면 자칫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표류할 수 있었다. 동부그룹은 앞으로 남은 계열사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향후 동부그룹 위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2013년까지만 해도 동부그룹은 제조부문 계열사가 55개에 달했지만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이제 13개로 줄었다. 재계 순위도 많이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를 보면 지난해 동부그룹은 20위였지만 올해 34위로 한참 낮아진 상태다.

덩치가 줄긴 했지만 아직까지 탄탄한 계열사들은 남아 있다. 지주사 격인 ㈜동부를 비롯해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동부라이텍 등이 주력 계열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동부대우전자다. 한동안 우여곡절을 겪다 2013년 2월 동부그룹 품에 안긴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승승장구할 거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삼성, LG전자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데다 판매 제품도 대부분 비슷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동부대우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출에 주력하면서 미국, 중국을 비롯 멕시코, 페루, 칠레 등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멕시코 냉장고 시장점유율 31%를 차지하며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중국에서도 베이징, 상하이 등 120여개 도시에 가전제품 매장 250개를 확보하면서 판매망을 넓혀가는 중이다. 어느새 동부대우전자 냉장고, 세탁기 글로벌 판매량이 30만대를 넘어섰다. 동부대우전자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해외 시장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이익 190억원가량을 낸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신흥 시장 개척에 힘쓰면서 ‘실용가전 전문회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때 미운 오리 계열사였던 국내 유일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동부하이텍도 효자 계열사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원래 동부그룹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동부하이텍은 한동안 매각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점차 실적이 좋아지면서 채권단이 매각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만 매출 6666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동부대우전자 신흥시장 공략 중

㈜동부 IT인프라 수주 늘어나

동부하이텍 매각 철회 가능성도


동부하이텍은 1997년 동부전자로 설립될 때부터 김준기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키워온 회사다. 한동안 반도체 시황이 부진한 데다 기술 진입장벽, 막대한 초기 투자비에 부딪혀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아날로그반도체 특화 파운드리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2014년 동부하이텍 공장 평균 가동률은 70%대 중반에 그쳤지만 지난해 초 80%를 넘어서더니 현재 90%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단순 파운드리에서 탈피하고 중국 스마트폰과 초고화질(UHD) TV 제조사에 반도체 칩을 대거 공급한 덕분이다. 올 초 대만 지진으로 TSMC, UMC 등 경쟁사 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된 데 따른 반사이익도 얻을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동부하이텍이 매출 7352억원, 영업이익은 17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도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물인터넷 시장 성장으로 일반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건물, 일용품 등 모든 사물에 반도체가 탑재되면 동부하이텍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다. 한때 동부그룹 구조조정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실적이 좋아지면서 부채비율도 연내 170%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동부하이텍 실적이 좋아지면서 채권단이 동부하이텍 매각 방침을 전격 철회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동부하이텍은 2014년 이후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자금력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이 국내 유일 파운드리 업체인 만큼 중국 업체에 팔리면 아예 국내에 파운드리 기업이 사라진다. 국내에선 인수 후보 기업이 마땅찮고 마침 실적도 좋아져 산업은행이 매각을 철회한 후 독자 생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부CNI는 ㈜동부로 회사명을 바꾸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재료 사업 매각을 마무리하고 IT 사업에 주력하는 중이다. 한동안 적자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98억원을 내면서 보란 듯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ING생명의 IT인프라시스템 운영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수주도 잇따른다.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마다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만만찮다.

가장 골치 아픈 건 동부제철 매각. 동부제철은 2014년 10월 자율협약에 이어 지난해 1월 김준기 회장 등 특수관계인 무상감자로 최대주주가 김 회장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전환됐다. 동부그룹 손을 떠난 상황에서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산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단은 충남 당진 공장 매각 걸림돌로 지목돼온 당진 열연용 전기로 설비를 이란, 태국 등 해외 철강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진 공장 열연용 전기로는 동부제철의 대표적인 부실 자산으로 꼽힌다. 열연용 전기로에선 모든 철강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열연코일을 직접 생산하면서 김준기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렸지만 정작 사업성이 낮았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이 용광로에서 곧장 쇳물을 뽑는 것과 달리, 동부제철은 고급 고철(스크랩)을 쓰는 전기로를 통해 열연용 쇳물을 뽑아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웠다. 1조원 넘는 투자비를 들였지만 사업성이 낮아 당진 공장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불렸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혹여 열연용 전기로가 해외 업체에 팔리더라도 동부제철 매각은 갈 길이 멀다.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당진 공장 매각은 경영 정상화를 거쳐 연말이나 내년쯤에야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인천 공장은 아예 매각을 포기하고 공장 설비를 정리하는 청산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동부그룹 제조부문이 재건에 안간힘을 쓰지만 동부하이텍 등 남은 계열사들이 또다시 경영난을 겪으면 김 회장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 회장 장남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부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도 삐걱댈 우려가 크다.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 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을 강행, 실패할 때만 해도 김준기 회장은 속이 쓰렸겠지만 그동안 잘 버텨왔다. 이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남은 계열사 중심으로 제조업 위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덩치만 계속 키울 게 아니라 수익성 회복에 주력할 때다.” 재계 관계자의 의미심장한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5호 (2016.04.27~05.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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