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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대 석유소비국 인도 셧다운…유가 폭락 초읽기 시작됐다
2020-03-26 12:15:45 

연초 60달러에서 20달러선으로 3분의 1토막이 난 세계 석유값이 추가 폭락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13억명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3대 석유 소비국인 인도가 지난 25일부터 전국민 이동 금지령을 발효하면서 에너지 수요급감에 불을 당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매일경제 확인 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비축시설에 쌓아둔 원유량은 과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비어 있다.


유가 붕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미국과 달리 사우디는 가격이 더 떨어져도 과잉분을 비축시설에 담아둘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26일 매일경제가 사우디 리야드 주재 시장분석기관인 `데이터 이니셔티브 공동기구`(JODI) 자료를 확인한 결과 사우디의 원유재고 역량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JODI가 최근 파악한 지난 1월 사우디의 원유 재고량은 1억5400만배럴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원유생산국들이 미국 셰일오일 산업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증산경쟁에 돌입했던 2015년 대비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2015년 8월 기준 사우디의 재고 비축량은 3억1000만배럴 수준으로 지난 1월 비축량(1억5400만 배럴)의 두 배에 이른다.

사우디 재고 비축 여력이 늘게 된 이유는 지난해 9월 사우디의 핵심 석유 생산시설인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공격당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축량을 대거 방출하면서 비축 여력이 크게 향상됐다.

사우디의 재고 비축량은 향후 세계 석유값 전망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 석유값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사우디는 러시아와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오히려 원유 생산량을 더 높일 태세다.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 간 이동과 자국 내 이동을 중지시키면서 항공유를 비롯해 에너지 수요는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핵심 원유 수입국인 인도마저 3주 간 셧다운에 들어간 만큼 세계 석유시장에서 구매 수요는 더욱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런 최악의 환경에서 버텨낼 힘이 있다.

세계 구매자가 줄어 원유가 남아돌게 돼도 이를 비축시설에 여유 있게 쌓아두면서 미국 셰일오일 산업과 이란, 러시아 등 경쟁국을 압박하는 치킨게임을 지속할 수 있다.

더구나 사우디는 지난해 12월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아람코를 상장하면서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계속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그 자체가 국가`라고 불릴 만큼 사우디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인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 속 글로벌 수요 감소가 하루 평균 709만 배럴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3위 소비국인 인도 여파까지 더해지면 향후 하루 평균 감소량이 1500만 배럴 안팎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비톨이 인도발 수요절벽 가속화를 경고하는 이유는 인도의 세계 원유수요가 매년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기준 하루 440만배럴을 소비했던 인도는 오는 2024년 36% 증가한 하루 평균 600만배럴까지 증가해 중국마저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도까지 가세한 수요급락 상황에서 사우디는 4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200배럴 추가 늘린다고 공언했다. 연초 약속했던 하루 평균 900만배럴 수준을 4월부터 1200만배럴 수준으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4월분 물량에 대해 배럴 당 3달러 안팎의 추가 디스카운트를 제공하는 등 소위 대형마트의 `가격떨이 상품` 전략을 펼쳐왔다.

사우디는 아시아 최대 구매처인 시노펙(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과도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차이징은 최근 초대형 유조선 84척이 중국에서 사우디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유례없는 사우디의 초저가 원유를 시노펙 등 중국 업체들이 대량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신랑차이징은 "유조선 한 척에 최대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다"고 전해 84척 기준으로 1억 5000만 배럴 안팎의 초대형 구매가 성사됐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뒤흔드는 사우디의 증산과 할인 전략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은 바로 미국이다.

지난 수 년간 50달러 이상 국제원유가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국 셰일오일 산업을 키워온 미국으로써는 배럴 당 20달러 수준의 현 시세가 `사망선고`와 같다. 지하 3000m 지역의 암반층에서서 원유를 뽑아내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크다 보니 50달러대로 다시 복귀하지 않으면 자국 셰일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의 살인적 증산과 가격할인 전략을 막기 위해 "두바이 원유와 셰일 오일 생산량을 낮추자"는 감산 협상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특별보좌관이자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인인 빅토리아 코티스를 지난 23일 `특별에너지대표`로 지명해 사우디와 협상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남아도는 원유를 쌓아둘 저장탱크 여력이 큰 사우디와 달리 미국의 전략비축유 저장시설은 한계가 있어 협상테이블에서 사우디의 협상력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4개 저장기지에 미국이 최대치로 저장할 수 있는 한계는 7700만배럴로 추정된다.

이는 1억5000만 배럴 이상 여유가 있는 사우디 저장시설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사우디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 둔한 미군을 철수시키자 상당한 배신감을 품고 있어 감산 협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아파(이란)와 수니파(사우디) 간 대리전 양상이었던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온 미군의 철수로 사우디는 힘의 균형을 잃게 됐다.

협상의 키를 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그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자 16조원 규모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까지 구입키로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의 호혜를 제공해왔다.

불편한 심기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트럼프 대통령이 어르고 달래 공동감산에 합의할 경우 미국 석유산업 역사 상 40여년만에 첫 감산이 이뤄지게 된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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