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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서 하루 4조 유출…기업 단기 자금줄 더 말랐다
2020-03-26 17:52:35 

세계적인 주가 폭락으로 불거진 단기자금 경색 문제가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가며 새로운 '단기 유동성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언했지만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자금 시장은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A1, 만기 85~91일 기준 CP 금리는 이날 전일보다 0.17%포인트 급등한 2.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레포 시장 개입을 통해 국고채에 이어 은행채와 일부 공사채도 무제한 직접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안정에 효과가 없었다.
특히 지난 24일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한 7조원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할 당시 금리인 1.65%에 비하면 무려 0.39%포인트나 뛰어오른 수치다.

CP와 전단채를 주로 사들이는 일반(신종) MMF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된 점이 단기자금 시장을 악화시킨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일주일 새 MMF에서 10조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법인자금이 9조302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16일 MMF 설정원본금액은 146조5471억원이었지만, 24일에는 136조877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4일에는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 만에 4조원이 MMF에서 빠져나갔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는 1분기 말이라는 계절성에 최근 신용·유동성 위기 우려로 현금 확보 수요까지 겹쳐 MMF 환매가 쏟아졌다. 통상 분기 말에는 세금 납부, 분기 결산 등 자금 결제 수요가 커지면서 법인이 MMF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최근 자금 유출은 계절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심상치 않다는 게 채권시장의 평가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MMF에서 빠져나간 돈은 규모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잔금 조정 차원이면 바로 다시 들어오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힘든 상황에서 자금을 빼간다는 것은 긴급한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MMF 내에서도 더 안전한 MMF로 갈아타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MMF는 국공채형 MMF와 만기 3개월 미만 CP, 전단채까지 담는 신종 MMF로 나뉜다. 후자가 전자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이 높다. 최근 신종 MMF에서 국공채 MMF로 자금을 이동시킨 법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담당 본부장은 "국공채 MMF는 통상 연 수익률이 0.9%대이고, 신종 MMF는 연 1%대 수익이 난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법인은 물론이고 상당히 안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까지 기대수익을 낮춰 가면서 국공채 MMF로 자금을 이전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MMF 주요 고객인 연기금도 극도로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국내 큰손으로 꼽히는 대형 연기금이 MMF 대규모 환매를 타진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MMF에서 돈줄이 마르면서 CP 등 단기자금시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각종 부양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 긴급 인하하던 당시 CP 금리는 1.53%, 무보증 3년물 기준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1.765%에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24일 CP 금리와 회사채(AA-) 금리는 1.65%, 2.006%까지 올랐다. 26일에도 회사채 금리는 무보증3년 AA-등급 기준 2.035% 선으로 전일 대비 0.01%포인트 올랐지만, CP 금리는 2.04%로 0.17%포인트 상승하며 더 빠르게 증가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은 일주일~열흘이 고비인데, 단기자금 시장에 자금 지원을 더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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