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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기업 경영권 방어 `숨통`…업계 "상장사까지 확대를"
2020-10-16 17:36:16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지난 5월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가 1조원에 육박하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 하지만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는 지분율이 점점 낮아져 현재 2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창업자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적대적인 세력이 소수 주주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벤처투자가 활성화하고 비상장 상태로 외부 투자를 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혁신기업 창업자들은 경영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복수의결권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의결권 비중이 51.1%로 주식 비중 11.4%에 비해 월등히 높다. 최근 5년간 미국에 상장한 기술기업 중 복수의결권을 갖춘 업체 비중은 35.8%에 달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1주에 2개 이상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이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차등의결권 주식`이라는 명칭으로 논의돼왔지만 차등의결권 주식은 `1주 1의결권`의 예외 주식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다.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는 이번에 복수의결권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특히 벤처 창업 붐이 일고 있는 홍콩,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2018년 이후 복수의결권을 이미 도입한 기업에 대한 상장도 허용하고 있다. 2014년 홍콩에 복수의결권이 없어 미국 증시를 선택했던 중국 알리바바는 이 문제가 해결되자 홍콩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벤처·창업 기업들이 복수의결권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복수의결권은 대주주인 창업자에 대한 견제를 어렵게 하고, 보통주 주주와 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로 인해 정부가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복수의결권 제도는 여러 제한이 남아 있다. 오직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만 1주당 최대 10개까지 복수의결권 발행이 허용되는데, 이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때에만 가능하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과반수가 아닌 `가중된 특별결의(발행된 주식 총수 중 4분의 3 동의)`를 얻어야 발행할 수 있다. 소수 주주와 채권자 보호, 대주주 견제를 위한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1주당 1의결권으로 제한된다. 감사 선임과 해임,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이사 보수, 이익 배당 등이 해당된다.

특히 상장 후 3년 내에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는 창업자들이 상장보다는 인수되는 것을 선호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상장 후에 지분을 정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상장한 상태에서도 복수의결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제도는 상장 후에도 창업자가 계속 기업을 이끌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예외적인 제도인데 현재 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상장 후 3년 동안만 유지된다면 창업자는 상장하기보다는 기업을 비상장으로 유지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했던 제도가 도입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상장 이후에도 복수의결권이 필요한데 3년으로 제한을 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도 많다. 창업주가 이사를 사임하거나 복수의결권을 상속·양도하면 보통주로 전환되고,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편입되는 때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된다.

상장사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점점 지분이 희석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상장사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상장사 발행이 허용된다고 해도 주주총회에서 가중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이처럼 복수의결권 제도가 제한적으로 도입된 것은 대주주 편법 경영권 승계나 영구적 지배권 행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막기 위해서다. 복수의결권 주식 존속기간도 최대 10년 한도로 정관에 규정해야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후 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복수의결권 주식은 존속기간과 유예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유효하다. 벤처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 범위를 넘어서면서 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하는 때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은 유효하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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