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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잔만" 와인 애호가 단골집 된 돈까스 가게…`이것` 설치한 덕분 [생생유통]
2022-06-18 18:01:01 

[생생유통]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청담막식당'은 1만원짜리 돈까스 정식을 대표 메뉴로 내건 한식당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음식점이지만 와인 애호가 사이에선 '한잔하러 가는 곳'으로 통한다. 매장 한편에 설치한 디스펜서(추출기)를 이용해 와인을 한 잔씩 사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펜서에 들인 와인 48종의 한 잔 가격은 1990원대부터 2만원까지. 맛이 궁금하지만 750㎖짜리 병째 살 엄두가 나지 않는 고가 와인도 한 잔 단위로 맛볼 수 있다.
유정석 청담막식당 대표는 "예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땐 보틀(병)으로만 팔아서 손님에게 와인을 권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가성비 높은 와인을 한 잔씩 추천한다"며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어 와인 동호회의 방문도 잦다"고 했다.

와인 디스펜서를 들여놓는 매장이 속속 늘고 있다. 와인 디스펜서 업체인 비노벤토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디스펜서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비노벤토 관계자는 "와인숍, 와인바, 호텔 등 한 달에 100여 곳 이상 설치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디스펜서는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기면 노즐로 연결된 와인병에서 와인을 뽑아내 잔에 따라주는 '와인 자판기'다. 와인은 오랜 시간 산소와 접촉하면 신맛이 강해져 식초처럼 변질되는데, 이 기계는 추출분만큼 질소를 보충해 와인 산화를 막아준다. 최장 14일간 신선함이 유지된다.

디스펜서가 와인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와인은 소비자에게 문턱이 높은 술로 꼽힌다. 우선 리스크가 높다. 잔에 따라 마시기 전까지 맛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국가, 포도 품종, 재배 지역, 와인 메이커의 개성 등 관련 지식을 동원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어렵다. 비쌀수록 좋은 술이라는 '고고익선(高高益善)'의 공식도 대체로 맞는 편이다. 디스펜서를 쓰면 이런 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한잔씩 골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선택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데다 고가라 병째 구입하는 게 어려웠던 와인을 경험할 수도 있다. 40대 직장인 최 모씨는 "레스토랑에서 한 잔씩 내놓는 '하우스 와인'은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고 좋은 와인은 병째 마셔야 해 부담이 컸다"며 "와인 한 병을 사는 것보다 가격이 약간 높은 편이긴 하지만 한 잔씩 마실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식당 입장에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데다 운영에도 유리하다. 고객이 직접 내려 마시기 때문에 와인 서빙에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외관상 보기 좋아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디스펜서를 활용해 무한리필 와인 바를 운영 중인 '청담대패당'의 관계자는 "하우스 와인으로 판매하면 개봉 후 6~7잔 정도가 나가야하는데 다 팔지 못해 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디스펜서를 쓰면 와인 선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펜서 시음을 와인 판매와 접목시킨 경우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구입 여부를 즉각 판단할 수 있어 말이나 글로 소개할 때보다 영업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이를 도입한 대표 사례가 롯데마트의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다. 롯데마트는 'taste wine, find tast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와인 시음 공간 '테이스팅 탭'을 마련했다. 미리 일정 금액을 내고 충전한 카드를 이용해 손님이 직접 디스펜서에서 레버를 내려 50㎖씩 시음할 수 있다.
약 80여 종의 와인 시음이 가능하다. 보틀벙커 관계자는 "비싼 와인을 구매하기 전에 맛을 보고 싶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음 시스템을 들였다"고 했다.

보틀벙커 측에 따르면 개장 후 5개월간 테이스팅탭에서 판매된 와인은 누적 6만잔인데, 디스펜서에 넣어 시음이 가능한 와인을 보틀로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디스펜서 와인'으로 선정되기 위한 수입업체들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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