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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수 요청받았지만, 최후의 보루 심정으로 병원 지켰죠"
2021-12-17 10:58:30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받은 에콰도르 민옥남 수녀
사진설명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받은 에콰도르 민옥남 수녀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면서 주변 병원들이 문을 닫았고, 한국으로 철수하는 게 좋겠다는 요청까지 받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죠. 최후의 보루라는 심정으로 병원을 지킨 덕분에 지역민의 든든한 동반자가 됐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최 제16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에콰도르의 민옥남(61) 수녀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받아 부끄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 소속인 민 수녀는 에콰도르 극빈 지역인 페드로 카르보에서 장애아와 부녀자의 의료 보건과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08년 에콰도르에 선교 수녀로 부임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이 지역에 설립한 '자비의 성모재단 병원'과 'INESEM 장애인학교' 등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병원을 개방, 지역 주민을 위한 보건의료에 전념해 '이태석 상'도 받았다.

이태석 상은 남수단에서 의료봉사와 취약계층 돌봄에 앞장섰던 고 이태석 신부의 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당시 이 지역은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퍼지면서 지역의료 기반이 무너졌다. 병원 의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까지 겹쳐 그나마 몇 개 없던 개인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보건소도 약을 배급하는 것 외에는 환자를 돌보지 못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민 수녀는 "동료 수녀와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 모두가 우리마저 문을 닫으면 환자가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켰다"며 "확진자 가운데 경증환자도 방치하면 위독해질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모두가 환자 돌보기에 매달렸다. 감염 증상자와 확진자 등이 오면 수액과 진통제 주사를 놓으며 열이 내리도록 조치를 했다. 제대로 된 방역 마스크도 부족하던 때라 의사, 간호사, 방역 담당 직원 등이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모두 건강을 회복했고, 사망자 등 중증 환자가 안 나와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세운 '자비의 성모재단 병원'은 의사 2명, 간호사 5명, 약국·행정·방역 직원 7명과 수녀 4명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규모가 작아 수술실은 있지만 입원 병동이 없어 환자들은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세운 병원이라 만성 적자에 시달렸는데, 2013년부터 7년간 KOICA의 지원을 받아 의료 장비와 시설을 확충해 이제는 현상 유지가 가능해졌다.

시내 병원이 기본 진료비를 30∼40달러 받는데, 이 병원은 5달러에 묶어두고 있다.

민 수녀는 "의료보험 체계가 빈약해 가난할수록 병원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알기에 최저 진료비만 받는다"고 했다.

지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을 교육하는 'INESEM 장애인학교'는 지역에 유일한 특수학교로, 인근 5개 군에서 학생들이 통학한다.

걸어서 왕복 4∼5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다니는 학생도 있으며, 대부분 빈민층 자녀가 많다.

그는 "가정 방문을 해보면 오지에 대나무로 만든 집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기 때문에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미소를 보는 거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14년째 지역민과 장애 아동을 돌보면서 그가 지켜온 원칙은 수혜자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는 "주거 시설이나 교육 환경 등 모든 게 한국보다 뒤처졌지만, 행복 지수는 훨씬 높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만족을 찾고 누리기 때문이다"며 "가난하다고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므로 존중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학교를 혐오 시설로 간주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한국과 달리 학교 행사에 지역민이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이들도 많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며 산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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