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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vs 네이버 빅테크의 금융사업 진출,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 “승자는 나야 나”
2019-11-29 11:16:49 

“올 것이 왔다.”

세계 최대 검색포털 구글이 글로벌 대형 은행 씨티그룹 등과 손잡고 계좌 서비스를 시작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시저 셍굽다 구글 부사장은 내년부터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긴 ‘캐시(Cache)’ 프로젝트를 11월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당좌예금은 이자가 붙는 저축예금과 달리 개인 수표나 체크카드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구글페이와 연동해 금융 기능을 고도화하고 고객의 소비, 지출 데이터 확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구글과 함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으로 불리는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도 일찌감치 소비자 금융 시장에 진출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페이스북은 같은 달 12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페이스북페이’를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전자기기 제조·콘텐츠 제공 업체인 애플은 최근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함께 신용카드 ‘애플카드’를 출시했고, 대형 유통·물류사인 아마존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판매자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금융 사업을 무한 확장 중이다.



이처럼 금융업 장벽의 바깥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빅테크(BigTech)가 금융에 뛰어드는 건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와 ‘1위 검색포털’ 네이버가 각각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랜 역사와 기반을 가진 국내 대형 은행들마저 “가장 두려운 건 경쟁 은행이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라고 말할 정도로 업계 판도 변화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2017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를 출범시키며 금융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내놓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11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하면서 ICT 주도의 금융 플랫폼에 본격적인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네이버 뛰어들며 카카오와 양대산맥 구축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네이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내년에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수수료를 받고 운영하는 신용카드와 예·적금 추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색·페이·부동산 등 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되던 네이버페이를 분사시킨 회사다. 네이버의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온라인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네이버쇼핑’이 가맹점 26만 곳을 확보하며 성장했고, 이 생태계 안에서 기능하던 네이버페이가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온·오프라인에 뿌리를 내렸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송금을 넘어 각종 금융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 통장은 구글의 캐시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금융사와 제휴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계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사와 제휴를 통한 계좌 개설과 체크카드 발급 등은 네이버페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선보였던 서비스다. 하지만 네이버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때마다 물망에 올랐던 ‘기대주’인 만큼 기존과 다른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먼저 금융에 진출해 은행·증권·보험·핀테크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 최초의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는 이후 2017년 분사해 간편결제·송금뿐 아니라 투자·미니보험·인증 등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 심사 중인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직접 투자 상품 개발과 판매, 투자자문 등이 가능한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금융 자회사의 또 다른 축인 카카오뱅크 역시 2017년 7월 출범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순항 중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2020~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의 금융업 영토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화재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손잡고 신규 모바일 보험사 ‘카카오보험’(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연내에는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자본력·빅데이터

금융 고객 끌어들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는 각각 고객 수 4000명이 넘는 강력한 플랫폼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모바일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네이버,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보니 이용자의 진입장벽이 낮다. 네이버쇼핑에서 물건을 주문하면서 네이버페이로 대금을 결제하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돈을 송금해주는 등의 흐름이 끊김 없이 자유롭게 이어진다.

기존 금융사들 입장에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할 채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김상유 IB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고 분석한다. 그는 “인터넷 경제상에서 플랫폼에 더 많은 참여자가 모일수록 거래당 평균 가치가 높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둘 이상의 고객을 서로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자본력으로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우군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카카오페이는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 모회사)과 ‘혈맹’ 관계다. 먼저 네이버와 미래에셋은 지난 2017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지분을 교환하고 디지털금융 관련 비즈니스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에는 미래에셋이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분사 당시 앤트파이낸셜이 2400억여원을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금도 두 회사의 여러 사업 담당자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사업성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이들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갈수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욱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이들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더욱 고도화된 신용평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은행의 신용평가 방식은 대출을 받은 사람의 연체 기록 등 정형 데이터를 조회하는 것이었다. 이런 평가 체계에선 금융 이력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주부는 상환 능력이 있더라도 신용도가 낮다고 평가돼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되거나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반면 사용자가 플랫폼에 남긴 위치·통신 기록, 공과금 납부 내역, 소비 행태, 해외여행 빈도, SNS 친구 현황 등의 막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 금융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확한 신용평가로 잠재 고객을 분별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건전성 관리에서도 한층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등 규제완화 가속

은행권 위기이자 기회

금융감독 당국도 핀테크 성장을 위해 규제완화를 계속하고 있어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선 빠른 성장을 위한 ‘날개’를 단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경우 2년(최장 4년) 동안 금융권에 적용되는 각종 인허가와 감독·검사 등 규제에서 특례를 인정해준다. 서비스가 사용화될 경우 최장 2년간 다른 사업자가 동일한 서비스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배타적 권리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월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냈다. 금융위는 내년에도 핀테크 지원사업의 정부 예산안을 198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는 등, 계속해서 금융혁신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12월 18일부터 본격 시작될 ‘한국형 오픈뱅킹’은 핀테크의 성장을 촉진할 정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폐쇄적으로 독점해온 고객 금융 데이터의 오픈 API*를 핀테크 등 제3자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뱅킹 이전 국내 은행 모바일 앱은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금융결제망에 참여할 수 없는 핀테크 기업은 간편송금·결제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별 은행과 일일이 제휴를 맺어야 했고, 이체 한 건당 이용료 400~500원을 내야 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 고객들은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송금’을 무료 서비스(또는 횟수 제한 무료)로 알고 있지만, 각 플랫폼이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 비용 지불을 감수했을 뿐 실제론 무료가 아니었던 셈이다.

오픈뱅킹이 당초 의도대로 정착된다면 핀테크 업체의 은행 결제망 이용료는 20~50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일일이 은행을 찾아다니며 제휴를 맺지 않아도 오픈 API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하나의 핀테크 또는 은행 앱에서 조회·송금 업무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고 자산 내역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 흐름에 올라타 향후 통합자산관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어설명

오픈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핀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은행의 금융 기능과 콘텐츠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기반 기술.

▶위험요인도… 새로운 감독체계 필요

다만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따른 위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규제 공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 플랫폼의 기존 금융회사와의 제휴가 규제 회피 수단으로 남용되거나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비스가 ‘간편함’과 ‘비대면’을 장점으로 내걸면서 영역을 확대하다 보니, 투자 서비스의 경우 고객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충분히 알려질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핀테크 업체에 ‘선불 충전금’ 형식으로 쌓여가는 고객 자금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은행 예금자보호 같은 강력한 보호 수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자 46곳의 미상환 잔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 업체에 대해선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20% 이상이 되도록 관리하라는 가이드라인만 주어져 있을 뿐 법적 강제성 있는 규제는 없다.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미상환잔액을 안전한 은행 예금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규제 미비를 악용하는 업체가 나타나 고객 돈을 고위험 상품에 무분별하게 운용하거나 경영난에 빠져 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핀테크 업체의 선불 충전금에 관한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네이버·카카오의 시장 재편으로 소규모 스타트업 핀테크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중개가 거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 경쟁 제한, 효율적 배분의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핀테크 업계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기존 금융사와 스타트업은 설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국내에선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1000만 고객을 돌파하고 국내 첫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외에는 아직 유니콘 모델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핀테크 스타트업 서비스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간편송금, 카드비교, 자산관리 등 주요 핀테크 스타트업의 서비스에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예로 들며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간편송금’이라는 핵심 전략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핀테크에도 이 같은 지적은 그대로 적용되지만, 데이터의 질과 확장성, 자본력을 고려하면 스타트업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상유 선임연구원은 “빅테크는 전통은행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IT 융합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은행과 빅테크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은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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