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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LX그룹 재계 52위 출발…판토스 IPO로 몸집 불린다
2021-05-04 16:58:07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X그룹이 5월 1일 첫발을 내디뎠다.

지주사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가 주력사다. 상사 산하 판토스는 손자회사가 된다. 자산 규모는 7조6000억원, 재계 순위 52위다.
신설 지주사는 구본준 회장과 송치호 LG상사 고문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구 회장은 1985년 LG그룹에 입사한 지 36년 만에 그룹 총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재계는 구 회장이 어떤 신사업으로 그룹 색깔을 만들어갈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증권가에서는 물류 기업 판토스 IPO(기업공개)로 분위기를 띄우고 디지털 플랫폼, 2차 전지 소재 사업 등을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LX그룹 맏형은 LG상사다. 1953년 설립된 LG상사는 LX그룹이 LG에서 떼어갖고 나온 4개 회사 중 규모나 실적 면에서 가장 알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조3000억원.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3개 회사 전체 매출을 다 합쳐도 LG상사 매출 절반이 채 안 된다. LX그룹 전체 매출 70%를 LG상사에서 거둬들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18년 단 한 차례 9조9900억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10조원 밑으로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다. 물건을 사서 팔거나, 프로젝트 사업으로 매출을 일으키다 보니 덩치가 커졌다.

LG상사도 과제가 적지 않다. 일단 수익성이 낮다. 지난해 LG상사 영업이익은 1600억원으로 이익률로 따지면 1.4% 수준 정도다. 종합상사 비즈니스 모델이 ‘올드(old)’하다는 점도 한계다. 역사가 깊은 국내 종합상사는 대한민국 성장기 그룹 수출 첨병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통신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로 역할이 줄었다. 계열사가 각자 수출입 업무를 맡으며 브레인으로서의 종합상사 역할이 사라진 결과다.

주력 사업이 물류에 쏠려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LG상사는 에너지·산업재·솔루션 사업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적자가 나거나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는 정도다. 이익 대부분은 물류 자회사 판토스에서 나온다. LG상사가 사실상 ‘물류 대행 업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상사가 지난해 물류 사업을 통해 거둔 영업이익은 1599억원. 전체 영업이익 1598억원보다 1억원 더 많다. 에너지는 175억원 손실이 났고, 산업재·솔루션(174억원 수익)이 이를 겨우 막는 수준에 그쳤다.



▶디지털·환경 등 사업 목적 추가

▷판토스 IPO 이후 미래 산업 투자

LX그룹 주력으로 거듭난 LG상사는 색깔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장의 카드는 알짜 중의 알짜 판토스 IPO다. 판토스는 2015년 인수 당시 2조원 남짓했던 매출이 6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전 세계 주요국 360개 국제 물류 거점을 확보한 육·해·공 종합 물류라는 점이 경쟁력이다. 계열 분리로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났다. 판토스가 상장하면 LG상사는 적지 않은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구 회장이 계열 분리 때 판토스 상장을 염두에 두고 LG상사를 ‘픽’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IPO와 공시 경력직원을 채용하며 상장설이 힘을 얻고 있다.

판토스 IPO로 실탄을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핫’한 미래 산업에 뛰어들 듯 보인다. LG상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발, 의료진단 서비스 등 7개 부문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LG상사가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는 “2차 전지, 헬스케어,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LG상사가 맏형으로 그룹을 이끈다면, 반도체 업체인 실리콘웍스는 ‘대박’을 꿈꾸는 기대주다. 실리콘웍스는 아날로그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이나 소리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준다. 실리콘웍스는 아날로그 반도체 가운데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게 해주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와 DDI에 화상 정보를 신호로 전달하는 티콘(T-CON) 등을 설계한다. 주력 상품은 DDI. 2020년 매출 가운데 86%가 여기에 집중됐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가진 OLED용 DDI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확실한 공급처로서 LG라는 든든한 우군을 두고 있다는 점도 긍정 포인트다.

지난해 매출 1조161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꿈의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33%, 영업이익 증가율 99%로 성장세도 뚜렷하다. 실리콘웍스 역시 신사업에 나선다. 실리콘웍스는 주주총회에서 ‘구본준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노진서 LG전자 부사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등 그룹 기대주로 힘이 실렸다는 점을 보여줬다.



▶LG반도체 넘긴 뼈아픈 기억

▷실리콘웍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키울 듯

구 회장이 반도체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빅딜 정책’으로 LG반도체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어갔다. 이때 LG반도체 사장으로 회사 매각을 거부했던 인물이 구 회장이다. SK하이닉스는 연매출 32조원대 반도체 회사로 거듭났다. 이를 뼈아프게 생각하는 구 회장이 반도체 신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 직급이 LX 계열사 중 유일한 ‘사장’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군 추가로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내다본다. 황고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략 반도체 등 성장성 높은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며 사업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학 소재가 주력인 비상장 회사 MMA는 ‘숨은 진주’다. 매출은 LG상사의 16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0%에 육박한다. 주력 소재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는 도료나 투명 플라스틱 등 산업용 소재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사실상 해당 분야 독점으로 내실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LG하우시스는 LG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지만 LX그룹에서 투톱 역할을 해야 한다. LG하우시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3조380억원,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710억원이었다. 자동차 부문 사업 부진으로 79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G하우시스는 주력 사업부문인 건축자재사업의 볼륨 확대를 위해 인테리어 B2C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지인 인테리어 매장을 LG전자 베스트샵 등 대형 가전마트와 복합쇼핑몰에 입점시키며 유통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열 분리 이후 신속한 의사 결정, 판토스 상장, LG상사 신사업, 신설 지주 내 시너지 확대 등이 기대 요인”이라고 했다.

계열 분리 이후 구 회장 아들 구형모 씨에 관심도 모아진다. 1987년생 구형모 씨는 전자부품·소재 제조 업체 지흥을 설립해 지분을 100% 소유하다 3년 전 전체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그는 LG전자 일본 법인에서 신사업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家 특성상 장남인 구형모 씨 경영권 승계가 유력하다.

그간 ‘LX’를 영문 사명으로 표기해온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사명 논란은 일단락될 듯 보인다. 상표 디자인부터 다르고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 혼동될 우려가 적다는 게 LX 측 주장이다.


LX 관계자는 �캪G그룹은 존속 지주회사 LG와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됐다”며 “두 지주회사는 독립·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사업 관리 영역을 전문화하고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LX홀딩스는 이르면 연내 LG그룹과 계열 분리를 마무리한다. LG 주식은 매매 정지됐다. 재상장 예정일은 5월 27일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7호 (2021.05.05~2021.05.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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