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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수소경제 잰걸음 日, 2050년 전체 전력 10%를 수소·암모니아로
2021-11-30 14:26:44 

일본의 대표적 수소경제 실증실험단지가 위치한 고베 공항섬.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저장탱크와 하역시설 옆으로 접안돼 있는 배 한 척이다. 이 배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 프런티어’이다. 이곳의 프로젝트는 효과적인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고 수소 활용의 장애로 꼽히는 ‘가격’ 문제 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하려는 일본의 집념을 보여준다. 수소 프런티어는 이르면 내년부터 9000㎞ 떨어진 호주에서 갈탄을 활용해 값싸게 만들어진 수소를 한번에 1250㎥(75t)가량 들여올 예정이다.
이 물량은 인근에서 수소발전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향후 액화수소 운반선을 대형화해 수소를 대량으로 들여오고 가격도 낮춰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기업이 ‘수소경제’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실질 탄소 배출 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2050년 기준으로 2000만t의 수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수소는 자동차·선박·철강·전력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 500만~1000만t이면 일본 전력 수요의 10%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일본은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3년 대비 46% 줄이기로 했으며 전력원의 1%를 수소·암모니아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인 ‘그린성장 전략’을 통해 2050년 전력원을 ▲재생에너지(해상풍력 등) 50~60% ▲화력·원자력 등 30~40% ▲수소·암모니아 10% 등으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이 목표대로 수소 보급을 늘리려면 수소 충전소 확대 등과 같은 기반시설 확대와 함께 가격을 낮추는 게 필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수소의 제조·운반비용을 전력분야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준으로 맞추려면 지금의 8분의 1 수준인 1㎥당 20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 제철 분야에서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1㎥당 10엔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내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싸게 만들기 위해서는 설비를 대형화하거나 수소를 분리해내는 전기분해 장치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기술적 과제를 넘어야 한다. 호주·중동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화석연료 자원이 풍부해 수소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곳에서 효과적으로 물량을 들여올 수 있도록 공급망을 갖추는 것도 수소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수소경제·사회는 일본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후쿠시마, 기타큐슈, 야마구치 등 여러 곳에서 수소 도입을 위한 실증실험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서플라이체인 구축·발전에 대한 중요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고베의 공항섬이다. 프로젝트명은 ‘수소 서플라이 체인 구축 실증사업’으로 호주에서 액화된 수소를 들여와 하역하고 이를 활용한 발전 등을 통해 전기·열을 주변 빌딩 등 민간에 공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액화수소를 해외에서 들여와 이처럼 발전·공급 등까지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는 사업은 세계 첫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고베시뿐 아니라 신에너지·산업종합기술개발기구(NEDO)와 가와사키 중공업, 일본 최대 수소제조·판매업체 이와타니산업, 간사이전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키타 다이스케 고베시 에너지정책 과장은 “정부 지원 3분의 2와 민간 부문의 투자 3분의 1로 2023년까지 실증실험이 진행되고 이후에는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에 맞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상향할 예정인데, 이를 실현하는 데 수소의 활용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호주에서 값싼 수소를 들여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도입을 위해 가와사키중공업이 2019년 말 세계 최초로 진수한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 프런티어가 활용된다. 이 배는 전장 116m로 한번에 1250㎥를 운반할 수 있는데 9000㎞ 떨어진 호주의 빅토리아에서 갈탄을 활용해 저렴하게 만들어진 수소를 액화해 들여올 예정이다. 수소는 영하 253℃에서 약화되는데, 이 배는 기체에 비해 체적이 800분의 1로 줄어든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이 배의 저장탱크의 벽면은 진공층을 사이에 두고 이중으로 돼 있고 단열재 등이 활용됐다. 열이 쉽게 전달되지 않고 압력이 열로 전환되는 것도 막아주는 구조인 것이다. 수소 프런티어는 국내 시험운항을 완료했고 ‘선적’을 취득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께부터는 호주에서 실제로 액화수소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의 운항 작업은 쉘 재팬이 맡는다. 작년 6월에는 수소 프런티어가 들여온 액화수소를 저장할 일본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저장 탱크(2500㎥)와 하역작업에 활용될 특수 장치인 ‘로딩 암 시스템’ 등도 완공됐다.



일본은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를 통해 수소 도입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수소 프론티어가 한번에 운반할 수 있는 액화수소의 양은 1250㎥인데 향후 16만㎥를 나를 수 있는 대형 운반선을 개발해 2030년께는 이 대형 운반선을 두 대 정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운반선 두 대가 들여오는 양이면 1GW급 대형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

니시무라 모토히코 가와사키중공업 수소전략본부 부본부장은 “현재는 수소 가격이 LNG의 8배 이상이지만, 서플라이체인의 실증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2030년께 대형 운반선을 통해 호주 등에서 저렴한 물량을 대규모로 들여오게 된다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소의 가격을 낮춘다면 발전 등에서 쓰일 뿐 아니라, 항공기·선박·생산시설 등 전동화가 어려운 분야에서도 에너지원으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수소액화운반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관련 안전기준안 등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2031년 액화수소 운반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베 공항섬 인근 포트아일랜드에서는 2018년부터 수소 발전 실증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해 1MW급 터빈을 돌려 인근의 스포츠센터·병원·전시장 등 민간시설에 전력·열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초기에는 LNG 80%, 수소 20%를 혼합해 연료로 활용하다가 LNG의 비율을 점차 낮춰 2018년 4월 수소 100%로 성공했다. 당시 수소 100%로 전력·열을 공급하는 것은 세계 최초였다. 현재 일본에서 제조된 수소 등을 활용하는데, 향후에는 수소 프런티어가 들여오는 액화 수소도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는 연소한 후 물만 남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수소의 제조과정에서는 LNG, 석탄 등 화석연료를 활용하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온실가스를 흡수하지 않고 놔두는 것을 ‘그레이 수소’라고 부른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생산하면 ‘그린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하면 ‘블루 수소’라고 한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이와타니산업은 장기적으로 호주에서 그린 수소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호주 퀸즈랜드주의 그린 수소 제조 플랜트를 건설해 액화수소 운반선으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2026년에 하루 100t, 2031년에 하루 800t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일본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수소 경제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연료전지차와 수소엔진차를 연구하고 있고 에네오스는 수소 충전소·스테이션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 히다치는 수소연료 열차 시험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김규식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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