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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자전거 타는 당신, 본능을 거슬렀네요 [사이언스라운지]
2022-08-06 06:01:03 

[사이언스라운지]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동영상을 발견하고 한참 웃으며 몇 차례 돌려본 적이 있다. 일본 어린이들의 독특한 자전거 경주 영상이었는데, 출발선에 서 있는 아이들은 보통의 자전거를 타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예측하지 못했던 장면이 등장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발로 열심히 자전거를 끌며 트랙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타는 것은 페달이 없는 자전거였고, 조그마한 아이들이 손잡이를 잡고 안장에 앉은 채 뒤뚱뒤뚱 움직이는 모습은 아직 아이가 없던 나에게도 '엄마 미소'를 유발했다.


당시 영상 속 어린이들이 타던 자전거는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밸런스 바이크'였다. 밸런스 바이크는 두발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다는 대신 페달을 뗀 자전거다. 아이들은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며 두발 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균형감각을 먼저 익힌 후 페달을 단 두발 자전거를 탄다. 밸런스 바이크를 탔던 아이들은 보조바퀴를 단 자전거를 탄 아이들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원리인데, 왜 네발 자전거보다 훨씬 늦게 밸런스 바이크가 등장한 것일까. 원인은 인간 본능에 있다. 과학자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인간이 문제를 해결할 때 본능적으로 '더하기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과학자들은 1585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는 레고 블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레고 블록을 활용해 아주 간단한 형태의 다리를 만들었는데 다리를 떠받치는 두 기둥의 길이가 달랐다. 즉 한쪽 기둥이 다른 한 쪽보다 짧았다. 참가자들은 이 레고로 만든 다리가 바닥에 똑바로 서서 더 많은 무게를 견딜 수 있게 개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이 다리를 더욱 안정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리가 바닥과 최대한 가까워져야 한다. 즉 더 긴 쪽 기둥에서 블록을 몇 개만 제거하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험 참석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짧은 기둥에 블록을 추가해 높이를 맞추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외에 다른 실험에서도 더 많은 참가자들이 무언가를 제거하는 방식보다는 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실험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지난해 4월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버지니아대 심리학자 벤저민 컨버스 박사는 논문을 통해 무언가를 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는 빠르고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빼기 아이디어'는 더 많은 인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람 뇌는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결국은 '빼고 줄이는' 방법보다는 무언가를 더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현상 유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물건을 제거하는 것은 물건을 추가하는 행위와 비교해 더 '파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측면을 놓고 봤을 때 무언가를 비우고 줄이는 과정이 더하고 늘리는 행동보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 혹은 '적은 것이 더 풍부하다'로 번역되는 유명한 명언 'Less is more'이 이쯤 되면 '줄이는 것은 늘리는 것보다 어렵다'로 해석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실제 네이처는 관련 연구 성과를 담은 기사 제목을 위와 같은 의미를 담아 'Less is more'라고 썼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내놓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더하기 아이디어'를 찾는 습관이 점점 강해질 수 있고, 이러한 결정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빼기를 통해 세상을 개선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더하기 본능을 다양하게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지나친 더하기 편향으로 '빼기'의 해결책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때로는 본능을 거슬러 의도적으로 '줄이기 해결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적은 것이 더 풍부하다'는 격언을 실제 삶에서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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