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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 주담대… 월 상환 부담 줄어 ‘매력’
2022-07-01 16:28:12 

6월 예정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대출 문은 확실히 좁아졌다. 정부는 돈줄을 조이는 DSR 규제는 그대로 두면서도 실수요자에게는 ‘쪽문’을 열어줬다. 40년,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도 그중 하나다.

“서른 살에 결혼하면서 50년 주택담보대출 받고, 80살까지 갚으란 말이냐”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장 대출할 길이 암담했던 신규 수요자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결혼하면서 전세로 살림을 시작했다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눈여겨보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몇 천만원 떨어지면서 우리 예산 범위까지 왔다. 전셋집을 빼는 대로 40년 주담대를 받아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평수 넓혀야지, 다른 동네 이사 가면서 갈아타야지, 누가 주담대를 만기까지 유지하나”라면서 “요즘처럼 대출이 막혀 있는 때에 몇 천만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너도나도 40년 주담대 출시

금융사들도 앞다퉈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상호금융,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적극적이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 4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등이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30~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난 5월 처음으로 40년 주담대를 내놓았고,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도 동참했다. 한화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 등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사들도 4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상호금융사 주담대 상품 만기는 30년으로 제한돼 있다. 상호금융사들은 4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위해 최근 금융당국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변경을 요청했다. 캐피털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도 주담대 상품 만기를 기존 35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40년 만기 주담대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DSR 제한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DSR란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존에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에게만 DSR 규제가 적용됐으나, 이달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됐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추가 대출 길이 아예 막힐 수도 있다 보니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주담대 만기 연장에 나선 것이다.



40년 만기 상품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몇 천만원이라도 더 빌릴 수 있고,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드는 것은 장점이다. 대신 오래 빌리는 만큼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늘어난다. 40년 만기까지 유지할 경우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이자로 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은 몇 년 안에 집을 갈아타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 상품으로 대환하게 되므로 총 이자부담액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드는 체감효과를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40년 만기를 선택하는 고객 비중이 30%에 불과하지만 관련 상담도 늘고 고객 관심도 커서 앞으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금리·부동산 상승기의 투자자 격언이었던 ‘주담대 만기는 무조건 길게’라는 공식이 아직 통하는 모양새다.

▶보험사 주담대 장단점 뚜렷

보험사도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통상적으로 보험사 주담대는 은행권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었는데, 올 들어 경쟁력이 생겼다. 은행권 상품 중에는 35년 만기와 40년 만기 상품의 이자가 다른 경우도 있는데, 보험사 상품은 40년 만기 상품 이자도 35년 만기와 동일하다. 6월 기준 삼성생명 40년 주담대 금리는 연 3.82~4.95%, 삼성화재는 연 3.76~5.57%, KB손보는 연 4.7~5.1% 수준이다.



구매하려는 아파트 가격과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험사 주담대는 DSR를 50%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 주담대는 기존에도 35년 상품이 있었기 때문에 40년 상품과의 체감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만기가 5년 늘어날 때마다 2000만~2500만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뛰는 상황에서 ‘접수시점 금리’를 적용해준다는 점도 매력이다. 통상 아파트 매매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까지는 한두 달이 걸리는데, 은행은 ‘대출 발생시점’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접수시점보다 훌쩍 오른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상된 금리 적용시점이 은행별로 제각각이어서, 대출 실행 며칠 차로 연간 이자 부담이 100만~250만원 이상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하기도 하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 대출이자도 널뛰기를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시간 차’를 감안하면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2020년 말 48조636억원에서 2021년 말 50조9007억원으로 5.9%(2조8371억원)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도 대출액이 꾸준한 증가세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빅3’ 주담대 잔액은 작년 12월 28조5583억원에서 올 1분기 기준 28조9179억원으로 1.3%(3596억원) 증가했다.

은행권보다 상품 비교가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보험사별로 변동·고정금리 등 주력 상품이 다르고, 중도상환수수료율과 보험 가입 시 우대조건 등에도 차이가 크다. 담당 설계사나 콜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니, 다른 금융권 상품과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모바일 앱에서 신청하는 주담대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 소득 문턱은 높아져

‘반백 년 주담대’로 불리는 50년 만기 상품도 곧 나온다.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50년 초장기 모기지를 8월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로 우선 제공하는데, 시중은행들도 50년 상품 출시를 검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40년 주담대도 주금공에서 청년·신혼부부용으로 먼저 선보인 뒤 시중은행 상품이 나온 바 있다.

만 39세 이하 청년 및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50년 주담대를 선택할 경우 대출금액이 수천만원 늘어난다. 예를 들어 정책모기지 상품으로 주담대를 이용할 때, 30년 만기 주담대는 최대 3억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대출액은 3억7500만원, 50년까지 늘리면 4억300만원이 된다. DSR 40%를 적용한 금액이다.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5억원을 30년 만기 연 4.4% 이자로 빌릴 경우 매달 250만원을 갚아야 한다. 같은 조건의 대출이라도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하면 원리금은 206만원으로 44만원이나 줄어든다. 물론 은행에 내야 하는 총 이자부담은 급증한다. 위 조건에서 30년 만기상품의 총 대출이자는 약 4억136만원이지만, 50년 만기 이자는 7억3769만원에 달한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50년 초장기 주담대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30평대로 갈아타기 위해 매물을 찾고 있다는 40대 주부 이 모 씨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매물로 나와서 자금조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럴 때 50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자격요건이 안 되어 아쉽다. 요건을 좀 완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이라면 대출이 더 쉬워진다. 투기과열지구는 최대 60%, 조정대상지역은 최대 70%까지 적용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80%까지 완화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최대 대출액도 6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DSR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다보니 연 소득 문턱은 높아졌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5.19%일 때 6억원 대출 시(4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기준) 연 소득은 8910만원이지만, 금리가 7%일 경우 1억1200만원, 8%일 경우 1억2520만원은 되어야 한다.

▶집값 하락기 타격 클 수도

관건은 향후 집값이다. 일각에서는 요즘처럼 가파른 금리 인상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칠 경우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모기지로 구매할 수 있는 50년 만기 상품이 중저가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어, 집값 하락기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SR와 LTV를 깐깐하게 적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 가계의 경우 자칫 현금흐름이 꼬이면 소중한 보금자리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요즘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대출을 실행하라고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출 초기에 원금 상환 부담이 적은 ‘체증식 상환 방식’을 40년 보금자리론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층 상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다만 50년 만기 상품에는 체증식 상환이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보금자리론은 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적격대출은 소득 제한이 없고 주택가격이 시가 9억원 이하로, 대상이 더 넓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연 소득 3000만원인 신혼부부가 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빌린 상황에서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으로 3억원을 대출받으려 한다고 하자. 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6월 중순 기준 40년 만기 보금자리론 금리는 4.6%다.

40년 만기로 보금자리론을 빌리면 월 상환 부담은 137만원, 최대 대출한도는 2억9000만원이다.
이를 50년 만기로 바꾸면 월 상환 부담은 128만원으로 줄고 최대 대출한도는 3억1000만원으로 2000만원 늘어난다. 이때 연 소득 3000만원으로 매달 신용대출 5000만원의 이자와 보금자리론 이자 128만원을 상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집값 하락까지 겹친다면 가계 전체가 고통받을 수 있는 건 불문가지다. 요즘 같은 시기,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출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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