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35조원가량 추락했다. 반면 보유 현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7조3000억원에 달해 논란이다. 코로나19 특수 기간에 현금성자산만 늘리고 제때 투자를 단행하지 못해 경쟁력 강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는 배당 확대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라고 요구하고 있고,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신규 사업이나 해외 게임 개발사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 30곳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83조5670억원에서 최근 50조원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4개월여 만에 40% 이상 급감한 셈이다. 일부 기업은 지난해 최고점 대비 반 토막을 넘어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비대면 효과,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이 주목받으면서 시장에서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었고, 올 1분기에는 주목할 만한 신작 게임도 없어 업계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하반기에 게임사들 신작 발표가 이어지면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게임사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현금만 축적하고 제대로 된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상장 게임사 30곳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년 새 2.6배가량 늘어나면서 최초로 7조원을 돌파했다. 게임사 시총 1위 기업인 크래프톤의 현금성자산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467억원에서 작년 말 3조193억원으로 급증했다.
높은 현금자산 비중을 유지해온 넷마블만이 같은 기간 1조5000억원대에서 1조3500억원대로 10%가량 현금이 줄었을 뿐 주요 게임사는 현금이 급증했다. 특히 2020년 IPO에 이어 작년 '오딘'을 히트시킨 카카오게임즈는 현금 보유량이 4배 급증하며 8000억원을 넘어섰고, 엔씨소프트는 2020년 1500억원에서 2559억원으로 늘었다. 블록체인·가상화폐 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위메이드와 컴투스도 2019년 나란히 300억원대였던 현금 보유량이 작년 말 각각 2737억원, 2537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자산 증가는 기업의 기초체력이 되며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인 만큼 긍정적인 점이다. 다만 코로나19 특수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으면서도 신규 게임 개발에 투자하거나 비게임 사업 신성장 동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현금만 쌓아놓고 제대로 안 쓸 거면 배당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늘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주주 가치를 증대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지만 최적의 투자를 위해 경영진도 현금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전례상 현금자산은 결국 자체 신작 게임 개발이나 해외 게임 개발사 인수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과 같은 대표 게임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작 게임 개발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게임 개발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크래프톤은 IPO 당시 4조원 이상을 조달하면서 이 중 70%를 해외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M&A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은 투자의 귀재 방준혁 의장의 지휘 아래 수년간 M&A와 지분투자에서 성공을 거둬온 만큼 조 단위 현금자산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제작 비중이 높은 엔씨소프트가 외부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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