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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기인가] ⑤퍼펙트스톰 온다…대기업들 전시체제
2022-10-02 05:33:15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사진설명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구광모 ㈜LG 대표가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최근 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잇따라 한자리에 불러모으고 있다.

워크숍 형태로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미래전략을 가다듬는 자리여서 언뜻 보기엔 그저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참석한 CEO들의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고 치솟는 환율, 종착지를 짐작할 수 없는 금리, 널 뛰는 국제유가, 바다 건너 메가톤급 펀치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마주한 경영환경이 예측 불가의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복합위기가 중첩된 '퍼펙트 스톰'이 닥쳐오는 양상이다.

"내년엔 환율이 과연 어느 수준이 될지, 국제유가는 또 얼마나 떨어질지 아니면 다시 오를지 도무지 예측이 안 됩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하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는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통상 기업들은 이맘때쯤 부서별 내년 업무계획을 취합해 전사 차원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존 계획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중장기 사업 계획을 미처 확정하지 못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준전시체제에 돌입한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경영계획 확정이라는 게 사실 의미가 없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삼성전자 경영계획 수립 분주…프리미엄 돌파구

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현재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한창이다.

사업팀, 사업부 등 단위별로 예산안을 취합하고, 조만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고금리·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직격탄은 없다며 일단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사업 구조상 고환율은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편이고, 차입금 비중이 크지 않아 이자 비용도 압박을 심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 그에 따른 수요 위축은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사업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가 보수적으로 바뀌었고, TV·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투자 규모가 수십조 원에 육박하는 반도체사업 특성상 급변하는 대외경제 환경은 변수가 되기 마련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 투자 비용 170억 달러는 작년 말 투자 발표 당시 원화로 20조원 규모였으나 지금은 환율 급등 탓에 24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사업 전망이 다소 나빠지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어느 정도 견조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 한화솔루션 등 투자계획 철회…IT업계 부담가중

대외환경이 급변하자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지난달 7일 1천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3천600억원 규모의 정유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와 수요 위축 우려가 이유였다.

SK하이닉스[000660]도 지난 6월 4조3천억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했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역시 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최근 대외환경 변화 상황을 고려해 해당 투자 건을 면밀히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지 오래"라며 "금리·환율 등 대외변수 변동 폭이 커지고 사업 비중이 큰 미국 시장 상황도 예측이 어려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이동 통신업계는 내수 중심이기는 하지만,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 역시 덩달아 오를 것이 예상되면서 영업외 비용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늘어나는 지출·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수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도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 금리 상승, 경기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신규 사업이나 투자 기회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LG·삼성 등 잇달아 사장단 회의…대응 방안 모색 분주

주요 기업들은 대내외 복합위기에 대응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LG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구광모 ㈜LG 대표와 사장단이 모였다. 사장단이 오프라인에서 한자리에 모인 건 2019년 9월 사장단협의회 이후 약 3년 만이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등 그룹 사장단을 한자리에 소집해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사장단과 오찬을 하며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이달 최태원 회장 주재로 CEO 세미나를 열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내외 경영환경을 풀어나갈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도 이달 안으로 그룹 사장단과 전체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 재고 자산 증가 등 위기 요인에 대한 대응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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