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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한번 맞는데 20억"…건보 적용 놓고 재정부담 논란
2022-06-26 18:11:03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진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졸겐스마 이후 초고가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졸겐스마 개발사인 한국노바티스는 다음달 25일까지 건보 적용을 위한 약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약가가 결정되면 30일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한다. 약가 협상이 빠르게 타결될 경우 이르면 7~8월에 건보 적용을 받게 된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 SMA 진행을 막아주는 초고가 '원샷' 유전자 치료제다. 1회 투여 비용이 20억원이 넘는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 영국, 브라질, 캐나다, 이스라엘 등 4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영국, 미국, 일본에서 비급여 약가는 각각 179만파운드(약 28억원), 210만달러(약 25억원), 1억6700만엔(약 19억원) 수준이다.

현재 건보공단과 노바티스는 약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겐스마는 현존하는 최고가 치료제인 데다 이후로도 럭스터나(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제) 등 초고가 약이 줄줄이 건보 적용을 대기하고 있어 기준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졸겐스마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적정한 재정분담안을 조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어도 결국은 약가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안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되지만 노바티스 측은 협상을 거부하는 것보다 정부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는 게 더 이득일 것"이라며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 약가 협상은 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고가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1회 투여비용 약 5억원)에 이어 졸겐스마도 건보 적용을 받게 되면 초고가 의약품의 국내 시장 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MA는 운동 신경세포 생존에 필요한 'SMN1 유전자'가 결핍되거나 돌연변이가 생겨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심하면 호흡에 문제를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며, 국내 환자는 약 200명으로 추산된다. 가장 심각한 1형은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90%가 2세 이전에 사망하는 등 치료제가 절실하다. 졸겐스마가 등장한 뒤 많은 환자가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됐지만 천문학적인 비용 탓에 감히 써볼 엄두를 못 냈다. 이런 가운데 '보험 급여화'는 환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졸겐스마를 1회당 20억원에 들여온다고 가정하면, 환자 부담금은 10%인 2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본인부담금상한제까지 적용돼 개인 소득분위에 따라 최저 83만원에서 최고 598만원 사이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의료계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약제인 만큼 보험 등재를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임상 데이터 등을 종합해 보면 약효는 뛰어난 편"이라며 "건보 적용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혜택을 줘도 될 만한 약제"라고 말했다. 의료계 한 전문가는 "아무리 소수여도 희귀질환 환자 모두 우리 이웃"이라며 "좋은 약이 나오면 당연히 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건보 재정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보 재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희귀병 환자를 위한 지출 증가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졸겐스마 급여 대상 환자는 연간 최대 15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억원에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급여액은 최대 300억원으로, 지난해 기준 건보공단이 부담한 급여액 74조6066억원 중 0.04% 수준이다. 졸겐스마만 따지면 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졸겐스마 이후 초고가 치료제 보험 적용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험 재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적자 규모는 2023년 3조8000억원, 2027년 7조5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 교수는 "현재 희귀질환은 국내에서만 약 7000종이 확인되는데, 이 질환들은 바이오 의약품 기술 발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고가인 희귀질환 신약들이 추가적으로 보험에 등재하면서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지금과 같은 신약 개발 추세로는 개인 건보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제약업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건보 재정이 악화되면 약가 인하 압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신약에 보험 적용이 늘어나면 결국 한정된 건보 재정 안에서 만성질환 약품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약가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유주연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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