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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과잉의 시대…진짜실력 가려내는 방법 찾았죠
2022-06-17 17:05:16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캠퍼스에 더 이상 낭만은 없다. 지난해 청년 체감실업률은 25.4%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길 새내기마저 취업 걱정에 스펙을 쌓는다며 악전고투 중이다.
이렇게 각종 자격증 등 스펙으로 중무장한 취업준비생이 돼도 '취업뽀개기'는 여전히 '바늘구멍 통과하기'와 같다. 반면 기업들은 오버 스펙 구직자 사이에서 '진짜 실력'이 있는 지원자를 고르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미니인턴'은 양측의 고민을 덜어줄 해결책을 제시한다. 미니인턴은 이름 그대로 2주간의 짧은 온라인 인턴십 과정을 거치는 채용 프로그램이다. 구직자들은 2주 동안 기업이 낸 과제를 해결하면서 학벌·스펙에 가려졌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고, 기업은 미니인턴에서 건네받은 결과물과 평가를 통해 편하게 실력자를 가리면 된다. 미니인턴에 참여한 기업 프로젝트만 5000여 개. 가입자는 벌써 30만명에 달한다.

미니인턴을 운영하는 오픈놀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아주자'는 비전을 갖고 설립됐다. 권인택 오픈놀 대표는 포스코 산학장학생 선발 면접에서 비슷한 스펙의 지원자들이 모두 대동소이한 대답을 하는 걸 목격하고서 창업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필사적으로 살아온 나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복제품에 불과하다고 느꼈다"며 "청년들이 스스로의 색깔과 가치를 찾는 걸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오픈놀을 설립한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청년들과 동고동락하며 진로·취업·창업을 함께 고민해왔다. '일 경험'을 새로운 취업 트렌드로 제시한 그와 청년들의 진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진로는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진로는 한 번에 정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계별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진로에는 인식 단계, 탐색 단계, 설계 단계가 있다. 인식 단계는 막연한 꿈조차 없는 청년들이 대략적인 방향성을 찾는 단계다. 여기서 스스로의 직업관 등 다양한 가치관을 되돌아본다. 이 단계에서는 흥미나 가치관을 바탕으로 꿈을 직관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성격과 적성, 능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탐색 단계는 꿈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전 단계에서 '글 쓰는 일을 해야겠어'라는 가치관을 찾아 놓는다면, 탐색 단계에서는 신문기자로 취업하겠다고 결론을 짓거나 아니면 관련된 창업을 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설계 단계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이를 어떻게 이룰지 계획을 짠다. 요컨대 '글 쓰기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고 싶다' '신문기자가 되고 싶다'고 정한 사람들이 설계 단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취업할 기업을 고를 때 고려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언제나 비전·복지·사내문화·연봉 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회사를 택할 때 사내문화가 중요한지, 아니면 돈을 많이 받는 게 제일인지 순위를 매기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진로에 맞는 회사 중에서는 고연봉인 대신 워라밸이 엉망인 회사가 있을 수 있고, 사내문화나 복지는 좋지만 비전과 연봉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복지와 연봉은 별로지만 본인의 비전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요새는 기업별로 연봉이 어느 수준인지 인터넷에 대략 나와 있는 세상이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내문화나 복지 정보도 입수하기 편해진 편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채용 설명회도 활발해지면 관련 정보를 얻기 수월해질 것이다.

우리 회사도 실제로 직원 인사에 개인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우리는 채용하면서 구직자의 우선순위를 파악해 맞춤형 부서에 배치한다. 본인의 비전이 강력한 사람이면 비저너리를 발휘할 수 있는 부서로 간다. 그 친구들은 열정이 대단해서 언젠가 회사가 어려워지더라도 그들이 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채용 시장 향후 트렌드로 제시한 '일 경험'이란 무엇인지.

▷'일 경험'은 스펙이나 학벌이 아닌 지원자의 경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구직자 또한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장을 찾기보다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을 판단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직업을 생계이자 평생 종사하는 '일자리'로 바라봤다. 최근에는 다양한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N잡러'가 늘어나면서 직업을 보는 시각이 '일자리' 대신 '일거리'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일거리'에서 한발 나아가 기업의 채용 기준도, 지원자의 직업 선택 기준도 경험이 바탕이 될 것이다. 이미 청년들은 직업이 제공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경력을 쌓아나가고자 하며 기업도 구직자의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당장 네카쿠배라(대표적 IT 기업인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라인을 묶어 부르는 말) 출신의 개발자가 이직 시장에 나오더라도 기업에서는 기업의 이름값보다 과거에 어떤 개발을 했는지 더 중요하게 살핀다. ―'일 경험' 트렌드 속에서 미니인턴의 역할이 궁금하다.

▷미니인턴은 구직자와 기업이 '일 경험'에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전까지는 채용돼 일하거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치는 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기업이 무경력 구직자를 학벌·스펙만으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취준생에게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오프라인 인턴십도 큰 부담이다. 미니인턴은 온라인으로 기업의 실무 과제를 받아 2주 동안만 이뤄지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편하게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실무 과제만 내면 미니인턴 측에서 인턴 프로그램을 알아서 진행하고 보고해주니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수월하다며 반응이 뜨겁다. 이미 중고나라, 와디즈, 한미헬스케어, 국순당 등 5000여 개의 기업 프로젝트가 미니인턴 채용 플랫폼과 함께하고 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포항 출신이어서 회사라곤 포스코밖에 몰랐던 터라 대학 재학 중 산학장학생으로 포스코에 입사하게 됐다. 포스코 인사팀에서 일하던 중 동료들은 업무가 적성에 안 맞아 고통스러워하고, 기업은 구성원의 스펙과 실력 사이의 간극을 고민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했다. 나는 청년들이 제대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결국은 그들이 진정한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명문대 출신자라고 '일머리'가 좋은 건 아니다. 실제로 포스코에 있을 때 소위 지방대를 나왔지만 실력 있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사람을 채용할 때 실력이 충분히 드러나는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고자 했다. 회사에도 그런 얘기를 해봤더니 그렇다면 창업해보고 다시 돌아오라는 대답을 받았다. 2010년께였는데 당시 한 2년 정도의 유예를 받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사업에 매진하게 된 과정은 어땠나.

▷유예를 받고 1년 반 정도까지는 사업이 안 풀려서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 사업이 풀리기 시작했다. 사무실도 없었는데 모교인 연세대에서 지하주차장 안에 있는 공간을 빌려줬다. 남들은 매연도 많고 시끄러운 악조건이라고 걱정했지만 나는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집도 없이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설득 끝에 삼성전자와 LG CNS 취업을 앞둔 친구 둘도 동참해줬다. 덕분에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포스코를 그만두고 2012년 오픈놀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10년 동안 사업을 꾸려가면서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힘들다기보다는 계속 벽을 뚫고 나가는 과정이었다. 벽을 뚫다가 안 됐다고 당장 실패한 건 아니지 않는가. 계속 시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집도 없이 사무실에서 자는 생활을 10년 했다. 항상 사무실에만 있었고 주말도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한 뒤 운동하고 출근했다. 그렇다고 힘든 건 없었다. 도전하고 이겨내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여러 직원의 아이디어로 회사가 더 발전해가는 걸 보는 게 행복하기도 했고, 직원들 개개인이 성장해가는 모습도 원동력이 됐다. ―청년기업인상 매경미디어그룹회장 표창을 받았는데.

▷끊임없는 나의 도전을 사회가 인정해줬다는 위로를 받았다. 2014년 당시 오픈놀은 직원 수가 10명 남짓인 작은 기업이었다. 지금이야 100명이 넘어가지만 그때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그때도 나와 동료들은 확고한 자기 확신을 갖고는 있었지만 또 남들이 우리를 인정해준다는 건 다르다. 사회에서 인정해주었다는 그 자체로 용기를 얻었다. 모두 '잘하고 있으니 계속 달리자'며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결국 오픈놀은 상장을 앞둘 정도로 성공했다. 성공의 바탕이 된 건 무엇이라고 보는가.

▷포기하지 않고 이어간 도전, 그리고 운이다. 이 땅에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태어나는 위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비전을 끝없이 관철하다 보니 세상이 마침내 나의 비전을 받아들여주는 날이 왔다고 본다. 계속해서 나의 비전을 극한까지 추구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 창업은 나의 믿음과 철학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싸움이다. ―오픈놀의 앞으로 목표는.

▷당장의 목표라고 하면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 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았고, 기술평가를 신청해뒀다. 기술평가가 나오면 주관사에 상장 청구를 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상장이 목표는 될지언정 목적은 아니다. 상장이 오픈놀에 큰 의미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가치가 '개개인의 가치를 찾아주자'이고, 그걸 통한 '일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가치를 계속해서 추구하고 싶다.

▶▶ 권인택 대표는…

1984년생. 2010년 포스코 인사팀 재직 시절 실력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고자 회사를 뛰쳐나왔고, 2년간 준비한 끝에 2012년 진로 교육 기업 '오픈놀'을 설립했다. 이후 '오픈놀'은 그 영역을 취업·진학·창업 교육으로까지 확대하며 결국 2022년 상장을 눈앞에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7년 '스펙 안 봐요, 실력만 봐요'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출시한 채용 플랫폼 '미니인턴'이 큰 성공을 거뒀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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