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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형사처벌보다 손해배상 등 민사구제 강화를
2022-07-31 18:00:34 

◆ 기업 발목잡는 공정거래법 ◆

공정거래법상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을 손질하는 것과 함께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적절히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민사 차원의 구제 수단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손해배상 소송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사실의 입증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가 진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기업의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인과관계까지 입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피해자 입증 책임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입증 범위를 완화하거나 입증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증거를 쥐고 있는 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내놓지 않으려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판 시작 전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서로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충실히 응하지 않으면 재판상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피해자 권리구제 대안으로 꼽힌다. 각자 가진 패를 확인하면 승패가 일부 예상되는 만큼, 재판 시작 전 화해나 합의, 조정 등의 절차로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으로 사법서비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로펌 입장에서는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소송비용 부담이 증가해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제도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이 끝나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0년 기준 1심 민사합의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약 11개월에 달했다. 2019년보다 약 한 달 더 길어지는 등 판결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장기화하는 추세다. 게다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 상고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재판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민사적 구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 도입을 주장한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돼 있는데, 이를 확대 도입해 한 번의 소송으로 피해자들이 일괄적으로 손해를 회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훨씬 큰 액수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손해배상책임 강화가 과징금, 벌금과 중복돼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만큼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에서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적 구제가 활성화된 것은 과징금이나 벌금 등 행정, 형사 제재가 우리나라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벌금, 과징금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확대·중첩해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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