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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인력 OECD의 4배...계열사 자료 빠뜨렸다고 총수 조사
2022-07-31 18:01:01 

◆ 기업 발목잡는 공정거래법 ◆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신고를 하면서 계열사 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아 '경고' 처분을 받은 총수 A회장이 또다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A회장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임원 B씨와 관련한 자료 미제출 문제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인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임원 역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만큼 B씨가 속한 비영리법인의 자료 또한 제출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회장은 이 비영리법인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공정위에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행위 유형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가장 많은 형사처벌 조항도 담고 있다.

A회장이 잇달아 조사받고 있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신고 누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수관계인과 관련한 자료를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 총수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까지 부과할 수 있다. 단순 누락의 경우 경고 등 경징계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예기치 않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경쟁법 관련 처벌 규정이 있는 OECD 35개국 중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담합,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모두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20년 12월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기 전까진 '기업결합'과 관련한 형사처벌 조항까지 운영됐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독일,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국은 형벌 규정 없이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 같은 행정제재만 하고 있다. 영국·캐나다 등 10개국은 담합에 대해서만, 8개국은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형사처벌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집단을 타깃으로 한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 형벌 조항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공정거래법에서 파생한 하도급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에도 모두 형사처벌이 규정돼 있다. 도처에 형사처벌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많은 국가들이 경쟁법에 형벌을 최소화하고 있는 이유는, 경쟁법 본연의 목적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처벌에 주안점을 둘 경우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형사처벌에 대해선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가 운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의무고발제로 변모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공정위가 사안을 경미하게 보더라도 감사원·조달청·중소벤처기업부나 검찰의 요청이 있으면 반드시 고발을 해야 한다.

규제가 지나치게 촘촘하고 강력하다 보니 주무부처인 공정위 조직도 '몸집은 커지는데 일손은 달리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 예산은 2019년 기준 약 1365억원(1억280만유로)으로, OECD 평균인 약 400억원(3050만유로) 대비 3배 이상 많았다. 운영구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권역별로 북·중·남미(약 560억원·4230만유로), 유럽(약 200억원·1460만유로)의 각각 2.4배, 7배나 높은 수준이다. 인력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9년 기준 655명의 인력을 보유해 OECD 평균 178명 대비 4배 가까이 많았다. 북·중·남미 평균(238명)보다 2.8배, 유럽 평균(103명)보다 6.4배 많다. 이처럼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도 압도적인 사건 수 때문에 매년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게 공정위의 현실이다.

이에 공정거래법상의 형벌 규정을 축소하고, 상법 등 다른 법과 연계해 민사적 제재를 강화하는 형태로 규제의 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지원 행위를 상법상 회사기회유용 금지 행위로 다뤄, 주주들이 주주대표 소송이나 다중대표 소송으로 해결하게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견제 수단이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는 완화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또한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관계가 적은 이른바 '갑질'이나 거래대금 분쟁도 사인 간 계약에 관한 문제인 만큼 민사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정위 출신의 한 경쟁법 전문가는 "공정거래 사건은 형사처벌의 전제조건인 '위법성 인지' 상태에서 고의로 한 것이 거의 없다"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형벌 규정을 없애는 게 맞고,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의 경우도 고의적인 허위 자료 제출이나 물리적인 조사방해 행위가 아니라면 과태료로 처리하는 게 행정비용 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당지원도 경미한 사건에선 고의성 인정이 어렵고, 총수일가 승계가 목적인 악질적인 것은 횡령·배임죄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며 "민사적 제재 강화와 사법 시스템의 완벽한 작동이 전제된다면 형벌을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나아가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대기업 규제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매출 100대 기업이 전체 기업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소속 19개 국가(기업 수 1000개 이상) 중 15위에 해당했다. 자산 비중 역시 15위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정거래법이 생긴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사전적인 대기업집단 규제를 합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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