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도시봉쇄령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가 50일을 넘긴 데 이어 베이징마저 준봉쇄 상태에 빠지면서 4월 중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초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기 시작하면서 중국 경제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5.5%)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4월 소매판매가 작년 같은 달보다 11.1% 감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3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소매판매 증가율(-3.5%)이 4월 들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이는 우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월에 -15.8%를 기록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가 -31.6%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금·은·보석(-26.7%), 의류·신발·모자(-22.8%), 화장품(-22.3%)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소비지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중국 경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하지만 소비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부문에서도 도시 봉쇄 충격이 컸다.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인 상하이뿐만 아니라 베이징, 창춘, 선전 등 중국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2.9% 감소해 전월 5% 증가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시장 전망치인 0.4%도 크게 하회했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우한 사태 때인 2020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발생과 이에 따른 봉쇄가 산업생산과 소비를 2020년 초 이후 가장 약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4월 중국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생산·소비와 함께 중국 경제의 3대 축인 투자도 성장률이 둔화됐다. 1~4월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민간 설비 투자 등이 반영되는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이는 전달 발표된 1∼3월 증가율 9.3%보다 낮아진 수치다.
국민 생활과 가장 직결되는 고용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4월 도시 실업률은 6.1%로 전달의 5.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우한 사태 때인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희생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최근 열린 웨비나에서 "올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심각성이 2020년 우한 사태 때의 10배 이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정부가 정한 5.5%는커녕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생애 첫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가 4.6%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금리가 4.4%로 내리는 셈이다.
지난해 잇단 규제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자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대 학생 수백 명이 캠퍼스 내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쳤다고 AFP통신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들은 지난 15일 학교 측이 음식 배달 금지를 포함해 새로운 통제 조치를 취하려고 하자 최소 300명의 학생이 베이징대 완류 캠퍼스의 한 기숙사 건물 밖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차 두 대가 해당 캠퍼스 밖에 주차돼 있는 것이 목격됐고 대학 측은 시위 관련 질의에 "시위가 아니었고 학생들은 그냥 자신들의 요구를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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