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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싸움에…韓반도체 중국사업 제동
2021-11-18 17:59:13 

◆ 美·中 반도체 패권전쟁 ◆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의 불똥이 국내 기업으로 튀고 있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정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장비를 제때에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장에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첨단 반도체 장비가 악용될 수 있다며 반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SK하이닉스의 EUV 장비 반입을 허용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다른 당국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군 현대화에 쓰일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반도체에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하는 장비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ASML과 2025년까지 4조7500억원 규모(약 20대)의 EUV 장비를 들여오기로 계약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최첨단 공장인 경기도 이천의 M16에서는 해당 장비가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 양쪽에 D램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ASML의 EUV 장비 도입이 늦어진다면 중국 공장의 공정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 장비는 국내 도입도 아직 초기이며, 중국 우시 도입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국제 규범을 준수하며 중국 우시 공장을 운영하는 데 문제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사정은 다소 나은 편이다. EUV 장비는 D램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UV 장비를 시작으로 반도체 장비 전반에 대해 미국 측 제재가 강화된다면 삼성전자 또한 공정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 내에서 EUV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미국 상무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영업 비밀까지 제출한 상태에서 중국으로의 생산 장비 반입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극자외선(EUV) 장비 : 반도체 제조 시 수천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한꺼번에 구성하기 위해 빛과 마스크를 사용해 일괄적으로 회로를 형성하는 노광 기술에 사용된다. 광원 중에서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中공장 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투자적기 놓칠라" 발동동

ASML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반입 막은 美정부

美 "中군사력 증대에 악용 우려"
EUV 노광장비 중국 반입 불허

SK, 인텔사업부 인수 영향 우려
삼성도 장기적으로 피해 볼수도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경기도 이천 캠퍼스에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했다. EUV 장비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한다.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은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으로 짧아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10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미만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이다. 현재 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2025년 말까지 EUV 장비 4조7500억원어치를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핵심 장비를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네덜란드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이러한 장비 수출에 대해서도 미국이 꼼꼼하게 간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이 우방국인 네덜란드를 움직여 ASML의 E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은 것도 SK하이닉스에는 악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런 방식의 제재가 장기화하면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 운영하고 있는 공장의 공정 개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3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0%를 넘어선다. 반도체 공정은 그 특성상 끊임없이 첨단 장비와 공정을 적용해 제품을 개량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노 단위 경쟁이 펼쳐지는 초미세공정에서는 투자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세계 경쟁력에서 크게 밀려날 수 있다. 결국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미국의 마이크론처럼 적기에 EUV 장비로 공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비용 절감과 생산 속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적용한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선단인 14나노미터 D램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49%를 차지하며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역시 투자 시기를 놓쳐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설립한 D램 반도체 업체 엘피다메모리는 2012년 파산했다. 또 히타치와 미쓰비시, NEC가 힘을 합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는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한·미·일 연합에 넘어갔다. 현재 일본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까지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메모리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가 직접적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 공정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에 해당하는 공장에는 EUV 장비 도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규 공장 유치나 장비 반입뿐 아니라 기존 생산시설의 증설까지 막으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국가안보상 위협을 우려해 자국 주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중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중국 청두 공장에서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고 했다가 정부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 8개국 가운데 중국의 승인만 남아 있는 상태다. 당초 연내에 승인이 예상됐지만 미국 측 행보에 불만을 품은 중국 정부가 애꿎은 하이닉스에 화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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