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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기업의 ‘아킬레우스건’ 언제까지 보기만 할까
2020-09-21 09:40:38 

바다의 여신 테티스 아들인 아킬레우스는 불사신이자 트로이 전쟁 영웅이었다. 태어나자마자 테티스가 아킬레우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목욕시킨 덕분이다. 하지만 테티스가 잡은 발뒤꿈치는 강물에 닿지 않아 약점으로 남았고, 결국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맞아 숨진다.

전 세계 공급망이 어찌 보면 아킬레우스와 같다.
지난 수십 년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막강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은 그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예컨대, 2017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일대의 대형 정유·석유화학 기업은 가동이 중단됐고 주요 원자재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자동차 전자장비 생산라인이 폐쇄돼 완성차 생산에 큰 충격을 줬다. 몇 달 후에는 세계 하드 드라이브의 25%를 제작하는 태국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컴퓨터 제조사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전방위 충격을 견뎌내는 중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충격에 민감하다. 전 세계 180개 주력 제품들은 공급의 70%가 한 국가에 집중돼 있다. 또 얽히고설킨 공급망은 투명성을 제한하고 상호의존성을 높인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컴퓨터 제조업체 델과 레노버는 각각 4000~5000개 공급상과 협력한다. 이 가운데 2000여곳은 양쪽 모두와 거래한다. 여기에 공급상의 한 단계 위 공급상까지 고려한다면 그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중 만약 어느 한 고리라도 끊어지면, 전 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 외부 충격으로 공급망이 1~2주일 멈추는 상황은 2년마다, 한두 달 붕괴되는 상황은 3.7년마다, 두 달 이상은 5년마다 한 번씩 나타났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첨단 칩을 조달받는 기업은 2040년까지 2~4회의 대형 태풍으로 공급망 와해를 경험할 수도 있다.

팬데믹, 사이버 공격, 지진 등 물리적 충격, 고온, 홍수, 무역분쟁 등 6가지 충격이 10년간 발생할 확률을 고려해 13개 산업, 3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기업이 겪는 평균 손실이 1년 영업이익 42%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10년에 한 번 꼴로 연간 영업이익 절반가량을 외부 충격으로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탄력적 공급망 구축이 기업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맥킨지가 공급망 담당 임원 60명을 조사한 결과, 93%의 임원이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수의 공급처 마련, 핵심 부품 재고 확대, 니어쇼어링(근거리 공급망 확보), 공급망 지역화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은 이 같은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기업 공급망 강도는 고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주요 소재·부품·장비 대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일본과의 무역마찰은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 부문 약점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단순한 부품을 조달받지 못해, 올 초 한국 완성차 업체는 공장을 멈춰야 했던 게 그 사례다.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7호·추석합본호 (2020.09.23~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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